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121118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0-03-27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사막 / 7
쑥부쟁이 꽃 / 31
그림 그리는 여자 / 57
겨울 야생화 / 81
영감호 씨의 행운 / 105
달밤 / 133
매미와 바퀴벌레 / 159
아리랑 랩소디 / 185
해설 / 211
저자소개
책속에서
맞은편 모래언덕의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 세 사람이 보인다. 나란히 줄을 서서 올라가는 사람들, 하얀색 도포에 허리와 하얀색 두건은 검은 띠로 묶여 있다. 낙타도 타지 않고 가는 사람들이 아주 먼 시간 속에서 올라오는 사람 같아 보인다. 사막 깊은 곳에 있는 파라오의 궁전에서 그들의 존재를 현실 세상으로 알리러 가는 사신들 같다. 사막 어딘 가에 아직도 궁전이 있는 것일까? 파라오가 태양신을 섬기었다는… 나는 엉뚱한 생각을 한다. 목을 조이는 갈증에 머리가 타 들어가는 것 같다. 가죽 물통을 높이 들고 탈탈 털어보지만 남아 있는 물은 없다. 나는 정신을 차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안내인이 모래언덕 위로 올라가고 있다. 하늘이 열린다는 곳은 어디쯤에 있을까? 지치고 허기진 몸으로 태양빛이 파고들어온다.
- <사막> 중에서
눈 속을 계속 파고 들어가면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 커다란 소나무 밑에 묻힌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평소에 품었던 뜻이라고 했다. ‘너는 커서 푸른 소나무처럼 꿋꿋하고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이 일병이 일곱 살 때까지 아버지가 하던 말이었다. 이 일병은 소나무 밑을 파고 들어가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 아버지를 만나서 왜 돌아가셨는지 묻고 싶다. 하지만 나무들은 말없이 눈을 뒤집어쓰고 있고 나무 밑의 눈의 두께는 이 일병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 본문97p <겨울 야생화> 중에서
오동나무 숲 뒤 도로를 따라 자동차로 십 분도 안 걸리는 당산 터널을 지나면 곧바로 인구 사십만이 넘는 부광시가 있다.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서울까지 두 시간 이내로 좁혀지고, 도시 서북쪽 해안이 무역항으로 개발되고, 제철공장과 자동차공장이 들어서고, 여기저기 공단이 들어서면서 도시는 몰라보게 커졌다. 낡은 건물들이 헐린 자리에 높고 큰 빌딩들이 들어서고 아파트 단지며 상업지구들이 도시외곽으로 급속히 번져나갔다. 밤이면 도시 전체가 불야성을 이루는 불빛에 하늘의 달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 <달밤>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