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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90413640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4-01-15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 하나 5
지은이의 말 10
1. 내 몸도 내 마음도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
나는 왜 이 모양인가 19
‘좋은 삶’이란 어떤 모양? 24
어떻게든 살아보고 싶어 품은 질문들 28
어떤 게 진짜 내 마음일까 34
가까스로 밥을 할 수 있게 되었군요 40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게 진짜 가능해? 45
돈, 그것이 문제로다 54
내 몸이고 내 마음인데 왜 내 뜻대로 안 될까 61
2. 공부 말고는 방법이 없군요
‘혼자 읽는 책’이 부딪힌 한계 71
쉰 살, 진짜 공부를 시작하다 77
공부의 첫사랑, 스피노자와 『에티카』 86
스피노자가 운명과 대면한 방식 92
공부에 대한 욕심과 환상 102
‘열심히’의 다른 사용법 107
공부의 어려움, 하지만 공부의 그 기쁨 114
‘글쓰기’는 가장 좋은 공부 120
3. 공부에도 자립이 필요하다
나의 언어를 찾을 수 있을까 129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내가 선택하기 138
내 신체를 변화시키는 ‘재미난 실험’ 145
스스로 선택하고 실행하며 결과를 향유하는 인간으로 살기 151
내가 ‘차이의 기준’이 될 수 있을까 157
‘나’ 이전에 ‘차이’가 먼저 있었다 166
운명과 재수를 넘어설 유일한 방법, 능동적 기쁨 176
나의 노동은 어째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을까 186
추천의 글 - 둘 19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 와중에 나는 두 번의 결혼을 하고 네 아이를 낳았다. 그간 내 대신 아이들을 키워주고 살림도 해주던 부모님은 내가 막내를 낳고 전업주부로 들어앉자 고향으로 내려가셨다. 그리하여 밥도 살림도 할 줄 모르던 나는 갑자기 네 아이의 구체적인 엄마가 되어, 지지고 볶는 긴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생각해보면, 직장을 완전히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아 온전한 가정주부가 되었던 시간, 그러니까 네 아이의 엄마와 한 남자의 아내로서 맡은 역할이 내 정체성의 전부였던 30대 중반부터 40대까지의 그 시기가 내 인생에서 가장 ‘버라이어티’한 시절이 아니었을까 싶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수많은 사건이 일어났고, 아이들은 쑥쑥 자랐으며, 그 틈새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아우성을 치던 한 여자가 있었다.
어째서 밥하고 살림하는 일이 이렇게 두렵고 힘들고 지겨운 걸까? ‘즐겁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좀 덜 지겹고 덜 힘들게 할 방법은 정말로 없을까? 진짜 죽도록 힘이 들었기 때문에 꽤 끙끙대며 생각해봤는데, 밥하는 일이 그렇게나 부담스러운 것은 내가 그 일을 ‘잘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았다. 능숙하게 척척 잘할 수 있는 일은 절대 힘들게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하고 났을 때 뿌듯함을 주지 않던가! 반대로 서툰 일을 억지로 할 때는, 해야 한다는 걸 알아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어서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게 된다. 의욕도 활기도 없는 데다 이미 찌그러진 몸으로 하는 일이 제대로 될 리 없으니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이치였다.
지금도 여전히 세상 어디서나 비슷한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이 다른데 생각이 다른 것도 당연하지.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참 아름다운 말이다. 그러나 나는 저런 얘기가 아무것도 해결해줄 수 없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내 마음이 내 맘대로 된다면야 가능하겠지만, 아무리 마음을 먹어봐도 싫은 건 싫은 거고 인정이 안 되는데 어쩌겠는가. 그래서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 건지, 어떻게 해야 마음이 싹 바뀌는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소상히 얘기해보시오!”, 요렇게 되돌려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