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9344856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prologue
part 1. 거뭇거뭇한
그런 아이
가능성의 범위
흘려보낸
그날의 취향
두 꺼풀
점 같은 존재
열 번 만나도 모른다
닦아낸 먼지
part 2. 검은 듯 푸르게
갈증
알고 있었다
같이 가
불안의 색
5월의 바다
그저, 만났다
색칠 공부
수리수리 마수리
오류 발생
12시가 지나면
닫힌 방
part 3. 붉어진 푸른
답이 없는 =
짙은
다독다독
괜찮을까?
무심함
보라
새벽 달리기
쉼터
‘아’
고백
불투명
part 4. 번지고 물들어
이유
다짐
안 해보고는 모르는 거
4와 5의 만남
꼬인 매듭
계절 속의 축복
물 베기
회사로 가, 회 사로 가
그만큼의 무게
교집합
연극
1 더하기 1은 2
잔상
어게인
우산 없는 날
epilogue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생각을 바꾸니 그 사람이 보였다. 내면을 바라보니 그 사람이 다가왔다. 나를 만나서 좋아하는 모습, 마주보며 부끄러워하는 모습, 묻지도 않은 말을 알아서 이야기하는 솔직한 모습, 세심하진 않지만 챙겨주는 모습, 꾸밈없는 말과 꾸밈없는 눈빛까지, 모두 다. 만나보니 느껴졌다. 그를 바라보는 건 먼지 쌓인 거울을 닦아낸 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이제야 진정으로 그 사람을 볼 준비가 되었다.
우리는 둘 다 처음으로 기념일이란 것을 챙겼나 보다. 밤 12시 2분. 그 사람이 챙겨준 날짜 위에 있었다. 창밖은 불투명해도 그는 선명했다. 그가 마련하고 내가 고른 케이크를 먹었다. 케이크보다 그의 진실된 마음이 더 달았다. 남자 나이 서른일곱, 이러기 쉽지 않다. 사람의 진심은 바라지 않아도 전하는 마음에서 번져온다. 바라지 않아도 해주고 싶은 그 마음에서.
“결혼할 건가?” “네.” 이번에도 주저 없이 바로 대답하는 그. 나만 빼고 모두가 결혼이란 보이지 않는 출발선을 넘어버렸다. 실은 만나기 전 부모님에게 결혼 이야기는 하지 말아달라고 몇 번이고 부탁해두었다. 하지만 아빠의 입에서 금기의 단어는 튀어나왔고, 옆에 있던 엄마는 시치미를 뚝 뗐다. 나 혼자만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해봐야 소용없는 대화 속에서 나는 묵묵히 같은 웃음을 띠고 섞일 수밖에 없었다. 뜻하지 않은 자리가 뜻한 자리가 되어버렸다. 결혼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던 나는 성큼성큼 다가와 드리운 그물에 덜컥 걸려든 물고기가 된 것 같았다. 파닥파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