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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0629270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2-10-30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4
시
잠시 여기 있는 거야 ∙ 14
사랑 ∙ 16
뜰을 지나가는 바람 ∙ 17
봄비 ∙ 18
사람이 나무 되고 싶다 ∙ 20
사랑은 우리가 기댈 마지막인 것 ∙ 22
살아 있다는 것은 ∙ 23
짐 ∙ 24
사랑하지 말자고 ∙ 25
허상(虛像) ∙ 26
내 인생의 계획서 ∙ 28
빈집 ∙ 30
세상 벗기 ∙ 31
소중한 순간 ∙ 32
내 마음의 노래 ∙ 34
아름다운 날 ∙ 36
사랑이란 ∙ 38
인생행로 ∙ 40
오월의 꽃 ∙ 42
수의 ∙ 43
먼 길 ∙ 44
나 거기 없어 ∙ 46
눈물 ∙ 47
고뇌 ∙ 48
꿈 ∙ 50
두통 ∙ 52
봄날 ∙ 54
사랑은 그리움 ∙ 56
눈이 내리면 ∙ 57
어찌 멀쩡한 정신으로 이 세상을 떠날 것인가 ∙ 58
고맙다 ∙ 60
가족 ∙ 61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 62
식물의 축복 ∙ 63
이 상태에서 정지되고 싶다 ∙ 64
사랑의 빛 ∙ 66
나는 물이야 ∙ 67
도라지꽃 ∙ 68
하늘 ∙ 70
7월 ∙ 72
하늘만 보고 사는 사람 ∙ 73
그리움 ∙ 74
저녁 ∙ 75
가을 햇볕 ∙ 76
인생은 가엾다 ∙ 77
천년을 엎드린 바위 앞에서 ∙ 78
왜 사냐고 물으면 ∙ 80
삶이 아름다운 이유 ∙ 81
이삭줍기
모색(暮色)의 순간 ∙ 84
노쇠 ∙ 86
인간은 왜 사랑하고 미워하며 살까 ∙ 87
꽃 빚 ∙ 88
멀리 보려면 뒤로 물러서야 한다 ∙ 89
삶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 ∙ 90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 ∙ 92
짐 ∙ 94
나리꽃 ∙ 96
내가 듣고 싶은 소리 ∙ 98
부자가 됐다 가난해졌다 한다 ∙ 99
행복 ∙ 100
늙음 ∙ 102
오늘 ∙ 104
그래도 살아야 돼 ∙ 106
꽃의 안부 ∙ 108
키 재기 ∙ 110
담쟁이 잎 ∙ 112
편리함을 모르니 불편함도 모른다 ∙ 113
산다는 것은 ∙ 114
사는 보람 ∙ 116
운명과 숙명 ∙ 118
미리 걱정하지 말자 ∙ 120
옆집 할머니 ∙ 122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 124
거울 앞에서 ∙ 126
여름의 눈이 감기고 있다 ∙ 127
하늘빛 창 ∙ 128
창이 있는 풍경 ∙ 130
마음과 생각 ∙ 132
허공 ∙ 134
생각이 좋은 사람이 잘 산다 ∙ 136
좋은 도깨비 ∙ 138
좋은 세상 ∙ 140
수필
사랑이란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 ∙ 144
나무를 심은 남자 ∙ 148
아름다운 영토 ∙ 152
법대로 하세요 ∙ 157
광화문 광장 ∙ 160
미소가 아름다운 여인 ∙ 164
평범한 날을 위하여 ∙ 169
대학 졸업 50주년을 맞으면서 ∙ 173
배꽃들이 벚꽃을 찾아서 ∙ 177
차명부야(此冥府也) ∙ 186
황산 그리고 금강산 ∙ 191
백수백복(百壽百福) ∙ 196
등신불 ∙ 200
동국(冬菊) ∙ 204
정당매(政當梅) ∙ 208
꿈은 이루어진다 ∙ 211
함께 사는 길 ∙ 215
동지섣달 꽃 본 듯이 ∙ 218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 223
