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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영화이론/비평
· ISBN : 9791191040388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4-06-20
책 소개
목차
저자 서문
1.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 ✦ 〈그을린 사랑〉
이오카스테의 운명을 받다
오이디푸스 신화를 변주한 영화들
2. 네 기쁨에 이른 너를, 나는 봅니다 ✦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사랑
우리는 언제, 왜 돌아보는가?
3. 크리스마스의 목베기 게임 ✦ 〈그린나이트〉
아더 왕 전설과 켈트 신화
녹색 기사의 상징과 의미
4. 신화의 폭력성 ✦ 〈미드소마〉
한여름 낮에 펼쳐지는 오컬트 민속 호러
북유럽 신화의 두 계보
5. 할리우드의 신화 지우기 ✦ 〈트로이〉
그리스/로마 신화?
트로이 전쟁의 서막
할리우드의 신화 다시 쓰기
6.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 ✦ 〈킬링 디어〉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
신성한 사슴 죽이기
신화의 계산법
과연 정의란 무엇인가?
7. 여신으로 등극한 엘사 여왕 ✦ 〈겨울왕국 2〉
북유럽 신화의 서사 공간
4원소의 정령
순록 유목민 사미족과 요이크
공주가 아닌 여왕, 여왕도 아닌 여신
8. 뱀파이어 에로스 ✦ 〈드라큘라〉
코폴라 감독의 정통 흡혈귀 영화
피의 판타지와 에로티시즘
9. 인어와 사랑에 빠지다 ✦ 〈셰이프 오브 워터〉
물과 관련된 이류연애담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들
차별과 편견을 뛰어넘는 연대
10. 도플갱어와 홍콩 느와르 ✦ 〈무간도〉
인간의 이중성을 탐구하다
홍콩 느와르와 무간도 시리즈
11. 바람이 불고, 사쿠라가 지다 ✦ 〈바람이 분다〉
아름답지만 저주받은 꿈, 비행기
‘지는 사쿠라’ 모노노아와레
판단하지 않는 삶이 불러온 악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12. 다시 돌아온 신화, 미야자키 하야오 ✦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분열된 모성 트라우마
아주 작은 조각들의 세상
악의를 갖지 않는 자, 펠리컨의 변명
원작과 각본 ․ 미야자키 감독의 진정한 은퇴작
13. 합체 ․ 변신 ․ 진화하는 몬스터 ✦ 〈포켓몬스터〉
메타모포시스
영원불멸의 포켓몬?
심야괴담회 햐쿠모노가타리
요괴 이미지의 생성원리
14. 한국 괴수 영화 연대기 ✦ 〈대괴수 용가리〉와 〈우주괴인 왕마귀〉
용가리 VS. 왕마귀
문제적 ‘불가사리’
OTT 드라마 속 괴물들
15. 유동하는 좀비 공포 ✦ 〈부산행〉
좀비 영화의 시작
천만 관객의 한국형 좀비 영화
16. 범의 허리에서 여우의 쇠침을 뽑다 ✦ 〈파묘〉
함께 먹는 행위
여우 음양사
독립운동가의 이름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왈의 비극적 운명은 어느 한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것으로 확장됩니다. 누구의 의도나 개인의 잘못이 아닌 비극을 그리지만 이 영화를 반전 영화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겠죠. 나왈의 초극적인 ‘운명애’(amor fati)는 개인의 고통과 전쟁으로 인한 참상과 비극을 초월하여 경건하고 숭고한 신화의 차원으로 격상되는 듯합니다. 인간적 윤리와 도덕을 넘어서는 신성한(sacred) 이야기가 신화라는 점에서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푸스 왕의 이야기보다 아들과의 사이에서 쌍둥이를 낳았던 여자의 이야기인 <그을린 사랑>은 더욱 신화적인 이야기로 완성되었습니다. ―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 중에서
디즈니의 공주 신화는 <겨울왕국 2>에서 확연하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엘사는 사실 공주가 아니라 여왕이며,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벗어던지고 레깅스 같은 바지를 입기 시작하고, 여동생을 소중하게 여기며, 왕자의 키스가 필요하지 않은 여왕으로 디즈니 공주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변화의 방향은 엘사를 인간 공주나 여왕이기를 넘어서서 비인간계인 정령들을 조정하는 가장 강력한 정령, 즉 여신의 차원으로 끌어올립니다. 이제 신들의 세계 아토할란으로 승천하며 여신이 되는 엘사가 주인공인 서사는 디즈니 명작동화 시리즈에서 디즈니 신화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질 것 같습니다. ― ‘여신으로 등극한 엘사 여왕’ 중에서
누구나 좀비가 될 수 있다는 공포는 신자유주의의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심정적인 동질감을 안겨줍니다. 누구보다 빨리 뛰고 움직여 타인을 물어뜯어야 살 수 있지만 그런 삶은 폭력적으로 닥쳐오는 죽음의 평등을 암시할 뿐입니다. 이 냉정한 공포는 좀비 자체가 아니라 자신도 좀비가 될지 모른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게 분명해 보입니다. 호러 영화가 주는 쾌락은 그럼에도 스크린 속의 환란이 나의 것이 아니라는 안도감에서 발생합니다. 그 쾌락은 현실의 팬데믹과 겹쳐짐으로써 더욱 매력적이고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 ‘15. 유동하는 좀비 공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