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797503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4-08-05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부_ 정 선생님께 드리는 선물
1. 사람들이 못 알아보는 감춰진 보화
2. 정 선생님께 드리는 선물
3. 나는 무슨 힘으로 사나?
4. 연자, 너도 시인이다
5. ‘늬가 멋이 간디 그러냐?’
6. 두 제자 앞에서 작아지는 나
7. 제자 아버님 묘소 앞에서
8. 인정머리 없는 것, 그게 글 쓰게 해요
9. 장성 서삼면 세포리에서 본 시비詩碑
10. 아내가 좋아하는 작가
11. 선생님이 가산디지털단지역을 지나가셨구나
12. 책 읽는 사람은 외롭지 않습니다
13. 과찬 속에서도 사람은 큰다
14. 어디서 그 많은 얘기가 나오시나?
15. 바닥 한 번만 손으로 만져 보소
16. 꽃보다 흥興이다
17. 목소리가 안 나와요
18. 알파교회 바자회에 가서
19. 당신 쇼핑 좋아하시지요?
20. 푸른 하늘과 스카렛
21. 언니가 내야지
22. 친절 가르치는 방법 하나
23. 연변 미인
24. 카운터 미인
25. 혹한 속에 온 꽃 배달
26. 산천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낮에
27. 이천에서 만난 두 여인
28. 정자동에 있는 마음이 편안한 집
2부_ 낫으로 연필 깎아주시던 아버지
1. 지하철에서 만난 윤진숙 님
2. 조달과장과 조리과장의 다툼
3. 식자재과장은 영구 보직인가?
4. 식자재과장 사표 내다
5. 남편이 말해준 오늘의 주의 사항
6. 낫으로 연필 깎아주시던 아버지
7. 연자, 순임이가 책값 다 내야겠네
8. 어느 소읍에서 마신 대추차
9. 당신은 눈으로 말하십니다
10. 품팔이해서 만들어주신 색동저고리
11. 곱창김 한 접시에도
12. 고치고 고치고, 고치는 사람이 작가다
13. 말할 사람이 필요해요
14. 엄마, 아버지 말씀이 안 끝났어요
15. 욘 포세가 묘사한 아이의 탄생
16. 왕십리, 왕십리지하철역
17. 내가 돈 많으니까 쓰라고 다친 거야
18. 나는 생활인, 식자재과장이야
19. 장어집에서 일하는 여인
20. 손만 잡고 있어도 마음이 통하는 사람
21. 고장 난 손가방
22. 쓰다 보니, 안 쓰려던 얘기까지 쓰고
23. 10년도 넘게 쓴 내 스마트폰
24. 옆에 사시면 친구하면 좋겠어요
25. 독서는 인생의 젖줄
26. 우리 동네엔 시인이 많다
27. 삼식이라니! 하늘이 두렵지도 않나
3부_ 집안에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
1. 집안에는 어른이 있어야 한다
2. 아아 무국!
3. 하루 종일 선생님을 품고 있었어요
4. 우산 하나와 돈 만 원의 기억
5. 긴 내 이야기 들어주는 사람은 누구?
6. 한 그루 나무도 이렇게 기쁨 주는데
7. 내 완벽함은 이기심이다
8. 하남검단행 지하철 안에서
9. 감색 반코트의 여인을 찾아서
10. 당신은 좋은 편을 택하셨습니다
11. 내 응급실이 되어주신 후배 어머님
12. 결혼도 한 남자에게 통째로 넘어가는 것
13. 이모, 뭐 먹고 싶으세요?
14. 이런 목사님도 계시구나
15. 유부초밥 먹으러 오세요
16. 평생 점심 대접해야 할 사람
17. 나는 왜 부끄러워하는가?
18. 이천의 봄 아가씨
19. 강청强請은 힘이 있다
20. 사가정역에서 만난 임 선생
21. 내 자유와 평화가 사는 곳
22. 나 선생님의, 노년 자유에 박수를
23. 내 영혼에 쳐들어 온 사람
24. 꼭 연인한테 얘기하는 것 같네
25. 사랑이 들어오면 가난이 나간다
26. 정지용이 본 시인 윤동주
4부_ 방아 언니 시집가는 날
1. 오늘 아침의 스카프 미인
2. 일 하랴, 멋 내랴, 글 쓰랴
3. 일본에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4. 나, 내일 전주 갑니다
5. 소포 부치는 선교사님 옆에서
6. 좋은 뜻 받기가 더 어렵다
7. 나를 쉬게 하는 보통 사람들
8. 잃어버린 할아버지네 들판
9. 모로코의 카사블랑카에 갔지만
10. <나의 아내 미우라 아야코>를 읽고
11. 결혼식 축사대로 살아온 어머니
12. 사람과 뭘 주고받을 힘도 없는 나
13. 내가 늘 곤비한 이유
14. 끌려 다니면서 사는 나
15. 벚꽃 아래서 내가 전화한 사람
16. 사람 생명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17. 지연 양의 아빠
18. 나무 한 그루와 시 한 편
19. 오빠는 요즈음
20. 천국에 가도 눈은 꼭 있어야 해요
21.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한다
22. 가을엔 생각하게 하소서!
