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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기초과학/교양과학
· ISBN : 9791191842265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2-08-16
책 소개
목차
개정판 추천의 글 / 숨은 영웅에게 바치는 헌사
초판 추천의 글 / “초파리를 빼놓고 생물학을 논하지 말라.”
프롤로그 / 초파리, 20세기 생물학과 유전학의 상징
1. 유전학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다
현대 유전학의 기초를 세운 만남
최적의 실험동물을 찾아서
진화론의 맹점
더프리스의 돌연변이설
멘델의 유전 법칙
흰색 눈을 가진 초파리
최초의 유전자 지도
2. 돌연변이와 유전자 지도
유전학 연구의 돌파구
즉각적인 돌연변이 시대의 의미
수정란은 어떻게 완전한 생물로 성장할까?
마스터 유전자의 발견
조절 유전자와 발생
유전자 낚시
3. 진화유전학의 탄생
야외로 나간 초파리 실험
수학이 유전학의 방향을 바꾸다
자연 선택을 뒷받침하는 증거
초파리실의 분열
진화유전학은 무슨 쓸모가 있을까?
만약 다윈이 초파리를 연구했더라면……
4. 초파리가 인간에 대해 알려 준 것
초파리의 뛰어난 지적 능력
점핑 유전자를 이용한 새로운 돌연변이
학습과 기억 유전자의 미래
우리는 왜 술을 좋아하는가?
생체 리듬의 수수께끼
5. 짝짓기를 둘러싼 진화 게임
초파리의 성생활 연구
부모가 되기 위한 경쟁은 뜨겁다
무엇이 암컷의 수명을 단축시키는가
양성 갈등에 대한 새로운 시각
6. 노화의 비밀을 밝혀라
장수 유전자의 발견
생물은 왜 늙는가
자유 라디칼의 공격
종마다 수명이 제각각 다른 이유
영원한 삶을 얻으려면 섹스를 포기하라
최선의 답은 무엇일까?
7. 세상에서 종 분화가 가장 활발한 곳
종의 기원이 만발한 장소
지구상에서 가장 외딴 군도
종 분화의 수수께끼
‘종’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도브잔스키의 종 개념이 흔들리다
8. 초파리, 거의 모든 생물학의 역사
사람들에게 잊혀진 초파리실
초파리에 관한 또 하나의 위대한 발견
초파리의 세기
첫 번째 에필로그 / 초파리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들
두 번째 에필로그 / 초파리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열 가지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초파리 원자로
모건은 실험 진화라는 새로운 연구를 위해 초파리 실험의 규모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제 초파리를 수백 마리가 아니라 수만 마리를 키우기 시작한 것이다. … 돌연변이는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사건이다. 돌연변이를 로또 복권 당첨에 비유한다면, 개개의 초파리는 개개의 복권에 해당한다. 만약 복권을 몇 장만 산다면(실험실에서 초파리를 몇 마리만 기른다면), 당첨될 확률(새로운 돌연변이를 발견할 확률)은 극히 낮다. 그러나 복권의 수를 수천, 수만 장으로 늘리면 당첨될 확률이 높아진다. 초파리를 많이 기르면 짝짓기가 많이 일어나고, 새로운 돌연변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많은 돌연변이 대립 유전자(대립 형질을 지배하는 한 쌍의 유전자로 염색체 위의 같은 유전자 자리에 위치하며, 대개 서로 우성과 열성 관계에 있다)는 열성 지시이기 때문에, 처음 나타날 때에는 우성인 짝에 가려 그 형질이 발현되지 않는다. 새로운 돌연변이 지시를 발견할 수 있는(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같은 지시를 가진 두 초파리를 짝짓기시키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어떤 초파리가 어떤 지시를 갖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무작정 시도해 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배시키는 초파리 수를 늘리면, 같은 열성 유전자를 가진 두 마리가 짝짓기를 할 확률이 높아진다.
모건은 일단 어떤 돌연변이를 확인하면, 새로운 돌연변이 유전자만 가진 암컷과 수컷을 얻을 수 있도록 초파리들의 짝짓기를 세심하게 조절했다. 그 결과 더 많은 돌연변이가 나타났고, 그러자 다시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초파리들끼리 더 많은 교배를 시킬 수 있었다. 몇 달 안에 모건의 실험실은 초파리 원자로 비슷한 공간으로 변했다.
발생이라는 퍼즐을 맞추다
발생은 이처럼 서로 다른 여러 마스터 조절 유전자 집단이 차례로 활성화되며 진행되고, 이것들이 합쳐져 순차적으로 신체의 지역 분할과 배치가 일어난다. 수정란일 때 초파리는 확실한 형태가 없는 타원체로, 눈에 띄는 특징이 거의 없다. 발생이 진행되면서 머리 끝 부분과 꼬리 끝 부분, 상반신과 하반신이 생겨난다. 그리고 분할이 계속 일어나 몸은 일련의 체절들로 분할된다. 체절들은 한참 뒤에야 상동 이질 형성 유전자의 지시로 각자 고유한 특성을 나타낸다.
루이스와 뉘슬라인폴하르트와 위샤우스는 발생이라는 퍼즐에 중요한 조각들을 일부 첨가했고, 그 덕분에 일관성 있는 이야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포들은 스위치가 켜지는 유전자들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세포로 발생하며, 유전자들을 켜고 끄는 일은 마스터 조절 유전자가 담당한다.
종의 기원이 발생하는 장면
1930년대 중엽에 도브잔스키는 광범위한 지역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서식지에서 초파리를 채집했다. 남쪽으로는 멕시코, 북쪽으로는 캐나다 서부의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와 알래스카, 동쪽으로는 네브래스카 주와 노스다코타 주까지 여행했다. 이렇게 수집한 수만 마리의 초파리를 패서디나로 갖고 와 현미경으로 염색체를 자세히 관찰했다. 도브잔스키가 연구 결과를 대량으로 쏟아 내자, 개체군을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들의 집합으로 보던 낡은 개념은 역사의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갈 운명임이 명백해졌다. 도브잔스키가 조사한 모든 개체군은 유전적 다양성이 풍부했다. 그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유전적 변이는 비정상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었다. …
앞에서 말했듯이, 도브잔스키가 맨 먼저 발견한 것은 각 개체군 내에 유전적 변이가 아주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신발 비유로 바꾸어 이야기해 보자. 각 도시마다 대여섯 종류의 신발이 있었다. 그런데 변이성은 개체군 내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개체군 사이에도 존재했다. 다시 말해 도시마다 신발 종류의 명단이 제각각 달랐다. 예를 들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지저스 부츠Jesus boots(히피 등이 신는 남자용 샌들)와 모카신moccasin(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든 납작한 신)이 유행했지만, 미니애폴리스에서는 그런 신발은 보기 드물고 대신에 스노 부츠가 인기를 끌었다. 댈러스에서는 지저스 부츠와 스노 부츠를 모두 찾아보기 힘들고, 대신에 카우보이 부츠가 인기였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디자이너 스니커즈가 유행하지만, 시애틀에서는 그것을 보기 힘들고 고무장화가 인기를 끌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뉴욕에서는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가죽 옥스퍼드 슈즈를 비롯해 모든 종류의 신발이 골고루 섞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