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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9688516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1-01-17
책 소개
목차
제1부 고향에 돌아와서
제2부 파도가 밀려와 달이 되는 곳
제3부 바람도 울고 넘는 고개
제4부 흔적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광주 도심의 아파트 생활을 청산하기로 했다. 고향마을 빈집으로 간다. 생각하면 아득한 길, 회귀의 수순은 번잡하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리 복잡할 것도 없다. 아득하다. 나이 오십 살이 채 안 되는 동안 나는 무슨 꿈을 꾸어왔을까? 5.18이 일어난 해부터 시골을 벗어나 도회에서 살기 시작했으니, 올해로 꼭 30년째다.
어느 시골 마을이든 빈집이 넘쳐흘러서 깨끗이 치우고만 산다면 대환영이었다. 대충 1~2백만 원 정도 들여서 수도, 보일러, 창틀, 전등 같은 것들을 손보면 세간을 들여놓기에 충분할 것 같았다.
귀농이니 귀향이니 하는 호사스러운 말들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출퇴근을 할 수 있을까? 아침저녁으로 오가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뿐, 시골집에서 광주 도심 사무실까지 승용차로 한 시간 남짓밖에 안 걸린다.
늘어날 기름값은 감수하기로 했다. 미처 백 킬로가 못 되는 길, 그나마 내 차는 기름 값이 조금 덜 드는 편이니 편도 7천 원, 왕복 만 오천 원 정도면 충분하다. 오가는 길거리에서 기름을 태우는 환경오염은 어찌할 수 없으리. 애당초 나는 어느 한 낱말로 귀결되는 절대가치를 섬겨본 적 없으니, 또렷한 지주대 없이 그냥 바람 부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려볼 참이다.
내게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엮어내는 삶의 방정식은 도저히 해결 난망의 난수표만 같다. 그나마 남은 힘을 소진하고 싶지 않다.
산벚꽃이 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