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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사상가/인문학자
· ISBN : 9791192092607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6-03-30
책 소개
행위자-연결망 이론(ANT)의 창시자 브뤼노 라투르를 만나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인류학자이며 사회학자인 브뤼노 라투르는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지식인이다. 그는 현재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저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왜 지금 브뤼노 라투르인가? 지난 40여 년간 그는 자연과 사회, 인간과 비인간, 근대와 전근대 같은 근대적 이분법에 도전해왔다. 사실 온갖 하이브리드들(미세먼지, 길고양이, 기후 위기 등)은 이미 그런 이분법을 넘어서 있다. 미세먼지는 자연의 산물인가, 사회의 산물인가? 또 지구 온난화는 어떠한가? 그 어느 것도 단순히 자연이나 사회 중 어느 하나로만 환원될 수 없다면, 우리는 근대적인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무언가 문제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책 『처음 읽는 브뤼노 라투르』는 근대성이 지닌 모순과 한계를 성찰해온 사상가 브뤼노 라투르를 알기 쉽게 소개한다. 과학 실험실에서 벌어지는 실천을 연구하는 인류학자로서, 근대성의 숨겨진 비밀을 밝히는 철학자로서, 과학과 정치가 얽히고설키는 지점을 보여주는 사회학자로서 라투르가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을 잘 정리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유전자 조작 기술, 인공지능 등 그 어느 때보다 위험천만한 하이브리드들과 대면하고 그들과 공존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자연과 사회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라투르의 사상은 흥미로운 질문과 답변을 제공해준다.
『처음 읽는 브뤼노 라투르』는 2017년 초판 1쇄를 찍은 후 10년 가까이 꾸준히 읽혀왔으며, 라투르의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집약한 입문서로 널리 추천받아왔다. 특히 이번 개정증보판에서는 라투르가 평생에 걸쳐 작업한 대작이자 주저인 『존재 양식의 탐구』에 이르게 된 사상적 궤적을 스스로 설명하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이 부록은 「탐구의 전기: 존재 양식들에 관한 한 권의 책에 대하여」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 과학인류학자, 근대성의 철학자, 정치생태학자, 결합의 사회학자
- 브뤼노 라투르의 네 가지 얼굴
『처음 읽는 브뤼노 라투르』는 브뤼노 라투르의 저작 전체를 아우르는 최초의 입문서이다. 사상가로서 브뤼노 라투르의 40여 년에 걸친 지적 여정은 매우 다면적이고 다채로우며 무수한 학문 분야와 지역을 넘나든다. 그렇지만 그동안 국내에는 그의 모습이 파편적으로만 소개되어왔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라투르의 전체적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준다. 특히 저자들은 라투르의 사상적 궤적을 네 가지 “얼굴” 또는 “정체성”으로 분류하여 매우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 과학인류학자로서 브뤼노 라투르(2장)
브뤼노 라투르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 명확한 계기가 있다. 그는 과학 실험실에 들어가서 과학자들의 행동 방식을 인류학적으로 연구한 첫 번째 인류학자였다. 그가 동료인 스티브 울가와 함께 쓴 『실험실 생활: 과학적 사실의 사회적 구성』(1979)은 그동안 과학에 대해서 가졌던 사람들의 편견을 낱낱이 깨뜨려주었다.
과학인류학자로서 라투르는 아프리카에서 배운 인류학적 현장연구 방법을 활용하여 과학 실험실에서 과학적 ‘사실’(fact)이 단순히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여기서 라투르가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은 소위 “과학적 방법”이나 “과학적 사고”가 있다고 생각하는 근대인의 인식론적 편견이다. 라투르는 이렇게 묻는다. “만약 코트디부아르 농부에 대한 연구에서 사용된 현장연구 방법을 일급 과학자에게 적용한다면, 과학적 사고와 전과학적 사고 사이의 거대한 분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의 통념과는 달리, 라투르는 과학자들이 특별히 과학적으로 사고하거나 과학적 방법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추상적인 사고방식 같은 것이 아니라, 과학 실험실에서의 구체적인 실천들을 통해 일어나는 물질들의 변형 과정(“번역”), 물질에서 텍스트로의 변환(“기입”), 그리고 연구 결과들의 비교와 대조를 통해 형성되는 전 세계적 과학기술 연결망(“전 세계적 테크노사이언스”)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라투르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기존의 인식론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서 더욱 실재적이고 현실적으로 과학적 실천의 진행 과정을 연구하고, 나아가 이를 통해 “근대성”이라는 것이 어떻게 구축되어 왔는지를 밝혀내기에 이른다.
