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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0526685
· 쪽수 : 346쪽
· 출판일 : 2022-02-28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제1부
말레이시아
만남
불법체류
폭죽
강 회장
선물
제2부
약속
폭풍 속에서
페낭
프러포즈
알라의 뜻
귀국
저자소개
책속에서
한 목숨을 살아내기가 얼마나 혹독하고 힘든 일인지, 무섭도록 절절하게 깨달았던 시기였다. 그 무렵 머리카락은 왜 그렇게 무성하게 자라던지, 미장원으로 달려가면 문은 이미 닫혀 있었다. 대학 졸업 후, 일이 년 동안 취직시험은 보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일백 장 남짓 자소서를 썼지만, 시험은 열 번도 채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취직을 하겠다고 알바 인생을 살았다. 그 암담했던 시절을 생각하니 어느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고시원 임대료를 내고 생필품을 사고 나면 한 달의 절반은 라면으로 때웠다.
처음 말레이시아에 왔을 때, 친척 아저씨의 슈퍼에서 무작정 일을 거들었다. 숙식을 제공받는 것 외에는 임금을 받을 형편이 되지 못했다. 슈퍼에서 일하다 보니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말레이어 외에 영어, 중국어, 힌디어 등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국민 외에도 중국계, 인도계 등 다민족이 모여 사는 국가라 자연스럽게 서너 개의 언어는 구사할 줄 알았다. TV에서도 말레이어, 영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방송이 진행되었다. 말레이 사람들은 외국인들과 대화를 할 때 주로 영어를 사용했다. 그녀는 영어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럽고 창피했다.
골프장에서 일을 시작한지 일주일가량 되었을 때였다.
레스토랑에서 식사가 끝난 뒤 잔에 커피를 내린 다음 디저트 코너로 가서 무얼 먹을까, 생각하며 케이크를 고르고 있을 때였다.
“커피에는 이 케이크가 잘 어울립니다.”
뜻밖에도 영어 발음이 매끄럽게 들렸다. 영어가 익숙한 사람의 음성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흰 옷차림의 사내가 서 있다. 목화는 그의 추천대로 케이크 한 조각을 접시에 올린 뒤 자리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