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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독서에세이
· ISBN : 9791189534301
· 쪽수 : 544쪽
· 출판일 : 2022-06-22
책 소개
목차
제1장 죽음과 삶을 사유하며 밤길을 홀로 걷다
미망과 속죄에 관한 웅장한 대서사 | 『일리아스』, 강대진
고전에 길라잡이 책이 왜 필요한가 | 『오뒷세이아』, 강대진
슬프고 잔인한 이야기의 원형 | 그리스 비극 걸작선
죽음은 들어오고 삶은 물러나는 곳 | 전쟁은 속임수다 - 리링의 「손자」 강의
죽음의 도道, 불로장생 | 노자 도덕경 하상공장구
인생 여정과 함께 완성한 추사체 | 추사 김정희 -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
이만하면 내가 군자가 아니었겠느냐?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빼앗긴 들에 가려진 역작 「역천」 | 이상화
환상의 접시 위에 올려놓은 부조리와 실존 | 필경사 바틀비
파우스트를 천상계로 이끈 힘은? | 파우스트 1~2
헤세가 만난 니체와 융 | 데미안
무심하게 피고 지는 대자연 속 전쟁의 비참 | 고요한 돈강 1~2
자유와 신을 향해 올라가는 천 개의 봉우리 | 영혼의 자서전 상・하
중국 문화대혁명의 파노라마 | 민주 수업
읽을 수 없지만 또한 읽지 않을 수 없는 노래 | 초사
무시무시한 공空의 경전 | 달라이 라마 반야심경
일리야 레핀을 읽다가 죽은 동지를 생각하다 | 일리야 레핀 - 천 개의 얼굴 천 개의 영혼
자연과 인간의 조화에 관하여 | 아주, 기묘한 날씨
제2장 의심하고 불화하며 답을 찾아가다
무엇 때문에 우리가 이런 위험을 무릅써야 하나 | 침묵의 봄
잎, 돌, 물, 이 작은 사색의 창을 열고 | 숲에서 우주를 보다
현생인류는 침입종인가 | 침입종 인간
동서 문명 교류의 흔적 찾기
예술은 지배계급에 봉사하는가 | 다른 방식으로 보기
전 인류가 거쳐 가야 할 성장통 | 풀꽃도 꽃이다 1~2
외모 강박의 늪 |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자기 감시와 복종, 그 어두운 세계 | 파놉티콘: 제러미 벤담
먹고 싸려고 사는 게 아니라고? | 밥보다 더 큰 슬픔
불안과 수치심에 바치는 레퀴엠 | 무엇이든 가능하다
악은 정말 나쁜가 | 거대한 후퇴 - 불신과 공포, 분노와 적개심에 사로잡힌 시대의 길찾기
모호함으로 세상을 휘어잡은 글쟁이 | 백 년 동안의 고독
스페인 내전의 초상 | 카탈로니아 찬가
광기 어린 베트남전, 그 소용돌이 속으로 | 전쟁의 슬픔
우리의 월남전 | 베트남 전쟁 - 잊혀진 전쟁, 반쪽의 기억
세세하게 기억하기 | 친일과 망각
허구가 만든 힘, 희망 | 호모 데우스
유발 하라리에게 극단적 편향성은 없을 것이다
제3장 실사구시, 그 양날의 검을 어루만지다
종교는 윤리와 도덕을 초월하는가 | 신 없는 사회
무엇을 비르투로 삼을 것인가 | 마키아벨리의 네 얼굴 - 군주론 너머 진짜 마키아벨리를 만나다
공자가 꿈꾼 세상 | 우리에게 유교란 무엇인가
죽은 고전, 그 흰 목을 어루만지며 |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 김영민 논어 에세이
기획자만이 살아남는다 | 지적 자본론
한 발은 현실에, 한 발은 미래에 | 12가지 인생의 법칙 - 혼돈의 해독제
텅 빈 군중 속에 사는 생기, 그러나… | 부족의 시대 -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개인주의의 쇠퇴
존재는 허무하고, 허무는 내적 혁명을 추동한다 | 모멸감 -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금융, 지옥문을 열다 | 근시사회
모든 성장을 즉시 멈추라고? | 이것이 생물학이다
모호하고 짜증나는 묘한 마력 | 칠레의 밤
