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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찾기 전

전소영 (지은이)
현대시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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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찾기 전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자기를 찾기 전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079721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3-07-07

목차

시인의 말

1부
나는 내 섬의 왕이지만
바다로 가는 길
환圜을 꿈꾸는 각角
빈 겨울
어떤 창의 소식
자기를 찾기 전
엘리시아
엔트로피
emart
화성華城에서
파로호
산딸기 숲
다도茶道하는 마음의 변천사
TV 안테나, 구름 그리고 참새
강담江談 2

2부
은행나무 사랑
삶의 내시경 검사
NS 홈쇼핑에게
기억의 편린

어느 시인의 방황일기
어둠 속을 걸어서
달을 피하는 밤
어느 시인의 고백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
대포항에서
웃어른이신 당신에게
이별
대설로大雪路

3부
책넘이길
가족사진, 달력, 소파에 누워 그것들을 바라보는 나
나는 새다
가계부와 나와 새
불빛들은 말한다
물의 향연饗宴
그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리마인드 웨딩을 꿈꾸는 여인
봄비, 그 작은 사건 이후
소나무 숲
바보야
어스름 예찬
허브빌리지
여성회관 요리강습시간
오죽헌에서

4부
다시는 안 돼
가을 풀벌레 소리
눈다리
왕따
찻길 속에서

타워크레인의 노래
어느 환한 날
의자
저 별은 나의 별
어둠 속의 백진달래
마스크 팩
바람드리
풀꽃들에게 바침

해설
‘지상의 작은 예술’을 꿈꾸는 고독한 시인 | 고명수(시인 · 전 동원대 교수)

저자소개

전소영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서울 출생. 영파여자고등학교 졸업.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수료. 1996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대전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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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어둠 속을 걸어서

자정이 가까워 가로등 불빛도 없이
하늘의 별과 달이 내려주는 빛만을 벗 삼아
멀리서 반짝이는 나의 아파트가 희미하게 흔들리는데
그림자도 파묻혀 죽어버린 어둠 속을
더듬어 더듬어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길을 걷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혼자인 게 편하다
말없이 생각하며 갈 수 있으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두운 게 싫지 않다
어둠 속에 목적지인 내 집만 바라다보이니까

나아간다, 나아간다

당신과 멀어지는 것이 두렵고
아이의 실망이 무섭고
부모의 한숨이 무겁고
비어가는 통장 잔고가 힘들고
늘어가는 카드 대금이 걱정되고
불확실한 나의 창작의 여정이 궁금하고

모두 어둠 속에서 찾아지는 것들
결코 밝음 속에서는 조명되지 않는 신산한 것들

미지의 안개를 노래했던 헤르만 헤세의 시
이 밤 나는 고통과 좌절을 조명하는 어둠을 노래하고 싶다

어둠 속에 헛디딜까 두려워도 발걸음은 계속되고
어둠 속에 넘어질까 힘들어도 두 팔은 중심을 잡고 휘젓고
어둠 속에 부딪힐까 걱정돼도 보이지 않는 눈은 감지 않고

어둠 속을 저벅저벅
비틀대며 걷노라면 나의 아파트는 어느새 저 멀리 가 있고
밤인데도 자지 않는 새들은
어둠 속에 귀신 옷자락 같은 나뭇가지 속에서
밀어로 시끄럽게 지저귀는 것을 멈추지 않는데

나는 홀로 와서 홀로 돌아간다
어둠 속을 걸어서.


달을 피하는 밤

집으로 돌아가는 밤

찌그러진 달이 구름의 베일을 덮고
희끄무레한 시선을 내리고 있다
나무 밑으로 걸어가는 데도 시선을
거두지 않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일그러진 달이 말을 걸어왔다 달은 나의
비밀하고도 은밀한 환부를 건드렸다 달은
내게 흰빛의 고백과 성찰을 원했다 어느새
구름의 베일을 벗어버리고 환한 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달의 속속들이 바라보는 눈길

달을 피해야겠다 달의
시선에 닿지 않아야겠다 나는
달렸다 달은 끈질기게 줄곧 나를
따라왔다 찌그러진 달은
말해, 어서 말해 라고 빛을 뿌렸다


자기를 찾기 전

노트북 컴퓨터, 핸드폰, 곤색 배낭
내 소지품들을 모두 다 뒤졌지만
빽빽이 입력된 숫자처럼
쓰다만 손수건처럼 발견되지 않는다

도서관과 스터디까페, 그리고 아파트 마당의 뒤뜰과
좁은 내 방까지도 구석구석 뒤졌지만
무수한 흔적만 남기고 보이지는 않았다

짐뿐이고 흔적뿐인 정체를 찾아서 헤매는 삶
언제나 이미 지나가 버린 자를 뒤쫓는 바쁜 삶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할 것인가 아니면
빠른 중고 자동차를 한 대 사기 위해 돈을 모을 것인가

뛰어오느라 허덕이는 숨을 몰아쉬며
“어이, 이봐요, 나씨 나 좀 봅시다” 하고
‘나’라는 작자의 등덜미에 손을 얹어보게라도 된다면
‘나’는 놀라겠지, 너무나도 멀고 먼 거리가 돌아서 있음에
서둘러 달려온 속도만큼 돌아서 있음에

아, 그런가요? 필요한 것은 컴퓨터와 차가 아니라구요
간신히 그런 소식 하나 전해 받겠지

언젠가는 말이야, 자기를 찾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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