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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8873378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5-11-14
책 소개
사라진 출판사는 어디로 돌아갈까. 대형 출판사의 인하우스 디자이너는 독립 후 어떤 행보를 걸을까. 편집자 출신 코미디언 겸 소설가와 디자이너 출신 그림책 작가는 ‘책의 끝’을 어떻게 바라볼까. 자신의 첫 책이 절판될 뻔했던 작가는 어떤 자세로 시간을 견딜까. 한국 최초의 출판사 운영자의 후손은 어떤 책을 만들고 있을까. 작가와 함께, 또 독자와 함께 ‘빈자리’를 지켜 내려는 편집자의 분투는 어떤 양상일까. 자신이 운영하는 출판사의 끝을 계속 고민하고 실천하는 이의 생각은 어떠할까. 『끝, 책: 결국 사라지겠지만 결코 사그라지지 않는 찰나에 대하여』(이하 『끝, 책』)는 이러한 궁금증에서 시작되었다.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끝, 책』은 단순히 폐업·창업·전업 혹은 절판·복간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각기 다른 경로로 책과 마주하고, 떠났다가도 다시 돌아오고, 각자의 방식으로 ‘마지막’을 견뎌 내는 출판 현장 사람들의 내밀한 사연들이 얽힌다. 주목할 점은, 이 책이 ‘인터뷰이보다 인터뷰어가 더 중요한 인터뷰집’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일문일답, 인터뷰이 중심 인터뷰에서 벗어나, 인터뷰어의 시선·해석·감정이 전면으로 떠오른다. 인터뷰이의 발화가 흐릿하거나 겹치는 디자인 혹은 아예 과감하게 먹칠하는 실험적 디자인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섭, 대화 이후의 여운 그 자체’를 노린 시도다.
『끝, 책』은 출판사 간 협업·연대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출판공동체 편않과 출판사 핌의 공동 기획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표지와 판권면에도 이 사실을 명기했다. 또한 그동안 ‘저널리즘’을 함께 공부하고 고민했던 세미나(저멀리즘 세미나) 동학들도 집필에 참여함으로써, ‘공동체로서의 출판 과정’을 구현하려고 했다. 이렇게 다양한 필자들이 각기 다른 문체와 관점을 가진 채 대화에 참여하고, 그 다성(多聲)적인 대화가 편집 디자인의 실험적 기법과 결합된다. 덕분에 이 책의 본문은 마치 ‘여러 파동이 부딪히며 생성되는 동심원’처럼 읽히기도 한다. 실제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서로의 말에 교차로 간섭하거나, 어느 한쪽의 요구에 따라 문장이 지워지기도 하는 등, 우리의 관계 혹은 우리의 자리의 불투명하고도 불완전한 순간들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 결국 우리는 타자와의 사이 어드메에서만 존재할 수 있음을, 드러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목차
송현정, 끝
사라진 출판사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 오경철(전 저녁의책 발행인, 현 작가)
할 일이 있을 때는 끝을 생각하기 어렵다 × 함지은(전 열린책들 디자이너, 현 상록 대표)
임헌, 끝
우린 결국 책의 끝을 마주하지만 ⑴ × 원소윤(전 편집자, 현 스탠드업 코미디언·소설가)
우린 결국 책의 끝을 마주하지만 ⑵ × 단정화(전 디자이너, 현 그림책 작가)
맹현, 끝
서글픈 건 참아도 허접한 건 못 참지 × ●●●(●●●●, ●●●●●●●●●)
가드, 흘러가는 시간을 견디는 하나의 방법 × 고정순(그림책 작가)
서윤지, 끝
곁가지를 보살피는 순간들 × 유지희(테오리아 대표)
빈자리를 지켜 내는 마음 × 송지현(길벗어린이 편집자)
양동혁, 끝
내가 없을 집을 짓기 × 이한범(나선프레스 대표)
펺집 후, 기 | 지다율
책속에서
나는 다시 저녁의책이 이제는 사라진 별과 같다고 생각했다. 별은 가스 덩어리와 티끌 뭉치에서 탄생한다. 불분명한 요인의 합에서 시작된 별은 치열한 진화 과정을 마치면 삶을 마무리한다. 별이 죽으면 별을 구성하고 있던 물질이 방출되는데 이 물질은 우주 공간으로 퍼져 새로운 별과 행성의 재료가 된다. 수명이 다하는 순간이 끝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인 것이다.
저녁의책이 망했다, 폐업했다, 문을 닫았다. 출판사의 끝을 의미하는 단어 중 어느 것도 탐탁지 않던 자리에 ‘돌아가다’라는 단어를 넣었다. 사라진 별이 우주 공간으로 돌아가듯, 저녁의책을 구성했던 모든 물질이 제자리로 돌아가 출판계를 이루고 있다.
- (송현정, 「사라진 출판사는 어디로 돌아가는가」)
현실에 유토피아가 있다면 출판계가 아닐까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출판 시장의 목적은 각자 좋은 책을 만들어 독자에게 잘 소개하는 것일 뿐, 서로 이겨 먹으려고 하지 않아 마음에 든다’라는 박정민 배우(이자 출판사 무제 대표)의 인터뷰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하기도 했다. (현실이 어떻든) 함지은의 답변은 아름답기만 해서, 이번 인터뷰로 내 눈에 쓰인 ‘출판계 콩깍지’가 한 꺼풀 더 단단해지겠구나 직감했다. 속세의 내가 기대한 악랄하고 냉정하며 서슴없는 끝을 함지은에게서 캐내지 못할 수 있겠다는 어슴푸레한 예감도 함께였다.
- (송현정, 「할 일이 있을 때는 끝을 생각하기 어렵다」)
인터뷰 질문지를 준비하는 동안 출판학교 시절이 새삼스레 떠올랐다. 출판학교에 입학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서류 심사, 필기시험, 최종 면접까지 총 3번의 관문을 지나야 한다. 게다가 사양 산업으로 불리는 출판계지만 책 만들기를 꿈꾸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출판사가 신입을 잘 뽑지 못하는 상황과 맞물리며 생각보다 경쟁률이 높다. 무엇보다 아직 책 만든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책에 얼마나 진심인지, 책 만드는 일에 대해 얼마나 진지한 철학을 갖고 있는지 증명한다는 건 참 곤혹스러웠다. 편집자반에서 만난 친구들은 모두 책에 대한 열의로 가득했다. 좁은 공간에서 책을 좋아하는 24명의 사람이 만났으니 그럴 법도 했다. 세상에 똑같은 책이 없듯, 편집자가 되고자 하는(될 수밖에 없는) 까닭도 24명이 전부 달랐을 것이다. 나는 출판이라는 세계에 발을 들인 소윤의 첫 마음에 대해 들어 보고 싶었다. 왜 이곳에 발을 들였는지,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어땠는지 궁금했다.
- (임헌, 「우린 결국 책의 끝을 마주하지만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