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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9898458
· 쪽수 : 143쪽
책 소개
목차
ㅣ시인의 말ㅣ 5
제1부
겨울강 13
돌아온 밤길 14
물봉선 15
하느님도 내 것 16
기름을 짜내면 18
새순아, 미안하다 19
앉은뱅이책상 20
감춰진 이야기ㆍ1 24
감춰진 이야기ㆍ2 26
감자2 29
산비둘기의 봄 32
합장 34
인연 36
이젠 그러려니 한다 38
망월 41
제2부
별 담아오는 여인 45
가을강의 백로 46
부엉이 울던 밤 47
건조기간 48
8월의 끝자락 풍경 49
거미줄 50
까치밥 51
국가론 52
적폐와 반동 54
똘 56
작어 57
유등 58
장송 60
기도를 멈춰라 61
그렇게 지나가는데 62
들국 63
대보름 주문 64
도발이 66
제3부
박제된 사람 71
저 산들도 다투며 사는지 72
청바지 74
은하철도 76
자위 77
군불 때던 겨울밤 78
밤길 80
대추나무 시집보내는 날 82
늙은 참나무집 84
새뱅이찌개 86
아름다운 혁명이라고? 88
세상일이란 게 90
몸단 박새 91
밤 92
경운기 94
덫 97
꽃의 미소 98
제4부
뜨락의 봄볕 101
독백 102
오후의 물비늘 104
정의 106
산책 108
돌탑 110
상사화 112
여기 계신가요 114
붓꽃 피어오르던 날 116
달무리 117
빈 꿈 118
봄맞이 푸념 120
감자밭에 두엄 내며 121
섣달그믐날 124
발자국도 닮아가네요 125
농민으로 산다는 것 126
파도 128
ㅣ해설ㅣ 이민호 131
저자소개
책속에서
<기름을 짜내면>
내 몸을 갈아 짜내면
몇 종발의 기름을 얻을까
무덤까지 가는 길
추위 막을 만큼은 될까
꺼뜨리지 않고
긴 어둠 밝힐 수 있을까
함께 기뻐했던 사람 돌려보낼
호롱불 심지 태우지나 않을까
어리석음 많은 불순한 것이라서
끄름이 많겠지
다행히 기름에 눈물은 없겠지
<청바지>
일천구백칠십년대
청년 시절을 보냈으나
예순다섯에 난생처음으로
누구한테도 믿기지 않겠지만
추곡수매 끝나고
무 배추 뽑아놓으면 가겠다고
며칠을 벼르고 별러 작심하고
늦은 가을비 내리는 날
미군 주둔 방위분담금 따따불 인상과
지소미아 겁박하러
미 국방장관 방한한 날,
살을 태우는 전태일의 화염이
사팔뜨기 진영의 검은 연기로
불꽃을 잃어가던 날,
식량자급 반의반도 안 되는데
이제는 개발도상국 훨 넘어섰다고
고삐 풀린 소가 웃던 날,
플래카드 잠바 속에 감추고
광화문 미 대사관 쳐들어간 쌍팔년도 농민시위
그 기록을 새로 써야 한다고
광주 김정순 동지와 통화한 날
스무 살 때부터
양키문화라고 끝끝내 외면했었는데
최신 유행 신상품 청바지를
겁도 없이 농협 신용카드로 사서
존나 멋지게 입고
가을비 낙엽을 밟았다
뭐 별것도 아니네
<늙은 참나무집>
양철지붕에 퍼붓는 비는
그침 없이 줄곧 내려
원래 이 집이 내는 소리가 되어
고요와 침묵을 가르치고
지난밤 혼돈의 쾌락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새벽 지나 잠들어 눈떴을 때
출렁이는 살덩이에 놀랐었지
방문이 열리고
낯선 사내 목 디밀고 두리번대며
무슨 말인지 중얼대다
포기한 듯 문 닫고 가버린다
세느강변의 버드나무
바람에 흔들리는 요란한 곡조는
빗소리를 증폭시키는데
여기가 누군가를 위해
종을 울릴 수 있는 집이라는
그녀의 술 취한 말을 듣는다
오래된 참나무에 기대어
양철지붕은 무너지지 않았고
다음날 그녀는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