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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47803823
· 쪽수 : 175쪽
· 출판일 : 2022-12-25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부_ 푸른 김치 한 사발과 냉커피
1. 할아버지와 가을 장미꽃
2. 푸른 김치 한 사발과 냉커피
3. 짧지만 임팩트가 있는 메시지
4. 예의범절의 표본 같은 조 선생님
5. 구름에서도 가을 냄새가 나네요
6. 동생에게 부탁하는 말
7. 누군가의 말 한마디가
8. 글 잘 쓰려는 마음, 벗겨 버리니
9. 사랑은 그 사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것
10. 6촌 아주머니가 소에게 하는 말
11. 무의식이 끌리고 있다는 건 사랑이다
12. 이 무슨 운명적인 날인가
13. 갈치가 천 원! 갈치가 천 원!
14. 5천 원 두 장 꺼낸다면서 5만 원 두 장 꺼내다
15. 그 할아버지의 예기치 않은 친절
16. 5천 원 주고 산 연두색 치마
17. 밤 11시까지 나눈 대화
18. 태양을 바라보는 아이
19. 친구A와 친구B
20. B식당의 아름다운 여주인
2부_ 다시 렘브란트를 보다
1. 다시 도스토옙스키를 보다
2. 다시 릴케를 보다
3. 다시 렘브란트를 보다 1
4. 다시 렘브란트를 보다 2
5. 산속 밭에서 일하고 내려와서
6. 내내 즐거워하시던 요코하마 사모께
7. 단 1분도 허투루 쓰지 않아
8. 이 폭염에 또 보내셨어요!
9. 나와 같이 고궁을 거닐 사람
10. 아가씨, 아프지 말아요
11. 어느 친구가 분석한 작가 기일혜
12. 내가 만난 수줍은 아가씨
13. 청옥 님과 상추
14. 양자 님 집에 다시 가다
15. 내 일은 재미없고, 남 일은 재미있고
16. 「세상에서 가장 애교가 많은 여자」를 읽고
17. 형제우애가 어려운 시대
18. 나는 독자의 대서인(代書人)이다
19. 작가님 천국 가시면 어떻게 해
20. 연서 님의 행복 바이러스
21. 사람에게 속엣말 하는 것 아니다
22. 내 말 듣기 싫다는 남편
3부_ 작가 이모님
1. 수지 친구 집에 가는 날
2. 흰 싸락눈 내린 것 같이 환상적인
3. 작가 이모님
4. 비현실인 작가님이 현실인 나를 위로해요
5. 평범이 비범을 먹여 살린다
6. 정(情)과 덕(德)이 많은 김 선생님께
7. 고향에서 환영받는 선지자가 없다
8. 눈총 안 맞게 처신하세요
9. 대림 아파트 8동을 두 번 오르내리다
10. 세상에 버릴 것이 없다
11. 탄소 배출 절감 삶, 나는 살고 있는가?
12. 새벽하늘에 무서운 구름이
13. 아니요, 매원 님 됩니다
14. 막걸리 먹고 끝내라!
15. 어머니는 칼 같은 말 하지 않았다
16. 구두 수선하는 아주머니
17. 난리가 뭐 오늘만인가
18. 폭염의 날에 나눈 독자와의 대화
19. 작가님 만나러 천리라도 가지요
20. 그대에게 소망을
21. 지하철에서 남편에게 보낸 SOS
22. 어린이집에서 아기 반장이 하는 일
23. 오후에 시간 있으면 쪼르르 오실래요
24. 오늘 아침, 구름의 향연을 보셨나요?
25. 책 부자가 된 독자에게
4부_ 세 아가씨의 창덕궁 구경
1. 인내심 많은 어느 독자에게
2. 독자에게 가혹한 글 보내놓고
3. 옷 따라가는 마음
4. 사람이 나이 들면 더 예민해지는가?
