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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833563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5-09-30
책 소개
상처받은 동물들의 보금자리에서 서로를 치유하는 존재들의 이야기
돼지 농장에서 권태와 분노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내던 이십대 청년, 인진. 우연히 만난 ‘숨길리 생추어리’에서 상처받은 동물들을 돌보는 동찬을 통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한편 도심의 짝퉁 옷가게에서 꿈을 잃어가던 해유는 아버지 동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계기로 자신이 전혀 몰랐던 아버지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서로 다른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인진과 해유는 동찬이 남긴 숨길리 생추어리에서 만나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성장해 나간다. 대량생산과 살처분이라는 자본주의의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버려진 것들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창조적 정신, 그리고 진정한 돌봄이란 무엇인지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그려진다.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쉽게.
속도에 지쳐 쓰러져가던 생명들이 다시 숨쉬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의 숨겨진 오아시스 같은 곳. 구조된 농장동물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사람들은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며, 진정한 지속가능성이 무엇인지 체험할 수 있는 곳. 숨길리 생추어리는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의 논리에서 벗어나 진정한 생명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사람들이 만든 대안적 공간에 가깝다. 숨길리 생추어리를 발견한 이들에게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가 오래 잊고 살았던, 그러나 마땅히 존재해야 하는 소중한 것을 찾아 떠나는 여정.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생명을 존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더불어 사는 삶이 얼마나 풍요로운지를 몸소 체험하며 우리 사회 전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이 절망적인 세상에서
연대와 치유의 가능성을 도모할 수 있다면
특히 구제역으로 인한 대규모 살처분이라는 사회적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죽임이 아닌 자연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시선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해유가 버려진 옷들을 리폼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듯, 상처받고 버려진 존재들이 서로를 치유하며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농장의 악취와 동물들의 비명소리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따뜻한 돌봄과 사랑으로 가득한 생추어리에서 새로운 생명의 시작으로 마무리된다. 현대사회의 구조적 모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연대와 치유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희망적인 소설.
목차
해피초원
스위트숍
부고
숨길리 생추어리
추방
구출
우해해와 피글즈
새벽이, 잠들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여기서 혼자 사시나요?”
“동물들하고 같이 살죠.”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마당엔 동물들이 각자 흩어져서 자기 자리를 잡고 누워 햇볕을 쬐거나 땅을 파며 자기만의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자기들만이 아는 언어로 뭔가를 주고받는 듯한 표정으로 얼굴을 맞대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인진과 남자 역시 마당에 자리 잡은 여러 무리 중 하나에 불과했다.
“어미 개…… 여기 두어도 괜찮은 거죠?”
인진의 말에 남자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생추어리에 들어온 이상 안전해요. 걱정 마요.”
둘은 한 손에 봉투를 하나씩 들고 마주하는 손엔 봉투 손잡이를 나누어 들고 지하상가 계단을 올라갔다. 평소 같으면 무겁고 힘들다고 중간에 서서 쉬었겠지만 해유는 힘이 들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오히려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간다는 기분에 알 수 없는 경쾌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마지막 계단에 오르고 지상에 도착하자 매연 가득한 공기마저 상쾌하게 느껴졌다. 지하상가에서는 맡아 볼 수 없는 지상의 냄새였다.
숨길리 생추어리에서 사는 동물들은 자연의 시간에 따라 움직였다. 배고플 때만 먹고, 자고 싶을 때만 잤다. 해가 움직이는 방향과 속도에 따라 자신의 몸을 움직였고 달이 뜨면 모두들 각자가 정한 보금자리에 누워서 쉬다가 잠들었다. 싸는 것 말고는 자기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농장의 돼지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농장의 돼지들은 철저히 공장의 시간에 따라 움직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