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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91467284
· 쪽수 : 198쪽
· 출판일 : 2023-03-25
책 소개
목차
검둥이
동정(同情)
부자(父子)
소금
지하촌(地下寸)
채전(菜田)
파금(破琴)
해고(解雇)
저자소개
책속에서
벅벅 할퀴는 소리가 있다. 문득 보니 교실문이 벙싯하였고, 개의 발이 방금 문을 할퀴는 중이었다. 검은 털 속으로 뿌하게 나온 발톱이란 칼끝보다도 더 예리해 보인다. 이스근해 문이 열리고 귀가 덥수룩히 늘어진 검정개 한 마리가 덥씬 들어온다. 구슬구슬한 털이랑 기름한 눈 하고 쀼죽히 튀어나온 주둥이며 뚱뚱하고도 늘씬한 허리가 일견 위풍이 느름하였다. 학생들은 눈이 둥그래서 바라보고 그 중에는 웃는 이까지 있었다.
칠판에 썼던 글을 지우던 K선생이 학생들의 웃음소리에 귀가 띄어 머리를 돌리니 검둥이가 꼬리를 치며 달려온다. 선뜻 반가운 맘이 드는 동시에 별안간 일어나는 분노는 자기로서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책상 위에 있는 채찍을 들어 개의 머리를 힘껏 쳐버렸다. 개는 껑충 뛰어오르면서도 피하려 하지 않고 여전히 K선생의 앞으로 달려든다. 설레설레 젓는 꼬리 끝에 잠깐 발린 흰 털이란 박꽃처럼 희다. 그러나 끝내 개는 껑껑 울면서 뛰어나갔다.
“자, 그럼 내일 연습들 잘해 오시우.”
K선생의 말소리는 약간 떨리는 것 같고, 핏빛이 얼굴에 좍 내돋는다. 눈 아래 포르스름한 근육이 발랑발랑 뛴다.
“그 개가 교장선생님네 개지?”
“아니다. 김선생님네 개다.”
“교장선생 댁에 있던데……”
책보를 꾸리는 학생들은 이리 소근거린다. 귓결에 이 말을 들은 K선생은 아차 내가 또 감정적 행동을 했나 보구나 하니, 어쩐지 자신은 끝까지 소인이요, 평생 요 모양으로 남의 눈에 거친 짓만 할 듯싶어 슬픈 맘이 들었다. 하나 대인인들 부럽지 않다! 이러한 한 부르짖음이 가슴에 울컥 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