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서정시선 14

김관식
12 이팝꽃
14 찔레꽃 뒷담화
16 남해금산 보리암

김덕진
20 황혼
22 야항夜航
24 회상

김영기
28 낙엽
29 출근 길
30 태양처럼 흙처럼

김정
32 겨울산
33 해성 손칼국수
34 슬픔은

김춘연
38 골무
39 겨울
40 할로윈데이

김현희
44 타인의 얼굴을 산다
46 아래의 저력
48 삶의 감각

김희추
53 천사의 나팔
53 분단의 아픔
54 천년 학鶴을 본 받자

남덕현
56 천장天葬
58 내 마음 당신에게서 떠난다
60 산골散骨

박명옥
64 손끝에서 피어나다
65 마중하다
66 경주문화원에서

배동칠
68 태백산 주목
69 성인봉聖人峰
70 존재

서귀례
72 어둠의 빛
74 내 인생의 이정표
76 모정의 눈물

서운근
78 가을을 타는 까닭에
79 은행나무 그늘 아래서
80 바다의 그 꿈

손형우
84 사랑
85 달 밝은 밤
86 정

신영미
92 겨울 산에서
93 별들의 땅
94 잡초

안영호
96 사랑한다는 건
98 가을바람
100 연꽃

오상연
104 마늘의 추억
106 돌아오는 숲
108 그런 날이 있었기에

오영석
110 쓸쓸한 방향
111 홀라당
112 곡선의 등

옥혜민
116 눈 내리는 풍경
117 겨울
118 눈 내리는 거리

유임순
120 꽃동네
121 그리운 동주에게
124 인도의 노래

이승호
128 바라보는 마음
129 시린 가슴
130 거울속의 나

이영미
132 엄마의 매미耳痛
133 쉼의 강가에서 시를 낚다
134 슬픔, 수·감·중收監中

이장호
136 폭설
138 의사당 가는 길
140 닮은 풀

이창원
144 편의점
146 등
148 내일도 연장 배낭을 맨다

이훈식
150 두 눈 꼭 감으면
151 그게
152 눈 내리는 새벽

장규환
154 가을이 오니
155 소설
156 길동무

장사현
158 주실령 아리랑
159 다시 찾은 춘양역
161 유호연지柳湖蓮池

전기웅
164 잡초
166 빨래
167 바보

정남현
170 한 마리 새
171 풍등
172 가을

정연희
174 고장 난 커피포트
176 갈치젓갈
178 들꽃

제성행
180 冬 菊
181 남파랑길
182 동백 연가

차영미
184 다이어리
185 여름이 돌아가는 내부
186 페스츄리pastry가 낙하하는 지점으로

최주식
188 평생 소년
190 인사
192 약속

최초향
196 영겁의 고립
198 바다의 꿈
199 화이트 크리스마스

최홍연
202 낙화落花
203 사랑 당신 5
204 어쩌면 좋을까요

홍광표
206 오랜 밤
207 동면
208 끝이 아닌 끝에서

이팝꽃 / 김관식

오월
강변 신곡마을
봄비 내리자
와글와글
개구리 울음소리

보릿고개
배고파 굶어 죽은 사람들
개구리가 대신 문상 왔다.
배고파배고파
이팝이팝
개도 함께 굶었다
개굴개굴

종일 울어대면서 마구 뿜어대는
개구리들의 게거품
뽀글뽀글
이팝나무 가지 위에
다북다북

쑥버물 눈물 범벅
함께 달라붙어
이팝나무 가지마다 덕지덕지
바람 불 때마다 휘청휘청
싸라락 싸라락
서정시로 다가와 가슴을 내리쳤다.

회상/ 김덕진

건너편 산등성이 타고 오르던 해무가
그만 산에서 내려와 산을 치장하니
산은 부분 보이지 않는다
여로 속 찾아 나서 바라보니
일상 같은 고독에 싸여
주변이 적나라하게 숨을 쉰다.
치장한 것도 신비롭고
공생하듯 드러난 것도
자연 속에 펼쳐진 시간이어서 좋다
풀꽃 같은 소녀의 미소가 비치는 것 같고
그 자리 삶으로 맺힌 이슬이
가쁜 숨을 몰아쉬는 나그네를 담고
휘감는 시선은 자연으로 동화된다.

겨울 눈밭에
침묵으로 눌러 창백해진 흔적이
다시 눈에 덮이는 시간이 지나고
이른 봄 햇살을 조율하듯
휘파람새 소리, 뭇 새 소리 울리고
바람결에 흩어진 발자국
계절도 가고
다시 희미해진 시선이
추억으로 마련하려는지
시곗바늘을 휘감듯 곳곳에 맺혀서
계절의 잎새처럼 달려있다가
가끔 흐릿해진 기억으로 흐느적거린다.

낙엽 /김영기

파릇파릇 잎망울에 맺힌 이슬은
아픔을 참아낸
나무의 눈물이었다

눈 맞춤마저 안타깝던 여린 잎들
비바람 버티며
당당하게 짙푸르고

쏟아지는 빗줄기도
땡볕 더위도 거뜬히 삼켜내더니
색색으로 곱게 물들인 산야

꽃보다 아름다운 단풍이 지고
하얀 무서리길
빈 나뭇가지 울음 울 때

아직 읊조리지 못한 시 한 줄
허리 숙여 주워본다
떨어진 나뭇잎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