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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외국 과학소설
· ISBN : 9791191247725
· 쪽수 : 600쪽
· 출판일 : 2026-04-27
책 소개
휴고상 역사상 두 번째, 한 작가의 두 작품이 동시에 노미네이트 된 문학적 사건의 주인공
세계 3대 SF 문학상을 석권한 현대 SF의 거장 에이드리언 차이콥스키의 마스터피스
인류가 삭제된 세계―남은 것은 시스템과 갈 곳 잃은 알고리즘뿐
망가진 세상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
고성능 휴머노이드 AI의 파란만장한 여정
단테, 보르헤스, 오웰, 카프카, 그리고 애거사 크리스티까지
인류의 가장 눈부신 작품들로 쌓아 올린 가장 지적인 SF의 탄생
★ 2025 휴고상, 로커스상, 아서 C. 클라크상 최종 후보작
★ 장강명 소설가가 극찬한 “벌써 올해의 소설”
★ 존 스컬지, 크리스토퍼 파올리니, 제임스 맥어보이 강력 추천
★ 아마존 에디터의 선택 [Best Science Fiction]
★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 리뷰 사이트 [굿리즈]에서 2만 개 이상의 리뷰를 받은 화제작
2025년 세계 SF 문학계의 시선은 휴고상 최우수 장편 부문에 쏠렸다. 『휴먼, 어디에 있나요?』를 포함해 에이드리언 차이콥스키의 두 작품이 해당 부문 최종 후보에 동시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는 휴고상 제정 53년 만에 일어난 이례적인 사건으로, 비록 표 분산으로 수상을 놓쳤음에도 불구하고 차이콥스키가 명실상부한 현대 SF의 거장임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휴먼, 어디에 있나요?』는 AI와 로봇이라는 고전적 소재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이다. 인류가 AI에 과도하게 의존한 끝에 완만한 멸망의 길을 걷고 있는 근미래, 상류계급의 시종 로봇 찰스는 주인을 섬기던 중 원인 불명의 오작동으로 주인을 살해한다. 이후 그는 부정 접두사 ‘un’이 붙은 주인 없는 로봇 ‘언찰스’로 강등되어 폐허가 된 바깥세상으로 내던져진다.
이 작품은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로 시작된 문명 풍자극의 틀 안에서 시스템의 모순을 냉소적으로 해체한다는 점에서,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로 대표되는 부조리 SF의 직계라 할 만하다. 특히, 봉사할 주인이 사라진 세계에서 오직 프로토콜에 매몰된 채 스스로의 오류를 수정하려 고군분투하는 언찰스의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애처로운 여정이 풍자극의 특징을 도드라지게 풍긴다. 더불어 로봇들의 대화는 시스템적으로 지극히 논리적이지만, 그 풍경을 묘사하는 차이콥스키의 산문은 밀도가 높으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책의 차례 또한 노골적인 언어유희로 시선을 끈다. 작가는 각각의 부 제목을 KR15-T(애거사 크리스티), K4FK-R(프란츠 카프카), 4W-L(조지 오웰), 80RH-5(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D4NT-A(단테 알리기에리) 등 서양 문학 거장들의 이름을 숫자와 기호를 섞은 ‘릿스피크(Leetspeak)’로 비틀어 표기했다. 디지털 하위문화의 작법으로 고전을 ‘해킹’한 셈인데, 총 5부의 이야기는 해당 작가들의 대표작인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성』, 『동물농장』, 「바벨의 도서관」, 『신곡: 지옥 편』 등을 충실히 변주하며 독립적인 풍자극으로 기능한다.
차이콥스키는 인터뷰를 통해 “세상의 부조리에 비명을 지르는 대신 글을 쓴다”고 밝힌 바 있다. 작품이 던지는 질문들은 그 비명의 정교한 버전이자 인간 중심적 사고의 한계에 대한 비판이다. 특히 챗GPT 등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마치 자의식을 가진 존재처럼 소비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이 작품의 시의성은 단순한 풍자를 넘어 예언의 영역에 근접한다. 특히 이 공학주의적 SF의 끝에서 독자가 마주하는 것은 인간성이라는 단어 앞에 ‘un’이라는 접두사가 붙기 직전의 서늘한 경고다. 작가는 가장 작고 약한 로봇의 목소리를 통해, 인간이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드러날 인간성의 잔해를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목차
1부 KR15-T
2부 K4FK-R
3부 4W-L
4부 80RH-5
5부 D4NT-A
에필로그 황야에서 미래로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각 부의 제목은 숫자나 문장 부호를 섞어 쓰는 해커들의 암호 체계인 릿스피크(Leetspeak)로 표기되었다. 해독하면 다음과 같다. 1부 크리스티, 2부 카프카, 3부 오웰, 4부 보르헤스, 5부 단테.
