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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079417
· 쪽수 : 150쪽
· 출판일 : 2022-10-15
목차
제1부
참깨와 나
묵은 시
고양이에게 고함
잘 지냈으면 좋겠다
늙은 앵무鸚鵡
헌신짝의 선언
시든 밤에
물의 24시 휘게hygge
매달리며 흔들리는 것들
바람 손
삼척 밤바다
너는 나의 배꼽을, 나는 너의 젖꼭지를
블랙마운틴
만나러 가는 중입니다
두물머리
제2부
불발탄
Smooth Operator
신발 속의 자갈
변기의 위로
오디세이 멘토링Odyssey Mentoring
내가 당신께 기대도 될까요
녹명鹿鳴
TV를 틀어놓고 옷장을 열어 보다
물푸레나무 옆 연못
나를 위로하는 말들이 안 들릴 때
흉터에 무너지기도 한다
보내지 않아도 떠나는 것들에게 배운다
유목流木
횃대에 올라
회색 코뿔소와 블랙스완
제3부
다보도多寶島
초록뱀
어떤 우리 사이
곱창을 곱씹다
풀의 고집
남해의 침묵沈默
첫사랑
장두노미藏頭露尾
비는 또 왜 내린답니까
9월 말까지만
지금 사랑이 그 사랑이 아님을 증명하시겠습니까
죽고 싶다는 말, 하지 맙시다
추상秋霜
정직한 반복 학습
빈둥지 증후군
제4부
작약을 품다
소금꽃에서 전생을 보다
그녀의 식탁
꿈속에서 어머니가 가신다
안쓰러운 연민
생일케이크를 자르는 어머니
탱자나무 가시 같은 말만 하는
앵두나무 우물가에 봉숭아
어머니가 예쁘다
상서리에서
영실이의 하루
할 말 다 하는 아구
비우다가 주운 것들
이런 겁니다, 어떻습니까
네가 잠들어야 나도 잠든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물의 24시 휘게hygge
나는 때때로 물속으로 들어가요
물의 음파로 이야기를 듣죠
기억은 파동처럼 울렁거리다가
밀려오는 출렁거림으로 멀미를 해요
물도 휘어질 수 있어요
내가 물을 휘게 하거든요
아니 그녀가 내 몸을 휘게 만들어요
가끔 벗고 싶을 때가 있어요
뜨겁게 달구고 싶죠
촉수로 반란을 꿈꾸게 하죠
나는 거기로 가요
적당히 쓸쓸한 날씨가 딱 이에요
불특정 그녀에게 나를 맡기러 가죠
그녀는 전신을 마사지하며 나를 주무르죠
발가락 사이의 미세한 부분과
손등 겨드랑이까지
더듬지 않는 곳이 없지만, 그냥 둬요
나의 손이 닿을 수 없는 등
그녀 앞에선 부끄럽지 않아요
모른 척 내버려 두죠
눈을 감아요
아파도 참고 견뎌야 시원해요
누가 나의 온몸을 정성껏 씻어줄까요
그녀만이 내 바깥의 속을 만질 수 있어요
나는 맡기죠
그녀에게 나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요
목욕탕을 나오는 순간
또 그녀가 그리워질 거란 촉觸이 발동하죠
삼척 밤바다
성냄은 멀리서 오고
용서는 가까이에 머문다
바다 한가운데
말없이 지키는 등대는
투정이나 불만하지 않는다
알면서 입 밖으로 뱉지 않고
모르는 척 눈 감고 듣지 않는다
파도치듯 밀려오는 분노
일렁이며 쓸려가는 체념들
밀물과 썰물이 만나는 화해와 용서
바닷물이 꺾이는 것을 보았는가
겹겹을 쌓아 구부려 굴리는 유연함이란
나는 오늘 그것을 보았다
먼바다에서 몰고 온 파란波瀾
바닷가에 서 있는 내 앞에서
너그러이 엎드려 산산조각 내는 것을
하얗게 만장挽章 홀연히 흩어지는 것을
녹명鹿鳴
내가 내 몸을 자른다 쳐요
팔다리 허리 유방 모가지
배 속의 창자까지
뼈와 살과 기억을 내어주고
눈과 귀와 입을 닫아준다면
그대들이여 ,
기꺼이 나를 위해 박수
부푼 심장과 바람난 허파
그을린 폐와 썩은 간
온전히 존재하여 생명 유지했다 쳐요
나는 내 몸 잘라
누구에게 건네주어
행복 느끼게 할 수 있나요
간밤 사슴의 울음소리를 들었죠
사슴뿔 잘려나가는 소리
배고픔 나누기 위해 부르는 소리
그래서 모가지가 길어졌고
그래서 목소리가 하얘졌고
시나브로 우리는 무슨 생각으로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라 노래했을까요
홀로 배 채우려 하지 않고
발견한 먹이 나누려는
이 울음소리
당신은 들어 본 적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