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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건축 > 건축이론/비평/역사
· ISBN : 9791189534608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5-02-20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책을 내며
01 문훈의 상상사진관 2003~2004
02 방철린의 탄탄스토리하우스 2004~2006
03 최삼영의 갤러리 소소 2006
04 조성룡의 지앤아트스페이스 2005~2008
05 황순우의 인천아트플랫폼 2004~2009
06 김영준의 학현사 2006~2009
07 이성관의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 2007~2010
08 조남호의 살구나무집 2009~2010
09 익스뛰 아키텍츠의 전곡선사박물관 2006~2011
10 시스템 랩의 폴 스미스 플래그십 스토어 2009~2011
11 와이즈건축의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2011~2012
12 김수근 · 장세양 · 이상림의 공간 콤플렉스 1971~1977, 1996~1997, 2002
건축답사 지도
도판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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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프롤로그
이 책은 2000년대 사반세기 전반의 한국건축에서 나름 유의미한 사례로 구성됐다고 하겠다. 이제는 원로가 된 4.3그룹 멤버들의 작품으로부터 2011년 젊은건축가상 수상자의 작품까지 다뤘고, 한국현대건축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1970년대 김수근의 공간사옥을 포함한 ‘공간 콤플렉스’까지를 아울렀으니 말이다. ‘공간 콤플렉스’는 자체만으로도 한국 현대건축의 핵심 궤적을 가로지른다. 게다가 개별 건축가나 건축물과 관련된 이슈도 꽤 폭넓다. 앞서 일부만 언급했지만, 이 책은 2000년대 한국건축을 둘러싼 감각과 논리, 전통과 테크놀로지, 공간과 텍토닉, 도시적 맥락과 풍경, 리모델링, 도시재생, 목조건축, 일상과 거주 등의 주제에 두루 접해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대상 건축물이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가 종종 건축사무소를 대형 사무소와 아틀리에로 양분해 보기도 하는데, 여기에 대규모 조직의 시스템이 만들어 낸 건축 사례가 부재함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개별 건축가의 창작을 중시하는 건축가협회의 노선과 맞물린 것이기도 하고, 『건축가』 비평 섹션 주관자의 선호도나 대상 건축물의 답사 가능여부 같은 현실적 형편에도 기인한 바 컸으리라 생각된다. 즉, 이 책이 담은 열두 사례는 대부분 필자가 의도해 선택한 대상이기보다 이미 주어진 것이었는데(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하나는 필자의 추천에 의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두 퍼즐이 모여 2000년대 한국건축의 풍경을 적절히 그려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쯤해서 2013년 말의 ‘공간 콤플렉스’를 다룬 글까지 열한 편이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정만영 교수가 비평 섹션을 주관하던 때의 것임을 밝혀 두자. 당대 한국건축에 무지하던 신출내기 연구자를 현장으로 끌어내준 데 감사를 표하기 위함이기도 하고, 한국 현대건축에 대한 그의 통찰을 일부 인용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정만영은 2010년의 한 글에서 ‘경험과 실험’이라는 양극적 개념 틀로 2000년대 첫 10년의 한국건축을 설명한 바 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절망과 2002년 한일 월드컵의 환희는 이 양극적 개념의 외적 배경이었는데, 그의 관심은 익숙한 경험에 안주하기보다 현실적 제약을 넘어 새로움을 생성하는 실험과 혁신의 건축에 있었다. 필자가 종종 참조하는 앤서니 비들러의 모더니티(modernity) 개념과도 맥이 닿는다. 하지만 필자는 비평가 정만영이 경험 너머 실험을 촉구했던 것에 전폭 동의하면서도 이 책에 그와 조금 다른 뉘앙스를 담고자 했다. 경중에 차이가 있음에도 경험과 실험 모두를 한국 현대건축의 중요한 층위로 인정하는 점에서 그렇다. 처음 글을 쓸 당시 비평의 날이 아직 무뎌서일지도 모르나 기본적으로는 역사 연구에 바탕을 둔 필자의 입장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원래 글들이 비평 섹션에 실리긴 했지만 단상 수준에 머문 것도 많음을 고백해야겠다(당시 지면은 한 건축물에 대해 서너 명의 평자가 짧은 글을 싣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그 글이 단상이든 평론이든, 역사적 기록이라는 의식은 늘 했던 것 같다. 그런 의식이 공간사옥을 다루며 가장 뚜렷이 반영됐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이렇게 10여 년이 지나 묶어내니 이 책은 평론집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근과거에 대한 역사 기록의 성격이 짙어졌다. 각 장은 네 개의 꼭지로 구성되는데, 각각 그 역할을 한다. 책의 핵심인 원 평론은 필자의 당시 인식을 보여주는 기록이고, ‘건축가의 말’은 건축가의 설계 의도를 나타낸다. 그리고 각 장 마지막의 건축 정보는 실무적 데이터의 기록이다. 이 세 개 꼭지는 『건축가』에 게재된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건축가의 말’ 중에는 일부의 예외가 있고(그 경우 해당 글 밑에 출처를 표기했다), 건축 정보는 여타의 자료나 이후의 내용을 더해 보완했다. 각 장 맨 앞의 소개글(파란색)은 현재적 관점에서 대상 건축물과 원래 출판된 글을 역사화시키고자 한 꼭지다. 다른 장의 내용과 엮기도 하고 이전 역사나 이후 상황을 살피는 등으로 10여 년 전의 평론과 대상 사례를 지금 어떻게 읽어야 할지 안내한다. 독자마다 책읽기 방식을 달리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차례로 책을 읽어내려 가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원하는 장만 골라 읽어도 무방하다. 혹은 원래의 평론이나 ‘건축가의 말’을 꼭지별로 읽는 것도 방법이다. 대상 건축물과 건축가의 역사적 맥락을 개괄하기 원한다면 소개글만 먼저 볼 수도 있겠다. 책 뒤에는 건축답사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지도도 부가했다.
- ‘책을 내며’ 중에서
특이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인지, 그때부터 몰두했던 그림 그리기 때문인지, 문훈의 남다른 상상력은 무미건조한 기존의 건축 관례를 깨뜨리는 독특함을 노출해왔다. 판타지, 페티시, 포르노필리아, 그리고 샤머니즘과 싸구려……. 이런 그가 자신의 또 다른 자아(alter ego)를 드라큘라로 여기는 건축주를 만나 구축한 “드라큘라의 성”이 바로 상상사진관이다.
이 건물에 대한 그의 소개문에 표현된 “가급적 동선을 길게”, “천천히 걷도록” 등의 문구를 보자. 이는 앞서 거론한 길의 의미를 반추케 하며, 4.3그룹의 동료 이성관이 탄허대종사기념박물관에서 말한 “과정적 공간”의 길도 떠올리게 한다. 또한 다가구주택 이름이었던 ‘하늘마당’이 탄탄스토리하우스에서도 언급됨은 이것이 그의 대표적 건축 어휘가 됐음을 보여주는 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