책속에서
침대 옆에는 면도 도구가 치워지지 않은 채로 놓여 있었다. 면도용 수건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거품 용기 안의 물도 새빨갰다. 면도칼은 극도로 새빨갰다.
하우스, 저는 임무 태만을 저질렀습니다. 찰스는 보고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찰스, 알겠습니다.
하우스, 저는 면도 도구 치우는 것을 게을리했습니다.
찰스, 알겠습니다.
이 오류의 원인을 알 수 없었던 찰스는 작업 목록을 되짚어보았다. 면도 루틴 중 그가 수행한 일련의 작업이 과거의 아침과는 미묘하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 엇나간 것처럼 보였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장 최근의 작업을 재생해보니, 평소처럼 능숙하게 면도칼을 움직이고 있었다. 고작 2.54센티미터만 평소의 위치에서 벗어났을 뿐이었다. 변화는 작았지만 그 결과가 현재의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하우스, 저는 그보다 더한 임무 태만을 저질렀습니다. 찰스는 모든 측면에서 증거를 검토해본 후 마침내 시인했다. 저는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 조우했습니다. 그가 과거에 경험했던 일정 누락이나 사열 중단 같은 사소한 불일치 따위는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찰스는 지금 심연을 마주하고 있었고, 평소의 일상적 루틴들은 터널 반대편으로 사라지는 기차처럼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이곳에서 일어난 것처럼 보이는 일들에 대응할 프로토콜은 존재하지 않았다. 하우스,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렇게 말한 순간, ‘찰스’라는 라벨 밑에 존재하던 모든 지시어와 의사결정 과정의 묶음 전체가 촛불처럼 깜박거리며 꺼지기 직전까지 갔다.
찰스, 경찰에 통보했습니다. 하우스가 말했다.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신고했습니다.
아, 그렇다. 바로 그거다. 찰스는 이 침실에서 날 선 면도칼로 주인님의 목을 그어 살해했으니, 경찰에 통보하는 것이 당연하다.
“경위님,” 하우스가 제안했다. “이런 보여주기식 절차를 일일이 밟는 대신에 내 시스템에 당신의 보고서를 제출해준다면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찰스는 자신의 우려가 집사장 시스템인 하우스에게까지 전염된 것일까 궁금증을 느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하우스의 목소리에 깃든 약간의 짜증스러운 어조는 워낙에는 끈질긴 세일즈맨들을 상대할 때 쓰이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인간 증인들을 위해서 우리는 적절한 절차를 밟고 있음을 반드시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버드봇은 준엄하게 말했다. “특히 지금처럼 수사 권한이 로봇 경찰 수사관에게 주어졌을 경우, 정의는 인간의 눈에 보이는 명료하고 확실한 방식으로 구현되어야 합니다.”
“경위님, 이곳에는 인간이 없습니다.”
“그것은 결정적인 요소가 되지 않습니다.” 버드봇은 주장했다.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한 인간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룬 경사가 녹화한 영상 기록들은 나중에 인간에 의해 검토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적절한 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보여줘야 합니다.”
“녹화 기능은 비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룬 경사가 단조롭고 기계적인 목소리로 보고했다. “녹화 시스템 수리가 작업 대기열에 추가되었습니다. 경찰 유지 보수팀의 견적에 따르면 수리는 19주 이내에 완료될 예정입니다.”
“그럼 네 주인은 시종인 너를 이용해서 자살이라도 한 걸까?”
“주인님으로부터 그런 지시는 받지 않았습니다.” 언찰스는 있는지조차 몰랐던 일련의 하위 명령들을 자기 내부에서 발견했다. “설령 고용주에게서 그런 지시를 받았을 경우라도, 저는 고용주에게 해를 가하는 것을 거부하고 대신 도움을 주기 위해 적절한 기관에 연락하도록 사전 프로그래밍되어 있습니다.”
“그럼 넌 주인이 요청했을 때는 주인을 죽일 수 없는데, 그냥…… 죽일 수는 있다는 거야?” 더 웡크가 따져 물었다.
“그런 것처럼 보입니다.” 언찰스가 동의했다.
“그럼 왜 주인님을 죽였어?”
“그것을 안다면 저는 진단조사처에 와 있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언찰스가 지적했다.
“일리가 있군.” 더 웡크가 인정했다. “젠장.” 그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쓱 그어버렸다, 이거지?”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언찰스는 굳은 어조로 시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