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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526159
· 쪽수 : 250쪽
· 출판일 : 2020-07-3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죽은 날벌레를 위하여
푸른 하늘 은하수
‘찰스 램’을 읽는 시간
‘보뚜’를 조심 하세요
길 위에 눕다
곧 죽을 남자
목요일의 병(病)
외면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시간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녀는 누렇게 타들어 간 잡풀들과 돌덩이들 사이에 혼자 서 있다. 나는 왜 또 이곳에 와 있는가… 그녀는 힘없이 중얼거리며 가슴속을 휘도는 바람 소리를 듣는다. 뾰족 산에 올라간 어린 왕자처럼 ‘나는 혼자다아~’, ‘나는 외롭다아~’ 하고 소리를 질러도 메아리 대신 가슴속을 돌고 있는 바람이 우우, 하고 야유의 소리를 지른다. 발밑에는 어느 사이엔가 커다란 바위 하나가 놓여 있다. 눈사람의 한 부분처럼 둥글고 다듬지 않은 화강암의 표면처럼 거친, 낯익은 돌덩이. 그것은 예전보다 더 커져 있다. (「죽은 날벌레를 위하여」)
입안에 침이 다 마르도록 수없이 되뇌이던 칠십 어미는 어느 결에 자신도 모르게 모로 쓰러지며 혼미함에 빠져든다. 온몸이 커다란 바위에 짓눌려 조금씩 조금씩 밑으로 가라앉는 기분이 들면서 편안한 기분도 든다. 내가 지금 숨을 쉬고 있기나 한 걸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뭔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진다. 아이가 부스스 일어나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러더니 아이는 천천히 양말을 신고 바지를 입고 점퍼를 걸치더니 기절한 것처럼 자고 있는 아비의 바지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찾는다. 얘야, 하지마라. 하지마! 몸을 일으키려는데 커다란 바위 밑에 깔려있는 몸은 꼼짝을 할 수가 없다. 지금 나가면 얼어 죽을지도 몰라, 하는 말을 뱉으려도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잠시 후 찬바람이 들어와 방안을 한 바퀴 돌다 사라지는 것 같더니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눅진한 훈기가 전해진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직도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본다. 눈도 못뜨고 죽은 듯이 누워있는데 무엇을 봤다는 것인다. 그래 이건 꿈이지. 꿈속에 있는 거지 그런데다 아이는 평소 나갈 때면 문을 활짝 열어놓고 나가는 버릇이 있거든. 그래, 그러니깐 이건 분명 꿈이야. 나는 지금 꿈속에 있는 거다.(「‘찰스 램’을 읽는 시간」)
“분홍돌고래를 브라질에서는 ‘보뚜’라고 부른다네요. 거기는 이 보뚜에 관한 아주 유명한 전설이 있답니다. 어느 날 아마존 강가에 너무나도 잘생긴 청년이 나타나지요. 그 청년은 6월의 축제날 밤에 인간으로 변신한 분홍돌고래래요. 구릿빛 피부에 힘도 세고, 옷도 잘 차려입고, 향기마저 은은한 멋진 남성으로 변하여, 여성들에게 춤을 신청한답니다. 그리고 여자를 유혹하여 그녀들과 잠자리를 갖습니다. 여인들은 잘 생긴 청년과 한바탕 사랑한 뒤 임신하게 되지요. 그런데 태어난 아이는 돌고래처럼 정수리에 숨구멍이 나있어 버려진다네요. 그래서 아마존에 가면 그곳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윙크를 하며 ‘보뚜를 조심하세요’하고 주의를 준답니다.”(「‘보뚜’를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