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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526050
· 쪽수 : 276쪽
책 소개
목차
마애암 골짜기
세상 속으로
밤의 넋
사막의 달
총
가대기의 노래
조수潮水
순교시대
해설 / 마애암 골짜기에서 솟아오른 놀라운 세계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득한 시야 속에 갑자기 수십 마리의 작은 새들이 버려지듯 경사면 잡목 숲에서 저수지 제방 뒤로 한꺼번에 떨어졌다. 결국 명수는 저수지의 검은 수면을 보고 말았다. 먹구름이 천지간 가득한지 밤하늘 한쪽이 아주 가는 틈바구니를 이루면서 그쪽으로만 별들이 빼곡했다. 갇힌 저수지의 검은 물들은 제방 쪽 가장자리를 치면서 스윽 입을 벌려 명수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마애암 골짜기」)
나는 순간 그 얼굴이 영순이가 아닐까 했다. 아니면 사촌누이거나….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시신의 머리 부분을 당겨 얼굴을 확인하려 했다. 남자였다. 아까 승강구에서 그림자처럼 서 있던 그 어린 입대병과 비슷하게 보였으나 아니었다. 승무원 하나가 나를 밀쳤다. 나는 강변 호텔에서 내게 사랑을 호소했던 그 초로의 남자 얼굴을 겹쳐 본 듯한 충격을 받았다.(「세상 속으로」)
낡은 형광등은 삭을 대로 삭아서 빛을 내기보다 주위의 빛을 천천히 빨아먹고 있는 듯이 보였다. 몹시 두께가 두터운 아날로그형 텔레비전이 컬라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푸르스름한 빛 일변도로 화상을 비추고 있었다. 독도 지킴이 활동이 뉴스에 나오는 중이었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사건으로 독도 문제까지 연일 시끄러웠다. 얼마간 말없이 망연자실 앉아있던 어머니가 부리나케 일어나 남해댁이 덮고 있던 이불을 홱 걷어내었다. 그러자 그녀의 벗은 아랫도리가 기다린 듯이 나타났다. 하반신이, 말라 비틀어진 두 다리가 엉성하게 연결된 채 드러났다.(「밤의 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