■ 근대성의 철학자로서 브뤼노 라투르(3장)
근대성의 철학자로서 라투르는 이른바 “근대 헌법”을 분석한다. 근대 헌법이란 정치와 과학, 사회와 자연, 근대와 전근대 사이의 명확한 구분을 만들고 유지하는 근대성의 ‘공식적’ 조직 원칙이다. 여기서 라투르의 핵심 주장은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는 것, 즉 공식적 근대 헌법은 결코 유효했던 적이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왜냐하면 과학 실험실에서의 실천이 보여주듯이 정치와 과학, 사회와 자연의 이분법은 결코 유지된 적이 없고 언제나 서로를 침범하고 넘나들어 왔기 때문이다.
라투르에 따르면 근대인은 한편에서는 자연과 사회 간의 이분법적 구획을 만들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연-사회의 하이브리드들을 끊임없이 생산하는 이중적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이중적 과정에 대한 망각이 근대성이 만들어내는 역동성의 기원이다. 그러나 이는 오늘날 생태 위기의 경고 신호가 증명하듯이 자연과 문화의 통제되지 않는 혼합체(또는 하이브리드)들이 증가하면서 점점 더 문제적인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수많은 하이브리드를 외면하고 자연과 사회가 마치 다른 곳에 있는 것처럼, 과학과 정치가 마치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여겨온 근대적 사고방식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그래서 라투르는 이러한 근대 헌법에 대한 대안으로서 “비근대”라고 부를 수 있는 문화적 이해와 실천 방식을 제시한다.
■ 정치생태학자로서 브뤼노 라투르(4장)
정치생태학자로서 라투르는 과학인류학 연구와 근대성의 철학으로부터 정치적 함의를 이끌어내려 한다. 그는 인간과 비인간 환경 간의 문제적 관계를 “자연의 의회” 또는 “사물의 의회”라는 관점에서 다시 사유한다. 여기서 사물의 의회란 인간과 비인간의 하이브리드 집합체를 지칭한다. 기존 근대 헌법에서 포함되지 못한 채 외면된 하이브리드들을 사물로까지 확장된 민주주의 속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것이 라투르의 의도다.
여기서 라투르는 명확한 선택지를 제시한다. 근대인의 이분법적 경계를 유지하고 근대적 메커니즘을 통제하기 위한 광적인 노력을 증대함으로써 “근대화를 근대화”할 것인가, 아니면 불확실하고 사전 예방적이며 실험적인 조건들 아래에서 우리의 집합적 삶을 “생태화”할 것인가? “근대화냐, 생태화냐” 하는 이런 물음은, 끊임없이 “위험 사회”로 나아가는 근대화의 시도로는 더 이상 우리의 집합적 삶, 생태적 삶이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함축하고 있다. 이 점에서 라투르는 근대성을 단순히 비판하는 데 그치는 탈근대적 관점을 넘어서, 자연과 사회를 아우르는 공동세계를 함께 만들어나가려는 대안적 관점(“비근대성”)을 제시하고자 한다.(이는 후기의 라투르가 “생태계급”을 주장하는 이유와도 연결되어 있다.)
■ 결합의 사회학자로서 브뤼노 라투르(5장)
결합의 사회학자로서 라투르는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 줄여서 ANT)을 통해 기존 사회과학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제안한다. 전통적 사회학이 오직 인간으로만 구성되는 사회를 연구하는 데 반해, 비근대 세계에서 사회학은 인간 “행위소”와 비인간 “행위소” 간의 이종적 연결(또는 결합)을 추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합의 사회학이라는 용어가 바로 여기서 유래한다.
이처럼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주는 “행위자-연결망 이론” 또는 “결합의 사회학”은 물질 대 정신, 비인간 대 인간, 자연 대 사회, 과학 대 정치의 이분법뿐 아니라 사회과학의 근본 문제인 미시 대 거시, 개인 대 구조의 이분법도 넘어선다. 특히 이는 근대 세계가 초래한 전 지구적 환경 문제에 커다란 통찰을 제공해준다. 환경 문제에서는 근대성의 이분법적 구분들이 모두 무화되기 때문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미세먼지’와 ‘기후 위기’의 사례를 보면, 미시나 거시, 개인이나 구조, 국가나 세계라는 고정된 구분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을 누구나 알 수 있다.
