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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478051
· 쪽수 : 118쪽
· 출판일 : 2021-11-1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발푸르기스의 밤 /동물의 왕국 /골목 끝 집 /매일매일 깨끗한 /생의 약동 /사랑하지 않아 /의도된 토끼- /오래 걸어 아픈 것은 /모두의 계절 /다른 기억 /메리고라운드merry-go-round /십 분 전 /너의 얼굴에서 가만히 손을 떼면 /스노우글로브snowglobe /스위치 /네가 두고 간 /가장자리부터 마르기 시작할 거예요 /무아 /요즘 외출 /그림자 /단념 /누군가 버린 /당연의 힘 /진화의 역설 /스컴scum /균형의 유일성 /처음부터 /잘못 /함정: 가끔 문득 자주 /우리의 외면 /무릇, /친절한 조소 /아침의 기원에 대한 극소수의견 /이 이야기는 /빈 문장 /살아남는 이야기 /그대로 두다 /너를 /알 수 없는 시작 /동시에 존재하는 /_꿈 /아무렇게 갈림길 /거미와 꽃 /물끄러미 /잘 지내니? /잘못 읽다 /붉은, 선인장 /위험한 약속 /그렇게 흘러 /영원한 사랑 /너 /지속의 리듬 /꽃놀이 /_같은_사람 /미안해
이노나의 시세계
공간의 아이러니, ‘골목 끝 집’ | 유한근(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골목 끝 집에 유쾌한 소녀가 살았어요 어느 날 저녁 친구들과 놀던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란 것을 알았답니다 친구들이 사라지고 있었거든요 소녀의 집은 친구들의 그림자 방향이어서 늘 쓸쓸한 마음이었는데 그날의 소녀는 자꾸 신났어요 해는 벌써 지려고 했지만 동네 오빠들이 재밌는 놀이를 하자고 했거든요 그러나
철길 풀섶에서 하는 놀이는 너무 아프고 무서웠어요 소녀는 도망쳤어요 어딘지도 모를 곳을 향해 뛰느라 골목이 끝나지 않았어요 창문 없는 골목 벽을 따라 성큼성큼 따르는 오빠들의 발소리는 밤보다 짙었어요 골목 끝 집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와 오빠와 언니가 살았지만 아무도 피투성이 소녀를 알아채지 않았어요 다행이에요 그래서
계속 아무도 모르게 혼자 있기로 했어요 소녀는 자신의 키에 맞도록 천장에 나뭇조각을 덧대었어요 어머니와 아버지와 오빠와 언니를 위한 모서리를 만들었구요 거실 한가운데 작은 모닥불을 피웠어요 자신의 심장을 꺼내 작은 덫도 만들었지요 그런데 해와 달과 별이 아무렇지 않게 창문으로 들어왔고 바람이 자꾸 문을 흔들었어요 소녀는 단지 혼자 있고 싶을 뿐이었어요 머리카락으로 촘촘한 커튼을 만들었어요 그러는 동안
시간이 천장을 자꾸 낮췄어요 소녀는 골목 끝 집이 정말 좋았어요 그러나 소녀는 아직 어린 채였으므로 낮아진 천장에 맞게 자신의 머리를 잘라야 하는지 발목을 잘라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답니다 그때 마침 무엇인가가 말했어요 나 같으면 발목을 자르겠어 그렇게
모든 것이 완벽해졌어요 골목 끝에 집이 있었어요 드나드는 사람은 없었어요 간혹 새가 날아들었다가 서둘러 나왔고 길고양이 몇몇이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렇게 골목 입구에 세워진 길없음 표지가 낡아지는 동안 소녀는 오래오래 행복했답니다
-시 〈골목 끝 집〉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