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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비평/이론
· ISBN : 9791190434072
· 쪽수 : 60쪽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금의 글쓰기는 ≪동물성 루프≫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나는 전시 이전과 이후를 다시 엮으려 한다. 그리고 전시와 퍼포먼스 담론의 영역을 넘어서는 데로부터 이야기의 물꼬를 튼다. 여기서 굳이 선별된 ‘퍼포먼스’라는 장르, 시간-기반 예술의 매체 특정적 정황은 주변적으로만 다뤄질 뿐 이 글의 논점에 해당하지 않는다. 앞서 서술된 모든 문장에서 ‘퍼포먼스’를 지우고 그 자리를 다른 것으로 채워도 질문은 유효하다.
그러니까 과거의, 이미 존재했던(혹은 이미 끝난), 지금은 ‘살아 있지 않은’ 이미지를 보는 경험에 대해 말해보자. 이 글은 어떤 전시의 사후적(posthumous) 작업이자, 동시에 어떤 종류의 사후성(after-life)과 관계하는 이미지의 발생을 다룬다. 이를 위해 이미지가 기록과 언어를 선회하여 발생하는 지점을 파편적으로 접근한다. 그리고 ‘이미지’ 경험, 그 시각적(visual) 경험이 ‘무엇의 효과’로 서술되기보다 그 자체의 힘을 마련하는 지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어지는 글은 다음의 질문에 대한 답을 시도한다. 과거·죽음·역사에 귀속하는 것은 어떻게 현재의 이미지로서 발생하고 감각되는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작가 자신의 이전 퍼포먼스 및 다른 역사적 퍼포먼스를 재연한 <Seven Easy Pieces>(2005)에서, 퍼포먼스 도큐멘테이션은 과거의 ‘그’ 퍼포먼스의 유일한 힌트가 됨으로써 실황 공연의 보충물이 아닌 다른 위상을 점한다. 도큐멘테이션은 실제 ‘그’ 퍼포먼스가 어떤 물리적 조건 안에서 행해졌는지 알려주는 여타의 정보가 극히 제한된 경우-이를 테면, 남은 ‘정보’는 사진 한 장이 전부인 발리 엑스포트의 <Action Pants: Genital Panic>(1969)-에 오로지 이미지로써 다른 정황을 상상하고 독해하며 재설정하도록 만든다. 결국, 아브라모비치가 ‘재연’과 ‘재현’의 문법으로 과거의 퍼포먼스를 수행한 <Seven Easy Pieces>는 실황 공연의 유동적인 상태와, 과거 작품을 재맥락화하면서 그 나름의 고정된 구조를 갖추게 된다. 이에 대해 유동적인 것과 구조적인 것의 이중적-양립 불가능한(incompatible)-상황을 지적할 수 있다. 여기서 도큐멘테이션은 과연 퍼포먼스가 특정한 시점에만 존재하는, 휘발되고 한시적인, 유동적인(mobilized) 특성을 갖는다고 말할 수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