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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049160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0-11-05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당신에게 일시 정지를 권유합니다 ◈ 007
1장 일시 정지 전
01. 성실하지 않은 의사 ◈ 013
02. 나 같은 톱니바퀴 따위, ◈ 019
03. 포기할 것, 포기할 수 없는 것 ◈ 022
04. 어려운 말을 어렵다고 하지 못한다면 ◈ 029
05.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시킨 결과란 ◈ 037
06. 내가 환자를 죽였다 ◈ 044
07. 일시 정지 하다 ◈ 049
2장 일시 정지 중
01. 당장 내가 행복할 일 하나 ◈ 055
02. 내일, 내 일보다 앞세워야 할 것들 ◈ 061
03. 처음 넘어 본 나의 울타리 ◈ 064
04. 비교의 시선을 둘 곳은… - 콜롬비아 ◈ 067
05. 다른 이의 도움에 그저 기대는 법 - 파미르 하이웨이 ◈ 077
06. 계획은 완성의 조건이 아니다 - 이르케슈탐 ◈ 083
07. 지금, 여기에 만족하기 - 훈자 ◈ 092
08. 일상의 가치 - 코카서스 ◈ 099
09. 이뤄지지 않은 것의 고마움 - 북유럽 ◈ 107
10. 내게 여행은, 네게 여행은 - 발칸 ◈ 116
11. 다시 플레이 버튼을 누를 때 - 중미 ◈ 123
3장 일시 정지 후
01. 나는 여전히 나였지만 ◈ 135
02. 한 발자국 옆에서 내 감정과 마주하기 ◈ 141
03. 나만의 부정 조절법 ◈ 145
04. 꿈은 일상이 되고, 일상은 꿈이 되는 ◈ 149
05. 불확실함을 인정해 본다면 ◈ 157
06. 그럼에도 해내야 하는 일 ◈ 163
07. 병보다 먼저 사람을 본다 ◈ 169
08. 성실하고 싶은 의사 ◈ 178
09. 비움으로 채워지는 나의 보통날 ◈ 185
에필로그 ◈ 191
작가의 말 ◈ 19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많이 지쳤다면 잠시 쉬어 가도 괜찮습니다. 일상과 거리를 두고 나서야 저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그제야 제 일상을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쉬는 동안 뭘 할지는 각자의 선택입니다. 꿈꿔 왔지만 잠시 접어 둬야 했던 음악을 할 수도, 새로운 언어를 배워 볼 수도, 타지에서 살아 볼 수도 있겠죠. 많은 선택지 중 저는 여행을 택했을 뿐입니다. 쉬어 가지 않아도 자신을 알고 행복한 일상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저는 그렇지 못해 진통을 겪고 멈춰야 했으니까요. (‘들어가며’)
나는 악화되기 전부터 천천히 환자가 죽음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 이 환자에게 해 줄 일은 폐렴 치료뿐 아니라 죽음을 준비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나는 안내자가 되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병에 대한 치료만 어설프게 알고 있었을 뿐, 괴로워하는 환자들의 마음은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환자들이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그들 앞에 있는 내 행동과 마음을 보며 깨달았다. 눈앞에 바로 보이는 일만 할 줄 알았지,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모르고 있었다. 상급자가 내게 정해 준 일이 지체되지 않도록 해냈을 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의사로서 능력을 따지기도 전, 시작부터 무언가 잘못돼 있었다. 나를 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04. 어려운 말을 어렵다고 하지 못한다면’)
운 좋게 원하던 과를 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미래만 바라보며 생긴 욕심은 채웠다. 하지만 기쁨은 잠깐이었다. 전공의 생활은 기대만큼 행복하지 않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일의 의미와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해 보지 않았다. 뚜렷한 목적이 없었고 삶의 방향도 없었으니 재미도 보람도 느끼기 힘들었다. 그래서 항상 병원 밖으로, 즐겁고 짜릿한 것을 쫓아다녔다.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은 결국 이루지 못했다. 나를 다시 돌아봤다. 당장 눈앞의 목표만 이루면 행복할 거라며 참고 노력한다. 한 고비 넘으면 다시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 내고, 행복할 거라던 나는 또다시 희생된다. 정상인 줄 알고 가파른 언덕을 올랐더니 눈앞에 또 다른 정상이 보인다. 그리고 계속 반복. 그때마다 나는 어김없이 다른 사람들이 옳다고 말하는 길을 따라간다. 결과는 내 전공의 생활에 여실히 드러났다. 내 일의 의미도 모르고 찾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성공만 바라는 의사로. 내가 진정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지 못한 사람으로. (‘05. 미래를 위해 지금을 희생시킨 결과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