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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41995
· 쪽수 : 298쪽
· 출판일 : 2023-09-13
책 소개
목차
일러두기
파금破琴
그 여자
채전菜田
유무有無
소금
모자母子
원고료 이백 원原稿料 二百圓
번뇌煩惱
지하촌地下村
어둠
마약痲藥
주
작품 해설
식민 시대 여성주의 리얼리즘의 성취 / 김양선
작가 연보
작품 목록
참고 문헌
기획의 말
책속에서
그는 애기를 그의 뛰는 가슴속에 꼭 대며 자기가 아무렇게서라도 살아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왜 죽어, 꼭 산다. 너희들을 위하여 꼭 산다” 하고 중얼거렸다. 애를 낳기 전에는, 아니 보다도 이 아픔을 겪기 전에는, 죽는다는 말이 그의 입에서 떠나지 않았고 또 진심으로 죽었으면 하고 생각도 많이 하였다. 그러나 마침 죽음과 삶의 경계선에서 아차아차한 고비를 넘기고 겨우 소생한 그는 어쩐지 죽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삶의 환희를 느꼈다. 그가 하필 이번뿐만이 아니라 이러한 경우를 여러 번 당하였으나 그러나 남편의 생전에는 죽음에 대하여 한 번도 생각해보지도 않았으며 역시 죽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죽음이란 아무 생각 없이 대하였을 뿐이었다. _「소금」
K야, 너는 지금 상급 학교에 가게 되지 못한다고, 혹은 스위트 홈을 이루게 되지 못한다고 비관하느냐? 너의 그러한 비관이야말로 얼마나 값없는 비관인가를 눈 감고 가만히 생각해보아라. 네가 만일 어떠한 기회로 잠시 동안 너의 이상하는 바가 실현될지 모르나 그러나 그것은 잠깐 동안이고 너는 또다시 대중과 같은 그러한 처지에 서게 될 터이니 너는 그때에는 그만 자살하려느냐. _「원고료 이백 원」
그는 벌떡 일어나 걸었다. 그 이상 더 옛날을 더듬을 수는 없었다. 목이 찢어지는 듯 가슴이 막혀서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타박타박 걸었다. 이 길 위에 오빠의 신발 자국이 어딘가 남아 있을 것 같다. 그는 또 주저앉는다. 휘끈 돌아보니 저편에서 사람이 오는 것 같아 그는 화닥닥 일어나니 꼭 어머니인 듯한 여인이 이리로 온다. 그는 서슴지 않고, “어머니야” 하고 쫓아가니, 어떤 낯모를 여인이 저즘저즘하다가 지나친다. 그 여인이 보이지 않도록 바라보면서 어머니가 지금쯤은 주무실까, 한 번 더 가보고 싶어서 발길을 돌리니 몸이 비틀하고 꼬이면서 집에까지 갔다가 돌아올 수가 없을 것 같았다. _「어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