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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1860238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23-03-27
책 소개
목차
■ 머리말
제1부 가슴으로 부치는 편지
배따라기 향수에 젖어 산 세월
당신이 날 일으켜 세워주시기에
아토를 그리워하며
사마리아 사람, 그리고 사랑의 실천
내 탓이오, 내 탓입니다
파워 오브 유머
종교 이야기
나의 사랑, 나의 공주님
산행 예찬
제2부 작은 산사람의 큰 산 사랑 이야기
그리운 금강산
민족의 산 태백산
영서지방의 명산 치악산
세계에서 자랑할 만한 명산 북한산
오봉이 아름다운 도봉산
금지산경의 관악산
다시 관악산을 오르며
경기의 금강산 운악산
무주구천동의 덕유산
지리산 피아골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오늘 혼자 조용히 이런 엉뚱한 생각을 가져본다. 어떤 사회단체가 다시 한번 ‘내 탓이오’와 같은 사회 캠페인을 실천하자고 제안한다면, 그 말보다는 ‘사랑합니다’라는 캠페인을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되묻고 싶다. 성경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예수가 우리에게 항상 실천하기를 바라시며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라고 명하신 말씀에 순종하는 의미임을 알게 될 것이다.
사회에서 펼치는 캠페인에 걸맞는 표현이라면 “사랑합시다!”라고 하는 것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합시다!”라는 말의 숨은 뜻에는 나도 당신을 사랑할 터이니, 당신도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강요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일상에서 실행해 보자는 사랑은 교환적인 사랑이 아니다.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나는 상대방을 사랑해야 한다. 사랑한다고 해서 자랑할 일도 아닐 것이고, 상대방의 사랑이 더 크다고 해서 세상적 판단으로 비교의 대상이 결코 될 수 없는 것이며, 오직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을 지속할 때라야 진정한 사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을 실천해 보자. 그 사랑이 아가페적 사랑이냐, 에로스적 사랑이냐 하는 토를 달지 말고 그냥 사랑해 보자는 것이다. 그것이 내 양심 속에서 참 하나님께 감추고 싶은 부끄러움이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일 것이다.
에로스적 사랑이란 것도 육체적 사랑에서 인간의 어떤 진리를 추구해 보자는 의미에서 파생된 용어인 바, 우리가 누구를 사랑한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그 대상을 감싸주고 보호해 주려는 마음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노라면 상대방이 원하지 않아도 스스로 헌신하고 싶어지고 희생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렇게 자기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랑이라면 아가페적 사랑일 것이다.
나에게는 ‘주은’이라고 부르는 외손녀가 있다. 주은이가 태어날 때의 떨리는 흥분감은 딸을 출가시킬 때보다 컸다. 딸을 출가시킬 때는 섭섭한 감정이 주를 이루었다면, 손녀가 태어나기를 초조하게 기다릴 때의 감정은 온통 축복과 설렘의 순간들이 영화필름처럼 연속으로 이어지는 시간이었다.
어찌 생각해보면 손녀가 태어난다는 것은 내가 할아버지 대열로 완벽하게 들어선다는 말과 같다. 나이가 들었으니까 어차피 타인들한테 할아버지라는 소리를 듣기는 한다. 그러나 손녀가 태어나면 당장 “할아버지 품에 안겨 봐. 응?” “할아버지 어디 계셔?” 하고 딸의 입에서도 할아버지 소리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게 된다. 이른바 공인된 할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만큼 늙었다는 것인데도 손자를 본다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나는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손녀에게 ‘명품 반열’에 낄 수 있는 할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명품 할아버지가 되어서 손녀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간직되고 싶어서 법석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