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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91119947
· 쪽수 : 216쪽
책 소개
목차
별
웃는 얼굴
집
숲
시
산책
메아리
곁
의자
비밀
그날
비
물음표
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엄마가 떠나고 열흘쯤 흐른 것 같다. 학교에서 출석으로 인정해 주는 날은 고작해야 오 일. 그러니까 지금 난생처음 미인정 결석을 저지르고 있다. 사람은 다 다른데 천편일률적으로 죽은 이에 대한 애도 기간을 정해 놓고 그 기간을 넘어서면 미인정이라니. 규정이 너무 가혹하고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상관없다. 학교 따위에 미련 버린 지 오래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숨숲에 들렀다. 내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다. 글은 시이기도 하고 일기이기도 하고 엄마한테 하는 넋두리 편지이기도 했다. 불안했던 마음이 차츰 가라앉았다. 마음속에 흰 구름과 새소리와 물소리와 바람 소리와 햇살을 넣으니 슬픔의 밀도도 차츰 낮아져 갔다. 시는 숨숲처럼 친구이자 삶의 일부가 되었다.
나는 휘청거렸고 주저앉을 뻔하다가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씩씩대며 계단을 올라가다가 달팽이를 발견했다. 바닥을 보지 않았다면 본의 아니게 귀한 생명을 앗을 뻔했다. 달팽이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혼자 느릿느릿 기어가다가 화단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시간은 상대적인 거다. 달팽이의 시간은 이렇게 흐르는 거다. 그동안 쫓기듯 살아왔는데, 그게 버거워 숨 막히고 우울한 적 많은데, 달팽이한테 한 수 배운다. 수업료는 달팽이가 무사히 목적지에 당도할 때까지 보디가드 하는 거. 시상이 물거품처럼 보글보글 피어오른다. 터져 사라지기 전에 붙잡아야 한다. 계단에 앉아 얼른 휴대폰 메모장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