5. 오늘은 오늘의 해가 뜬다
6. ‘존경하는 얄미움’에 대하여
7. 아홉 번 끓인 흑삼차
8. 수정 님의 위대한 외출
9. 뛰어난 사람들이 진(陳)을 치고 있네요
10. 이 작가는 왜 바닥이 안 나지?
11. 사람 목소리가 하나님 음성으로 들릴 때
12. 미스터 김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어요
13. 미스터 김에게 하고 싶은 말
14. 새벽에 보낸 청옥 님의 편지
15. 콩나물 라면 한 그릇을 놓고
16. 세 아가씨의 창덕궁 구경
17. 남편이 청년(?) 같을 때
18. 선생님도 선물하는데 저도 해야지요
19. 지구에서 하나뿐인 사람
20. 제2의 갤러리
21. 당신 별명이 태평양이라고요?
22. 싼 건 막 쓰는 재미가 있잖아요
23. 장대 할아버지의 빠이빠이 2
24. 청정 호박잎과 가지
25. 따뜻한 꿈이 있는 어머니
26. 가정에는 음식이라는 예술품이 있어야
27. 작가님도 주워왔잖아
28. 개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를 먹습니다
29. 91세 할머니가 하룻밤에 읽어버린 책
30. 푸른 하늘 흰 구름송이 같은 부부
31. 이 세상에 있을 때만 좋은 것
32. 이웃집에 자주 다니지 말라
33. 깊은 신음하면서 찾는 사람
34. 이야기보따리 친구의 정직
35. 서정리 최 선생님께 드립니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갈치가 천 원! 갈치가 천 원!
나는 친구와 연서 님 만나러 가면서 내가 가장 아끼는 옷을 설레면서 꺼내 입는다. 내 옷 중에서 제일로 아름다운 그 원피스 입고 남편에게 보여 드려야지 하고, 기다린다.
남편도 외출이라 그런지 세면실에서 좀체 안 나온다.나오자, 기다리고 섰던 내가 말한다.
“내 옷 좀 봐줘요. 어때요?” 남편은 대답 대신 갑자기 큰 소리로 “갈치가 천 원! 갈치가 천 원!”
나는 그 의미를 알기에, 그만 자지러지게 웃는다. 내가 자지러지게 웃는 걸 설명하려면 얘기를 좀 해야 한다. 오래 전에 들었던 얘기라고, 남편이 얼마 전에 내게 들려주었다.
나이 많은 어느 할머니가 외출했다 돌아오는데, 동네 트럭에서 생선(갈치) 파는 아저씨가 이렇게 외친다. “갈치가 천 원! 갈치가 천 원!…” 그 소리를 ‘같이 가 처녀! 같이 가 처녀!’로 잘못 알아듣고 흐뭇하게 집에 들어온 할머니.
그는 거울 앞에 서서 몸을 이리저리 돌려 보면서 포즈를 취해 본다. ‘내 몸매가 아직도 처녀 같나?’ 들어오자마자 한동안 거울 앞에 서 있는 시어머니가 이상한 며느리가 왜 그러시냐고 묻자 할머니가 대답한다. “…아직도 내가 처녀 몸매 같으냐? 아까 오는데 생선 파는 아저씨가 나보고 ‘처녀 같이 가! 처녀 같이 가!’ 하더라…?”
그날 저녁 아내로부터 이 말을 전해 들은 남편, 할머니 아들이 다음날 퇴근해서 귀가하는데, 동네 어귀에서 트럭을 대놓고 생선 파는 아저씨가 있다. 아저씨는 ‘갈치가 천 원! 갈치가 천 원!’ 외치면서 손님을 부르고 있다.
아들은 아, 어머니가 이 ‘갈치가 천 원!’을 ‘같이 가 처녀!’ 로 잘못 알아들었구나. 아들과 며느리의 의문이 풀린다.
남편은 내 옷차림이 어떠냐는 물음에 처녀 같다는 말을, 갑자기 ‘갈치가 천 원!…’ 하면서 나를 웃긴다. 그런데 남편의 말을 더 새겨들으면 ‘당신 모습이 처녀 같다’는 말도 될 수 있고, ‘여보 착각하지 마! 당신 나이 82세야’ 경고도 은근히 들어 있는 것 아닐까?… 어쨌든 나는 그날 외출하면서 지하철 안에서 남편이 한 말, ‘갈치가 천 원!’을 생각하면서 혼자 얼굴을 감싸고 오래 웃었다.
