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1719383
· 쪽수 : 142쪽
· 출판일 : 2025-10-31
책 소개
목차
제1부 자연을 듣다
순천만 노을 / 물수제비 / 꼬리 / 호박이 담장을 넘어간 이유 / 구름 / 가을 아침 / 마른 나뭇잎 / 낙엽의 기도 / 민들레꽃 한 송이가 / 감꽃 피는 아파트 / 밀알의 꿈 / 섬 소년 / 싸락눈 / 씨톨
제2부 시간에 머물다
4월 / 귀뚜라미 / 모기 / 틈 / 밤바다 / 숲처럼 흔들리며 / 거미줄 엮기 / 옥탑방 강 씨 / 산사의 오후 / 함박눈 / 소리는 신호다 / 빗소리 / 탈피 / 싸전다리
제3부 상처를 마주하다
서두른 죄 / 저승 감나무 / 게으른 죄 / 하루살이의 변 / 그리마의 꿈 / 삼대 이야기 / 추석 / 치매 / 일기 20200518 / 실업 / 그해 겨울 눈보라 / 북소리 / 노숙 / 낡은 관
제4부 일상을 걷다
손금 / 신발 / 첫사랑 / 교실 창가에서 1 / 영화관을 지나다 / 웃음 / 우유부단 / 달콤한 도시 / 가 / 쓰러짐에 대하여 / 우렁이 색시 / 23시의 시내버스 / 창을 닦는 사람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마을을 떨쳐 나온 갯벌에
넉넉한 집 한 채 지어놓고서
한낮의 태양을 움키던
아직도 붉게 타는 집게발이
갈대의 정강이를 슬쩍-
뜨겁지, 무지 뜨겁지?
장난을 걸어오는 게에게
간지럽다, 간지러워 죽겠다!
몸을 뒤틀어 흔드는 갈대
언젠가 내 손길이 스치자
얼굴 붉어진 여인
추억처럼
빈 하늘에 물들어 있었다
- 「순천만 노을」 전문
밤하늘에 떨어지는 유성을 보면서
날이 밝으면 앞동산에 가리라
별똥별을 찾아 헤매다 이슬에 함빡 젖은
여치 한 마리 손바닥에 올려놓고
쓸어주고 불어주다
포롱포롱 멧새 떼 뒤를 쫓다가
별똥별은 잊고
축 처진 꼬리를 끌고 집에 돌아가
엄마에게 지청구를 듣다 어른이 되었는데
무엇이든 감추는 버릇이 생긴 건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신기하게도 원망 들을 일이 사라지고
그런 날이 계속될수록
꼬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나는
큰마음을 먹고 병원에 가
필요 없는 꼬리를 잘라 내 버렸다
꼬리가 없으니 가끔씩 비틀거리거나
넘어지는 일은 있으나 더 이상
감출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는 오롯이
나만의 두 다리로 설 수 있었다
싫어하거나 좋은 사람을 만나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온전한 성인이 될 수 있었다
- 「꼬리」 전문
거미줄처럼 엮인 항공로 지도를 떠올리며
그 줄 한 가닥에서
반짝이며 날아가는 비행기를 본다
신호를 기다리던 거미처럼
사람들의 기다림과 만남은
비행기가 흔드는 설렘을 따라
이대준 시집_ 거미줄 별꽃 04
달려갈 것이다
3월의 매화나무 가지에 매달린 꽃처럼
하얀 별들이 무성한 밤하늘도
이 별에서 저 별로
저 별에서 그 별로 다시
그 별에서 이 별로
거미줄을 치고서야 비로소
별빛 하늘다운 하늘이 된다
매화나무가 언 땅을 더듬다
초롱초롱 별꽃으로 태어나듯
별들도 그렇게 어둠을 더듬어
무더기 무더기로 빛나다가
펼친 그물을 지상에 쏟아
도시의 빌딩과 빌딩 사이
포장마차와 포장마차 사이
산골짜기 마을 사이사이까지
낯꽃 환한 등불을 밝힐 때
세상은 별처럼 빛이 난다
때로는 거미가 떠나버린 빈 거미줄
접착력이 사라진 거미줄에서도
아침 이슬이 빛나는 걸 본다
누군가의 눈물일 것인데
멀리서 날아가는 비행기의 설렘처럼 반짝
기다림에 엮여 있으면 슬픔도 별꽃이 된다
- 「거미줄 엮기」 전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