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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526531
· 쪽수 : 246쪽
· 출판일 : 2021-10-30
책 소개
목차
우사단 약국 / 007
레테의 강에서는 / 031
젠트리피케이션의 내일 / 055
톤레삽 호수 / 081
건널목 / 105
항생제 사용법 / 131
레드썬 / 157
디아스포라의 꿈 / 181
미니멀 라이프 / 207
해설 / 213
상황과 인물의 절묘한 조화, 그 리얼리티의 힘_김성달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사단 길 한쪽 끝에서 반대편을 향해 걸었다. 이슬람성원과 주말마다 플리마켓이 열리던 계단도 가보았다. 어릴 적 잠시 살던 아주 좁은 골목의 이층집도 스마트 폰에 담았다. 도깨비시장은 인적조차 없어 그야말로 도깨비만 사는 시장이 되었다. 매일 심부름을 다니던 가게에 두부 담던 판만 엎어져 있다. 두부가게 아줌마는 어디로 갔을까? 상이용사촌 입구의 목욕탕은 목욕탕이었음을 알 수 있는 목욕탕 표시만 남았다. 교회 앞에서는 피아노를 만지지 못하게 하던 인색한 목사도 떠올랐다. 한참을 그렇게 걸었다.(「우사단 약국」 중에서)
찾아간다고 언제나 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것도 돈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거기서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면 아버지 직장 앞으로 가서 만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가기 싫은 눈치를 보이면 엄마는 아버지에 대한 욕을 폭풍처럼 퍼부으며 눈을 부라렸다. 나는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서 아버지를 놓칠 새라 눈을 고정시켰다.
왜냐하면 엄마의 무서운 호통과 눈초리가 내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다 아버지를 만나면 이번에는 반갑지 않고 귀찮은, 화내지 못해 짜증 난, 그래서 더 외면하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눈길을 감당해야 했다. 그렇게 엄마에게 내쫓겨 아버지의 뒤를 찾아다니는 기간이 길지 않았다 해도 내겐 아주 오래도록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았다.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내가 겪은 것에 엄마로 인해 덧입혀진 것들임을 엄마도 짐작할까? 한 번도 그때 일을 서로 꺼낸 적이 없다.(「레테의 강가에서」 중에서)
판결의 소문은 빠른 속도로 식당에서 멀리 퍼져나갔다. 패소한 것과 음식의 맛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식당을 찾는 손님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사람의 에너지로 지탱했던 건물의 내부가 비어가자 건물은 빠르게 노화되는 것 같았다. 가게를 비우라는 통지서도 우체부가 가져왔다. 절대 떨어질 수 없는 한 몸 같았던 언니와 가게는 분리되었다. 가게와 분리된 순간, 언니에게 남은 건 빚뿐이었다.(「젠트리피케이션의 내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