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079578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3-03-25
목차
차례
시인의 말
1부
목련꽃
커튼콜
뚜껑을 따다
소원등
시론
올챙이를 표절하다
나를 조문하다
별책부록
첫눈
겨울이 키운 아이들
지금이 절정이다
꽃으로 묶어둔 시간
죽어서 왕이 된 사람
마지막 이사
뿌리의 시간
자작나무 숲
2부
달팽이처럼 산다
용주사
가을의 이력서
헌혈의 계절
빈집으로 남겨진 시간들
덤
미스김 라일락
세 잎 클로버
이름의 무게
풍경 한 장
터닝 포인트
내비에게 길을 묻다
외갓집
연리지
보랏빛 무지개
꽃씨
3부
시간의 버튼
경성아씨
귀향길
적색신호등
등으로 울다
소금강
적금통장
아홉 살의 저녁시간
오월의 발자국을 따라가면
호우경보
타투의 계절
성장통
동행
수석 찾기
잠자리의 성묘
성전
4부
담쟁이의 비행
6월의 액자
지금은 유인중
핑계
갈매기의 꿈
순례자의 길
백합나무
고해
부적
아비의 손
마법에 걸린 가시나무새
환상통
이름을 불러준다는 건
시집
특별수업
두물머리
■ 해설
마음을 움직이는 시 | 오봉옥(시인 ·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금이 절정이다
개나리가 꽃잎을 터트렸다
마침표를 찍지 못한 봄이 동구릉을
서성이는 11월
아니 꽃이 미쳤나 입동이 지났는데
철딱서니 없기는
누군가 툭 던지고 지나간다
노랑이라고 다 같은 노랑이 아니다
숨비소리처럼 터지는 꽃
봄날에 피었던 그 꽃이 아니다
병아리들 봄나들이 마치고
다시 또 한번 가보지 못한 낯선 길에서
봄을 노래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비록 철을 놓치고 길을 잃었지만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향기를 찾아가는
그래 지금이 절정이다
가을을 서성이는 나도 그렇다
꽃으로 묶어둔 시간
저녁 산책길에 떨고 있는 감국 몇 송이 꺾어다
화병에 꽂아주었다
꽃은 또 왜 꺾어왔냐
그것들도 순리대로 살다 가는 거여
엄마처럼 멀리 보지 못하고
꽃잎에 맺힌 시간 조금만 더 붙잡고 싶었다
무릎이 꺾인 허공에서
시나브로 목을 축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닷새째 결국 숨을 놓았다
내가 믿었던 사랑이 다 옳은 건 아니다
향기가 바스라진
그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
그에게 나는 사랑이었을까 아픔이었을까
매듭을 찾지 못한 약속 하나
꽃잎의 시간은 이렇게 아슬하다
뿌리의 시간
왕숙천 둔치에서 겨울 냉이 한 줌 캐왔다
추위에 움츠러든 잎 대신
더 길어진 뿌리의 맛과 향이 진하다
언 땅 밑에서 길을 찾던 캄캄했던 시간들이
이렇게 깊어졌을 것이다
하루에 세 번씩 들어오는 마이크로버스는
도시 바람을 실어 나르고
그녀들의 냉이 바구니도 봄바람을 타고
하나 둘 고향을 떠나왔다
볕뉘 한 조각 없는 객지에서 할 수 있는 건
몸을 낮추고 자리 잡는 일
방직공장 산업체 학교를 다니면서도
빛을 찾는 뿌리의 시간이었다
친구야 나도 냉이를 한 바구니나 캐왔다
봄 냉이도 울고 갈 맛이네
3년째 코로나로 식당도 어려운데
서산에서 날아온 그녀의 목소리는 통통하다
자신이 겨울 냉이라는 걸 저만 모른 채
오늘의 특별 메뉴는 봄
손님들도 파릇파릇 싱싱해지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