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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492270
· 쪽수 : 22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7
1부 네가 가서 아무리 말해도
당나귀들의 뒷발질 13
빛의 왕관 27
시의 여왕 36
하늘의 천 46
2부 고양이의 실체
고양이의 실체 65
손가락의 예언 74
사슴의 갈급함 86
성경방의 비밀 95
3부 감옥의 왕
감옥의 왕 111
죄의 공룡 129
차릉파의 왕관 141
4부 의인
공개 157
어둠의 독방 172
모순의 언어 185
은유의 극점 196
작가의 말 216
저자소개
책속에서
성경의 언어는 인간에게는 막다른 글쓰기다. 한 글자도 한 획도 함부로 바꾸지 말라고 했다. 그런 전제주의적인 글은 인간의 상상력을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의 언어는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과 운명을 허용한다. 성경의 역사는 예수를 통해 인간을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긴다고 했지만, 나는 내 상상력을 통해 죽은 차릉파를 살려내고 인간을 살려낼 것이다. 성경은 말씀으로 역사하신다고 하지만, 나는 내 기호와 문장들로 새 역사를 만들어갈 것이다.
“신라의 여왕이 행차하셨습니다! 다들 고개를 숙이시오!”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인 채 낄낄거렸다. 폭죽이 터졌고, 사방에서 ‘보이’들이 맑은 술을 배달했다. 조자치는 그녀에게 눈치를 주었다. 중앙 좌석에 앉아 있는 관장에게 다가가서 술을 따르라는 신호였다. 그녀는 갑자기 여왕의 자존심으로 그에게 술을 따를 수 없을 것 같은 심정이 생겼다. 그때 노기를 띤 음성이 그녀의 귀를 파고들었다.
“이 나라의 여왕은 일본인 누구에게나 술을 따를 수 있을 만큼 미천한 존재다. 술을 따르거라.”
차릉파는 술을 따르지 않았다.
어둠 속에는 방향이 없음을 여태 몰랐다. 방향이란 나 자신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오른쪽과 왼쪽이 정해지고 앞과 뒤도 정해진다고 믿었었다. 인간의 몸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여겨왔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는 내 오른쪽이나 내 앞이나 의미가 없다. 방향은 빛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빛 안에서만 제대로 방향을 잡을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