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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91131079
· 쪽수 : 96쪽
책 소개
책속에서
그는 샹파뉴산 와인을 따라주는 사람들을 ‘샹죄르changeur(바꾸는 사람)’라고 불렀고 그렇게 부름으로써 끊임없이 새 와인으로 바꿔야 함을 알려주고자 했다. ‘샹죄르’를 불러 와인을 따르라는 뜻으로 검지로 잔을 가리키며 ‘따라줘...’라고 말하던 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을 맴돈다. 단언컨대, 와인이 바뀌는 리듬에 맞춰 실내 장식과 관람석, 외부 간판, 정권과 여인들의 원피스가 바뀌는 동안 폴은 30여 년 전부터 같은 테이블 뒤 같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이들은 성장했지만, 폴의 꼿꼿한 상체, 그의 검지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30여 년 전부터 했던 짧은 말은 그대로 남았다. “부탁해, 샹죄르... 따라줘...”
더그는 연가들을 불러줬고 우리는 새벽 두 시에 이성을 잃어버릴 정도로 술을 마시고 슬그머니 사라진 윈그랭과 부르동을 찾으러 갔다. 어둠 속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포착하려고 애썼다. 그들은 바람이 소나무 냄새와 함께 노래 토막들을 실어다 준 「메모리 레인」의 후렴구를 큰 소리로 부르고 있었다.
메모리 레인
말들은 오직 한 번만 메모리 레인을 지나가지,
그렇지만 말발굽 자국은 남아 있지...
사람들이 떠나버린 해변에 우리가 모두 남아 있었던 그 오후는 우리 삶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존재가 우연히 서로 만나 작은 그룹을 이룬다. 그랬다가 모두 뿔뿔이 흩어진다... (...) 나는 마디 콩투르와 함께 걸었다. 그녀는 내가 처음부터 자신에게 연정을 품었고, 그 점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머지않아 자신이 늙어가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그 오후의 그녀는 기껏해야 서른 살쯤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