내 옷 좀 봐 달라는 철없는 아내 말에 대한,
남편의 명 대답이 아닌가.
흰 싸락눈 내린 것 같이 환상적인
그날, 수지 친구는 주말농장에서 남편이 농사지은 감자를 쪄서 내놓는다. 그런데 이건 아무리 봐도 감자가 아니다.
무슨 눈의 나라에서 온 하얀 요정들, 커다랗게 흰 꽃송이다. 찐 감자 속살이 하얗게 터져서 마치 흰 감자 살 위에 하얀 싸락눈이 내려 쌓인 듯.
내가 처음엔 바라만 보다가… 허기가 졌는지 그 감자를 두 개나 먹었다. 참으로 무자비한 식탐가가 아닌가.
내 앞에 싸락눈 꽃송이같이 똑 같은 크기의 탁구공만한 감자가 10개쯤 놓여 있으니 그지없이 눈부시다. 친구가 갑자기 예술가처럼 보여서 이걸 어떻게 만드느냐고 물으니 대답한다.
“이것… 감자를 껍질 벗겨 쪄서, 다시 설탕과 소금을 넣고 막 굴려, 굴려! 감자가 막 부딪히면서 이렇게 돼.”
“아아 감자끼리 서로 아프게 부딪히면서, 이렇게 살이 터지면서 뽀얗게 되는구나… 감자도 아픈 관계에서 아름다워지는구나, 사람같이…”
골짜기의 모난 돌도 물길 따라 굴러 흐르면서 그 모가 깎여 부드러워지듯이. 감자도 그렇구나… 그렇게 살이 터지게 부딪히고 굴러야, 싸락눈 내린 것처럼 뽀얀 살을 드러내면서 보암직하게 아름다워지는구나… 친구는 재주도 많다.
사물의 원리나 이치를 잘 아는 친구.
그는 사물의 원리나 이치뿐만 아니라, 인간성의 원리도 잘 알고 있다. 상대의 인성을 꿰뚫어보는 영성!
그가 몇 십 년 만에 내게 전화할 때, ‘너는 어떻게 그렇게 사니?…’ 하면서 한참 동안 쏟아내던 울음을 나는 간직하고 있다.
그 ‘신령하고 진정스런 울음’
가끔 그 친구를 생각할 때마다, 그 울음 앞에 내 교만한 무릎이 꿇어지면서,
그를 존경한다.
오늘 아침, 구름의 향연을 보셨나요?
아침에 하늘을 본다. 온 하늘에 꽉 찬 구름이다.
은보라색 자개구름이 이리도 꽉 찬 하늘은 처음 본다.
내겐 처음이 많다. 내 마음이 날마다 새로워지니까,
똑같은 사물도 새롭게 느껴져서 그럴까?
구름의 향연은 한 5분간 계속되더니 점점 아침 해가 솟아 오름에 따라 흩어진다. 나중엔 자잘한 흰 구름 덩이가 식혜에 밥알이 동동 떠 있는 듯, 하다가 사라진다.
이런 날은 외출 안 할 수가 없다. 오늘 새벽에 연서 님 독후감도 보았다. 아직도 어떤 독후감은 나를 끓어오르게 한다. 내 책에 대한 독후감은 독자가 내 영혼에게 하는 말이라 내가 뜨거워지나 보다.
하늘에 꽉 찬 은보라색 자개구름처럼, 나도 오늘은 잔치하고 싶다. ‘그 친구’를 만나고 싶다. 그 사이 하늘은 구름 한 점 없는 은옥색 맑은 하늘… 내 환상과 신비를 알아주는 그 친구 만나러 간다. 나만 너무 행복한 것 같아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죄송한 마음으로, 마음 인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