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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9632052
· 쪽수 : 202쪽
· 출판일 : 2023-05-20
책 소개
목차
『나의 계절이 오면』을 엮으면서 _한소민 3
김정현
얼음 13
네발자전거 16
나는 계절이 되고 싶다 18
누나와 신발 21
엄마의 한라산 25
내게도 사랑이 28
안경 31
중국집 35
방구석 미용실 38
신발과 일주일 41
박춘걸
‘봉고’, 낭만에 대하여 49
다섯 번의 4학년 53
전라도 깽깽이 57
너무 다른 그녀 61
마법 같은 아내의 손 65
엄마의 밥상 69
고향이 어디세요?! 72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75
연필이 지나고 글이 남는다 79
연필이 지나고 글이 남는다 with ChatGPT 82
나는 거울이다! 84
벚꽃의 유혹 88
늙는다는 착각 91
배달희
엄마와 호미 97
그리운 친구를 생각하며 100
언제쯤 내려놓을 수 있을까? 104
내 이름은요 107
수제비 한 그릇 111
약속 위반은 범죄 115
지금 농촌은 바쁘다 119
단풍 든 사람도 꽃보다 아름답기를 123
우리 집 김장하는 날 127
선택의 갈림길에서 131
하윤호
뭉게구름 137
붕어빵 143
누이의 첫사랑 148
가방 153
연필 157
삶 161
인도 홀리축제 165
잡초 170
둘째사랑 175
이별여행 190
에필로그 257
책속에서
차갑다. 딱딱하다. 두 형용사로 요약된 얼음은 세상에 나오는 순간부터 녹아 사라질 일만 남았다. 생선 아래 깔려 비린내로 죽어가는 얼음, 냉채 국에 빠져 흐느적거리며 죽어가는 얼음도 녹아 사라질 것이다. 추운 겨울에 태어나도 넉 달을 버티지 못하고 봄이 오면 사라지는 눈도 얼음과 같은 운명을 가졌다. - 「얼음」
뒤에서 자전거를 미는 엄마의 말에 맞춰 발을 굴렀다. 한 쪽 발을 지구의 한 가운데로 밀어 넣으면 튀어 오르는 반대 발을 다시 있는 힘껏 심장에서 멀리 밀어냈다. 머물던 주변 공기가 점점 바람이 됐다. 나무들이 서서히 움직였다. 어렵지 않았다. 쉬지 않고 발을 굴렀다. 제법 차가운 바람이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 엄마는 내 뒤에 있었는데 뒤를 돌아보니 아이들처럼 작아졌다. - 「네발자전거」
실선을 달리던 겨울이 천천히 점선을 지나 봄으로 옮기는 중이었다. 계절은 내가 딴생각에 잠겨도 둘 사이의 간격을 만들지 않아 쫓아갈 이유가 없어서 좋았고, 계절은 해가 지는 오늘과 어둠이 내리는 내일의 사이에도 끼어들 틈을 만들지 않아 다행이었다. - 「나는 계절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