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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155105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1-05-06
책 소개
목차
5 시인의 말
제1부 봄을 쓰다
12 홍매화
13 낯선 길
14 삼만 볼트
16 대프리카
18 소양댐
20 꽃무릇
22 꽃샘추위
24 외할머니
26 봄을 쓰다
28 개나리
30 북성로 우동
32 염천
33 모험
34 눈물
36 석산화
37 월동기
38 벼룩시장
제2부 홀씨 사랑
42 산수유
43 산란
44 사랑초
45 재개발지역
46 왈
48 하늘 신호등
49 도화지 여행
50 버즘나무 아래서
51 논두렁에서
52 봄, 의문하는
53 바람
54 억새
55 장명등長明燈
56 갈증
57 홀씨 사랑
58 퍼즐
60 콘크리트
제3부 야생화
64 외등
65 분수
66 연리지
67 벌초
68 허물
69 야생화
70 아버지의 추억
72 둥지
73 어물전
74 눈물의 세레나데
75 꽃가게
76 옥수수
77 담배
78 노을 붉게 물드는 저녁
79 붉은 엽서
80 호명
제4부 시, 행복한
82 낙엽
83 빨래하는 날
84 통증
86 빈집
87 목련
88 시, 행복한
89 무료한 휴일
90 만추
91 고드름
92 어머니의 등
93 달빛 조각이 심장을 두드릴 때
94 추억
96 능소화
97 꽃
98 겨울 바닷가
99 화장
100 부치지 못한 편지
102 해설 마음이란 수틀에 새겨진 소박한 언어들 | 이훈식
저자소개
책속에서
홍매화
생과 사의 경계가 분명한 붉은 매화는
꽃망울을 터트릴 때부터 홍조 띤 얼굴로
허기진 허공에 봄 편지를 쓴다
때로는 믿음이라는 것은 아프다
아프지 않고서야 어찌
안개처럼 뿌연 서리꽃을 툭 툭
털어내며 예리한 칼날 같은
한 시절의 격정을 견뎌내겠는가
?
어쩌면 나의 삶도 어디에도
피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들녘에 홀로 살아남아
꽁꽁 언 땅을 끊임없이 무두질해대는
묵직하고 질긴 매화의 뿌리인지도 모른다
보아라
손만 닿으면 금방이라도 쩍 쩍
갈라져 하얗게 질린 허공에
꽃잎 하나가 알몸을 드러내고
봄을 향해 혈서를 쓴다
낯선 길
철새들이 계절의 강을 건너고 있다
최소한의 동선과 거리를 유지하며
바람을 가른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기적을
만끽하며
나도 아직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간다
누군가 가파른 벼랑을 움켜쥐고
온몸으로 견뎌냈을 길
맑고 순수한
이 공기 이 냄새 이 시간이 싱그럽지만
때로는 낯선 길 앞에
지독한 두려움
깃털을 고르고 있는 철새 한 마리이다
가만히 나를 들여다보니
내가 철새이고 문장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고독하고 낯선 시간 속에
내가 서 있다
삼만 볼트
사랑이 멀리 느껴지는 날
달려와서 달려가는 철길은
애증의 구조물 같아서
나는 안전 난간대 붙잡고 서서
끝없이 이어지는 길의 귓속말을 듣는다
딱 한번 눈길 줬을 뿐인데
내 안에 전류는 정맥을 따라 흘러
림프관의 신경에 터트리는 불꽃
심장은 뜨거웠다
잠시 멈춰어선 임팩트 우리는 그것을 운명이라 믿는다
때로는 꿈꿔온 사랑도 멀리 느껴질 때가 있다
퇴색되면 회한만 남을 걸 알기에 슬며시 감은 눈
움추린 언어의 결핍은 끝 간데 없고
제어할 수 없는 철마의 울부짖음이 고막을 찢는다.
멈춰선지 오래인 나는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닿을 수 없는 평행선을 바라보며
그리움의 중력을 끌어안는다.
마주 보고 달리는 레일엔
삼만 볼트 전선만 허공에서 울어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