예향(藝鄕)의 가락은 연향(蓮香)을 타고 ∙ 229
유가(儒家)와 도가(道家)를 찾아서 ∙ 233
나비가 있는 곳에 장자가 있었다 ∙ 238
관내정사(關內程史) ∙ 243
금산령장성(金山嶺長城) ∙ 250
실크로드 문학기행 ∙ 256
병영사(炳零寺) 가는 길 ∙ 266
눈부신 햇살 속에서 ∙ 274
분명하게 아름답게 힘차게 ∙ 278
축 사 이응백 허세욱 ∙ 288
심사평 외 엄창섭 ∙ 289
평 론 정진권
이름 붙일 수 없음에 관하여 ∙ 292
-김국자 수필집《들리는 것 들리지 않는 것》을 읽고
저자소개
책속에서
<잠시 여기 있는 거야>
돌확에 물을 받아 수련을 띄웠지
어느 날 꽃대를 쭉 뻗어 꽃잎을 열더군
연노란 꽃잎 속에 진노랑 수술이
눈웃음치는 것같이 보였다오
연잎이 애기 손 같아 애기수련이라 했는지
한낮에 해가 중천에 있을 때 꽃잎을 활짝 열고
저녁이면 꽃잎을 조용히 접더라고
그러기를 사흘 하더니 꽃잎을 오므리고
물속으로 그 모습을 감추는 거야
그 지는 모습이 너무 애처롭고 조용했어
그 임종이 곱더라고
나도 그런 모습으로 죽었으면 하면서
물속을 한없이 바라보았지
이렇게 세상을 왔다 가는데
그곳에도 피고 지는 아픔이 있을까
잠시 내가 여기 있는 거야
수련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
-시, <잠시 여기 있는 거야>
<모색(暮色)의 순간>
나리꽃 꽃대가 쭉쭉 뻗는 칠월
무더웠던 하루가 지는 무렵
한소끔의 소나기가 지나간다.
배배꼬이던 잔디가 부스스 살아나고
잔디 속에서 풀벌레가 바삐 날아간다.
백일홍 꽃잎도 방글거리고
모과나무 줄기는 미끈해 보인다.
저녁 소나기가 한 차례 지나가면
뜨겁고 소란했던 하루가
차분히 가라앉고 서서히
모색(暮色)의 빛이 마당으로 내려앉는다.
나는 하루 중에 이 순간을 제일 좋아한다.
아침에 분주하게 떠났던 식구들이
하나둘씩 돌아오면
나는 두 팔을 활짝 벌린다.
-이삭줍기, <모색(暮色)의 순간>
봄만 되면 산으로 달려가는 남편의 모습은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을 떠오르게 했다. 1913년 프로방스 지방으로 여행을 간 주인공은 해발 1,300m의 높은 황무지에 양을 기르며 도토리 씨앗을 심고 있는 한 사나이를 만난다. 쉰다섯 살의 나이에 이름은 ‘엘 자야르 브휘(이하 엘)’라고 했다. 도토리 10만 개를 심었는데 2만 개가 싹이 났고, 그것도 반은 동물이 먹어치우고 못 쓰게 되어 1만 그루의 떡갈나무가 황무지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그 옆에 너도밤나무도 심고 자작나무도 심을 예정이라고 했다.
남편은 나무에 쏟은 사랑 못지않게 회사도 사랑했다. 공장에 근무하면서 일터에 나무를 심고 대가를 바란 적이 없었다. ‘세월이 지나면 사람은 가도 나무는 건재하다.’는 생각으로 나무를 심는다고 했다. 퇴직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그가 심은 나무들은 여전히 공장 한편에서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다. 그동안 회사도 나무처럼 무럭무럭 성장해 전 세계적으로 뻗어가는 굴지의 기업이 되었다.
남편을 보면서 나무를 심는 것이 매우 위대한 일이라고 깨닫게 되었다. 특히 하루하루 치열하게 일하는 고단한 일터에서 사람들이 나무를 바라보며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 그 어떤 것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일이리라.
-수필, <나무를 심은 남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