똥 누며 독립 투쟁하기 | 구원의 미술관
전태일 평전을 읽고 이소선 여사를 만나다 | 전태일 평전
건축의 완성은 소멸이다 | 풍화에 대하여 - 건축에 새겨놓은 흔적
다시 가보고픈 그리운 유리창琉璃廠 |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예공화국
대중 예술인과 온갖 술 이야기 | 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
미국과 러시아 농촌문학의 선동성 찾아보기 | 개척되는 처녀지 상・중・하
마술적 리얼리즘이 쓴 자서전 |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제4장 침잠과 사색, 읽고 쓰는 즐거움에 매료되다
문학으로 할 수 있는 일 |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단편소설이 지닌 맛 | 대성당
삐딱선을 탄 달관의 문장가 | 지금 조선의 시를 쓰라 - 연암 박지원 문학 선집
질기고 모질게 순응하기 | 외람된 희망
근현대사를 꿰뚫는 자전소설 | 관촌수필
장어와 소신공양燒身供養 - 『동다송東茶頌』을 읽다가 착각에 빠지다
조명발 받는 맞춤 양복 | 임헌영의 유럽문학기행
흥미진진한 총합본 | 찰스 디킨스, 런던의 열정
슬픔에 빠져 내 하루를 다 바친 책 | 숨결이 바람 될 때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 | 마르케스의 서재에서
다섯 번을 읽어도 다 다르게 읽힌다는 책 | 페터 카멘친트
내 맘대로 책 읽기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라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와 소설의 재미
도스토예프스키의 삶과 글 | 악령, 학대받은 사람들, 백치를 중심으로
점성술이 만든 여백, 그 위에 수놓은 욕망 | 루미너리스 1~2
빛도 없고 영광도 없는 길 위에서 | 배를 엮다
돌연변이가 악이 아닌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 종의 기원
글쓰기의 어려움
저자소개
책속에서
절대로 진도를 못 나가게 하다가 끝내는 포기하게 만들던 악질적인 책. 질리다 못해 아주 발작을 하게 만들던 미친 책. 이게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졌던 호메로스에 대한 인상이고 트라우마다. 그 트라우마가 이 책을 통해서 실로 반세기 만에 깨졌다. 고전에 길라잡이 책이 왜 필요한가를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슬프게도 그는 본인이 가진 자유의지를 많이 상실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죽고 사는 일은 사람만 겪는 게 아닙니다. 온 세상 삼라만상이 저마다 겪는 일입니다. 온 우주가 이런 일을 매일 매시간 매초마다 겪습니다. 그래도 한강은 유유히, 저 혼자 흘러갑니다.
나는 견딜 수 없이 허무하고 외로웠다. 눈에 띄는 모든 것이 다 불쌍해 보이고 살고 죽는 것이 다 부질없어 보였다. 인적 끊긴 한강 백사장에 자주 나가 끝없이 걸었다. 그러다 깊고 큰 모래 구덩이를 만나면 그 속에 들어가 시체처럼 몇 시간씩 누워있기도 했다. 잠을 잘 못 잤고 밥을 먹으면서도 내가 한심하고 처참했다. 살겠다고 밥을 씹고 있는 내가 환멸스러웠다. 성적은 점점 떨어졌다. 부모님은 걱정하셨지만, 이런 고통에 빠진 나를 잡아 줄 사람은 내 곁에 아무도 없었다. 나는 존재했으나 존재하지 않았고 모든 것이 내게서 떨어져 나가 객관화되었다. 나는 그 책만 읽고 또 읽었다. 그러나 나는 살아 있고, 살아있었으며 점점 어른이 되어갔다. 어둡고 광막한 우주, 거기서 옮겨붙은 ‘중2병’이 나를 평생 지배했지만, 오히려 그 병이 나를 더 빨리 어른으로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