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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282080
· 쪽수 : 120쪽
· 출판일 : 2019-03-11
목차
005 시인의 말
____ 제1부
015 시작
016 치매라서 몰라볼지도 몰라요
018 봉평장터 번호표
019 거미와 나
020 새빨간 거짓말
021 텃밭은 가을
023 그 여자는 방, 그 남자는 거실
024 흔들리고 싶었다
025 부활 후 계약자 변경
026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서
027 닥터헬기
028 상처에 사과를 했다
029 미러링, 내가 없어도
031 봉창
033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____ 제2부
037 개심사 백일홍
038 꽃등
040 불티나루
042 구절초
043 노랑배 둘레길
044 섬의 내력
046 외연도 가는 길
047 청단풍
048 닥풀
050 상서리 꼭대기 집
051 사남매의 꿈
052 손 그늘
054 감자에 싹이 나서
055 꿀꺽
057 자라나는 소금
____ 제3부
061 참, 오래 걸렸어
062 배추흰나비
063 흔들리지 않았다
065 그 집
066 마다가스카르 바나나
068 시월의 허기
069 은근하다는 것
071 끼어들지 말고 비켜가세요
072 저, 꽃들은
073 해후
074 나는 닭이로소이다
076 나보다 더 쓸쓸한 안녕
078 주검 앞에 빗소리가
079 혼자만의 것은 아니어서
080 야누스 CCTV
____ 제4부
083 핑크뮬리가 홍가시나무에 물었다
085 풀밭에서
087 익숙해지기 전에
089 저도 그게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090 귤 속에 귤 밖에 없었습니다
092 나를 흔들었다
093 그 손
094 출구 없는 하루
096 해막
097 외연도 엘레지
099 책받침
100 누군가를 보낸다는 것
102 아직도 우리는 연인입니다
103 짐
104 무지개다리를 건너갔어요
105 해설 |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깨닫게 된 것 | 조해옥
저자소개
책속에서
흔들리고 싶었다
그녀의 전생은 고양이 아니면 여우
쉽게 드러내지 않는 발톱을 보여주거나
새침했던 손을 꽉 잡아주었을 때
차가웠던 손끝으로 수혈하는 기분이랄까
내 손가락이 그녀의 손바닥을 꼭 쥐게 하는 실금의 꼬리
눈빛만으로는 알 수 없는 속
그녀의 발걸음에선 소리가 나지 않았다
고양이 아니면 여우였을 그녀
비좁은 골목에 진눈깨비 매달려 있다
참, 오래 걸렸어
모름지기 너무 조이지 말고
미끄럼 없고
흘러내리지 말고
그래야 내 발이 편하지
오늘 아침 양말을 신는데
산타할아버지 선물 주머니인 줄 깜짝 놀랐어
양말 입구는 괄약근이 늘어졌는지
속은 허파에 바람 빠졌는지 모두 헐렁했어
매일 신었던 양말이지만 몰랐어
그 속에서 내 발가락은 엄청 편했을 거야
내 마음 양말처럼 헐렁해졌나 봐, 오래 걸렸어
많이 너그러워졌지
새것은 자꾸 발목에 자국이 패여
비표처럼 새겨지면 쉽게 사라지지도 않아
딱 맞는 건 불편해
사람도 인생도 헐렁한 게 좋아졌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