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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91189898335
· 쪽수 : 373쪽
책 소개
목차
ㅣ머리말ㅣ 5
프롤로그 ‘무언가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다’ 13
제1장 우연성에 저항하다 43
1. 상관주의와 신앙주의 44
2. 우연성ㆍ필연성ㆍ사실론성 67
3. 망령의 딜레마 83
제2장 인간으로부터 객체로 113
1. 객체 지향 존재론 114
2. 쿼드러플 오브젝트 135
3. 사물의 초월 163
제3장 보편성을 탈환하다 181
1.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의 넓이 183
2. 매개설로부터 접촉설로 208
3. 새로운 넓이의 행로―다원적 실재론 223
제4장 새로운 실재론=현실주의 251
1.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253
2. 의미의 장의 존재론 276
3. 높이도 넓이도 없이 300
에필로그 멜랑콜리스트의 모험 323
ㅣ참고문헌ㅣ 355
ㅣ후기ㅣ 365
ㅣ옮긴이 후기ㅣ 369
리뷰
책속에서
현대 실재론이란 무엇인가? 철학적으로는 ‘20세기 후반에 융성한 포스트모던 사상을 종언시키고자 하는 운동’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그것은 새로운 ‘실재론’에 의해 반상대주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철학에서 ‘절대적인 것’을 되찾으려고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퀑탱 메이야수, 그레이엄 하먼, 마르쿠스 가브리엘, 찰스 테일러, 휴버트 드레이퍼스와 같은 현대의 철학자들은 ‘실재론’의 부흥을 지향하며 현대철학의 담론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현대철학에서 포스트모던 사상의 종언과 실재론의 대두를 ‘실재론적 전회’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푸코, 데리다, 들뢰즈와 같은 포스트모던 사상의 논객은 근대철학을 암묵적으로 관철하고 있던 도그마를 고발했다. 즉, 이성, 주체, 의식, 진리, 보편성, 본질, 동일성과 같은 근대적 개념의 배후에 놓여 있는 자기중심성, 폭력성, 제도성, 경직성을 폭로했던 것이다. 근대 유럽의 가치 기준을 뒷받침해온 철학의 담론을 가지고서는 근대가 경험한 인류의 비참― 마녀 사냥, 종교 전쟁, 제국주의, 식민지 지배, 노예제, 인종 차별, 그리고 근대의 귀결로서의 두 번의 세계 대전과 나치즘과 스탈린주의라는 전체주의―에 대항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세계의 모든 사태를 하나의 틀로 완전히 이해하고 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고 단언하는 근대적 개념 그 자체가 사실은 근대의 폭력을 내부로부터 지탱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제기되었다.
따라서 포스트모던 사상이 씨름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은 첫째로 근대철학의 비판이고, 둘째로 근대적 개념에 대해 상대주의의 원리를 맞세우는 것이었다. 철학을 위한 절대적인 출발점―예를 들어 데카르트의 ‘코기토’―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러한 것은 인간에게 있어 해롭기까지 하다고 고발했던 것이다. 푸코의 ‘에피스테메’, 들뢰즈의 ‘반복’, ‘데리다’의 ‘차연’과 같은 개념은 일반적으로 ‘인식과 앎의 상대화 원리’로서 제출되었다. 한 마디로 말하면, 그들의 관심은 ‘절대적 도그마’를 거부하는 것에 쏟아졌던 것이다.
포스트모던 사상의 동기와 작업은 ‘폭력에 대항하는 철학’이라는 이미지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방법이 상대주의였다는 점은 커다란 과제로서 남겨졌다. 왜냐하면 상대주의는 결국 힘의 논리를 귀결로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폭력을 악으로 보는 근거조차 상대주의에서는 상대화될 수밖에 없으며, ‘힘이 강한 것이 이긴다’는 자연의 논리에 대항할 수 없다.
따라서 현대철학은 무언가 ‘절대적인 것’을 되찾고자 노력한다. 현대철학의 실재론적 전회는 포스트모던 사상의 상대주의 담론에 대해 안티테제를 강력하게 내세웠다는 점에서 철학의 보편주의로의 전회를 예감케 한다.
높이와 넓이를 상실한 세계에서 우리는 '우연성'에 농락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