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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90526074
· 쪽수 : 276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삼인행이면 필유아사, 라
인연 처, 흥덕사
굴러들어온 돌
금속활자의 산실, 주자소
연정
마장을 넘어, 오로지 직지 금속활자로
애별리고
법린의 서한
흉몽
연등회
오! 직지 금속활자여! 호국의 염원을 담다
조우
회자정리
저자소개
책속에서
백운화상이 입적하신 지가 이태 해가 되어가지만 아직까지 스승의 유업이었던 부처의 최상의 깨달은 생각이요, 선의 요체로서 중생에게 죽비소리처럼 전해질 직지심체요절 주자본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으니 제자로서 스승에게 할 도리를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자책해 오고 있었던 참인데. 혹여 이배가 전복 되기라도 한다면 꼼짝없이 스승의 뼈를 깎는 탁마수행으로 얻어진 직지 원본이 못쓰게 될 터, 젊은 승은 강 한가운데에서 자맥질만 치고 있는 배를 걱정스럽게 내려다본다. 역풍은 더욱 거세지고, 낡은 목선은 방향을 잡지 못한다. 젊은 승이 입술을 달싹거려 주문을 염송하기 시작한다. 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었다.
묘덕이 수자를 나무란다. 왠지 모르게 수자는 만질이라면 고양이 쥐 잡듯했다. 부목처사 만질도 비록 말 못하는 벙어리이지만 이제 나이가 드니 머리 밑에서 억새 뿌리 같은 흰머리가 주뼛주뼛 올라오는 게 보여 묘덕은 연민의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수자는 같은 천민 처지에 만만한 만질에게 자신의 열등감을 투영시키려는 마음이라는 걸 묘덕이 어렴풋이 눈치는 채고 있었다. 묘덕은 수자 공양주의 그런 언행이 눈에 거슬러 야단을 쳐도 소귀에 경 읽기였다. 명운스님 말이라야 좀 먹혀들지. 그럴 때도 부목처사 만질은 얼굴에 아무런 변화가 나타나질 않는다. 말을 못하는 벙어리에다 귀도 잘 안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소처럼 묵묵히 굼뜨지만 성실하게 시키는 대로 일을 했다. 흥덕사 절 뒷마당에서 장작을 패고 아궁이마다 장작바리를 안고 다니면서 불을 지핀다. 여름이면 석공스님과 함께 마당을 온통 덮고 있는 잡풀을 뽑고 꽃을 심어 가꾼다. 그도 젊었을 적에는 무심강에서 뱃사공 일을 했다. 그러다 얼마 전에, 남의집 일에 품팔아 생계에 보태던 아내마저 죽자 뱃사공 일은 아들, 무길에게 맡기고 흥덕사에 들어왔다. 그는 절 허드렛일을 맡아하고 있는 부목처사다. 가을이면 묘덕보살이 그 품삯으로 곡식과 말려놓은 채소 따위를 지게에 지워 사가로 보내 주곤 한다.
“직지라면 ‘바로 가리킨다’인데 다시 화상께서 민중에게 글로든 음성으로든 무리 없이 전해질 수 있도록 그 오묘한 이치를 쉽게 풀어서 화상의 어록으로 집필해보시오. 더군다나 글을 모르는 민중에게 그 가리킴의 대상인 부처의 깨달음의 중심 사상이 명징하게 드러나게 더 강화시켜 보시오. 반상이, 양반과 민초가 함께 이해하고 함께 지니고 함께 실천하도록 해야 합니다. 석찬스님, 가뜩이나 나라안팎이 흉흉한 이 시기에 민중의 동요나 폭거가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은 귀족이나 양반이 아니에요. 제도권에서 소외되어있는 민초들이라고요. 석찬 이해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