23. 맞춤형 사랑과 무한 사랑
24. 저 미용실은 왜 늘 사람이 많을까?
25. 가난한 사람은 왜 생기나?
26. 자기 이야기는 자기 자랑일까?
27. 슬프다
28. 아파트에 울려 퍼지는 엄마 목소리
29. 방아 언니 시집가는 날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아 무국!」
집에 무가 많아서 아침에 무국을 끓였다. 아무런 양념도 없이 무만 넣고 끓였다. 간도 않고 무만 넣고 끓였는데 맛이 순하고 맑아서 좋다. 새로운 맛이다.
이 무국 국물 마시다가 생각난다. 민혜 님(연약한 60대) 목소리가. 그날 민혜 님과 동생이랑 식당에 갔을 때, 식사 후, 식당에 딸린 찻집에서 차 마시는데, 거기서 파는 순 보리빵을 민혜 님이 내게 사주면서 언니, 언니, 하고 부른다.
그 목소리─ 누구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한, 그 목소리는 양념이나 간하지 않은 천연 무국 맛이다.
남이 나를 언니라 부르면 당황하는데, 그가 부르는 언니, 언니 소리는 나를 평안하고 고요히 가라앉힌다. 그 목소리는 사람의 때 묻지 않고, 의식 섞이지 않은 생명의 원액 같은 목소리다. 양념 간 하지 않은 무국 같은.
「하남검단행 지하철 안에서」
“탱그르르르르르….” 군자역에서 환승한 하남검단행 지하철 안, 나는 서 있다. 그날 아침 코피가 났기에, 힘없어 물 한 모금 마시려고 물병 꺼낸다. 그 칸 반은 좌석, 반은 빈 공간. 빈 공간에 승객은 양쪽에 마주 보고 서 있고.
내가 물병 뚜껑 열다, 떨어뜨린다. 단단한 뚜껑은 쇳소리(?) 내면서 이쪽에서 반대쪽으로 대각선 그리며 요란하게 굴러간다. 난 부끄러워서 주우러 못 가고, 여학생이 주워 준다. 고맙단 말도 못 하고 서 있는데,
다음이 내가 내릴 상일동역.
그 여학생이 먼저 내린다. 나도 내린다. 뛰어서 그를 따라잡는다. “학생, 너무 고마워요. 내가 손에 힘이 없어 떨어뜨렸는데, 정말 고마웠어요.” 울듯이 말하는 내 격한 목소리에, 그는 뒤돌아보며 활짝 웃어준다. 대단한 웃음이다.
내가 실수 안 했다면 저런 목화송이 같은 웃음 받을 수 있겠나… 내 힘없는 몸에 설렘과 떨림이 인다… 살아난다.
「벚꽃 아래서 내가 전화한 사람」
후배 교회 뒤뜰, 만개한 벚꽃 아래 작은 바윗돌에 앉아서 혼자 오후 예배드리고. 기도하면서 하나님과 대화하고 나니, 사람과도 대화하고 싶다. 평택 사촌에게 전화한다.
“지금 뭣 하는가?… 나는 지금 벚꽃 아래서 예배드리네… 바람에 꽃잎들이 한 잎 한 잎 떨어지다가 우우 떨어지네. 보도 위에 쌓인 꽃잎들이 아픈 나를 만져주네… 형언키 어렵네.”
“…언니, 지난번에 남편하고 동해안 쪽으로 여행 갔다 왔어요. 올라오면서 벚꽃 너무 많이 봤어요. 벚꽃을 보면서 인생도 저렇게 잠깐 왔다 가는데, 욕심 안 부리고 살아야겠구나, 했어요.” “자네도 철이 드네. 철들면 죽는다지만 ─ 사람이 철들면 자기 생명 만든 창조주를 찾게 돼.”
“인생은 짧고 예술을 길다.” 예술도 ‘잠깐 길다’ 그런데, 무한하게 긴 살아있는 영원이 있다. 내게 영원 사모하는 마음 있는 건, 그 영원이, 영생이 실재한다는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