■ 결론: 우리의 공동세계에 대한 재구성
결국 라투르는 과학 지식에 대한 인류학적 재묘사에서 시작하여 주체와 객체, 사회와 자연 간의 근대적 이분법을 넘어서 인간과 비인간이 결합하는 비근대적 집합체에 대한 새로운 전망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고, 우리 자신을 근대인으로 생각하는 우리의 사고방식이 잘못된 것이었다면, 우리는 인간과 비인간을 함께 사유하고, 인간-비인간의 하이브리드 연결망에 적극적으로 주목해야 한다. 그리하여 하이브리드들의 목소리를 경청함으로써 현대의 생태 위기와 사회 위기가 어디서 발생되는지를 알아가기 시작해야 한다. 이처럼 라투르는 그 어떤 근대적 전제도 없이, 차근차근 “행위자들을 따라감”으로써만 우리의 공동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그런 경험적 연구를 쌓아감으로써만 더 좋은 공동세계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라투르의 형이상학은 부정적인 교훈을 담고 있다. 즉 그것은 세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이 어떤 것이고 그것들이 어떻게 조립되는지를 우리가 이미 그리고 단번에 알고 있다는 무의식적 가정에 대한 예방접종이다. 라투르가 자신을 경험 철학자로 묘사한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다.”(285쪽)
목차
머리말
1장 브뤼노 라투르의 하이브리드 세계
프롤로그: “당신은 실재의 존재를 믿습니까?” / 브뤼노 라투르라는 행위자-연결망 / 브뤼노 라투르의 학문적 전기 / 라투르의 주제적 축: “사실은 제조된다” / 라투르의 존재론-형이상학적 축: 과정, 내재성, 매개 / 라투르 저작의 네 가지 궤적 / 라투르 수용에서 이 책의 위치 / 독자들을 위한 안내
2장 과학인류학
실험실 연구의 배경 / 사실의 생산 공장으로서 실험실 / 기입장치 / 논문, 진술 유형, 실험실들 간의 경쟁 / 실험실 외부: 기계, 동맹, “간계” / 전 세계적 테크노사이언스 / 행위자-연결망 이론 / 요약: 새로운 기원 이야기
3장 근대성의 철학
책의 방법: 인류학, 헌법 은유, 사고실험 / 근대 헌법의 궤적에서 / 홉스 대 보일: 근대 헌법의 기원 / 근대 헌법의 역동성 / 근대적 비판의 수행 /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 급진적인 결론들 / 사물의 의회 / 요약과 토론
4장 정치생태학
들어가는 글: 새로운 정치생태학을 향하여 / 정치적 인식론과 이중의 대표 / 인식론에서 절합으로: 순환하는 사실들 / 현실정치에서 사물정치로: 객체지향적 민주주의 / 근대화할 것인가, 생태화할 것인가? / 비근대 헌법: 좋은 공동세계 / 사물의 의회 건설현장 / 결론: 생태학, 과학, 민주주의 사이에서
5장 결합의 사회학
들어가기: 라투르의 사회학적 양면성 / 사회에서 집합체로 / “사회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으며 오히려 설명되어야 한다” / 테크노 탐정으로서 사회학자 라투르 / 사회적 질서: 상호주관성에서 상호객관성으로 / 발화 체제: 법과 종교적 상징의 객관성 / 국지화와 세계화: 사회적 삶의 상이한 규모들 / 결론: 사회학의 쳇바퀴에서의 라투르
6장 결론: 브뤼노 라투르의 계몽의 기획
라투르: 현대 세계의 사상가 / 탈사회적, 세계화된, 경합되는 세계? / 라투르의 지적 기획에서의 이동들 / 라투르는 비판적 계몽의 기획을 갖는가? / 해석적 전략: “당신은 비근대성을 믿습니까?”
7장 브뤼노 라투르와의 인터뷰
들어가는 말 / 논쟁의 지도 그리기 / 코스모폴리틱스와 생태학 / 예술 전시와 공중 / 종교 / 사회학적 논쟁 / 글쓰기 / 존재 양식들
부록 탐구의 전기: 존재 양식들에 관한 한 권의 책에 대하여 (브뤼노 라투르)
핵심용어 해설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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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책속에서
라투르는 과학과 사회의 밀접한 상호연결에 대한 정교하고 섬세한 연구를 통해 우리가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연”과 “사회”가 결코 분리된 영역이었던 적이 없고, 언제나 인간적, 비인간적 요소들의 하이브리드 연결망에서 서로 얽혀 있었다면, 이러한 용어들은 새롭게 정의될 필요가 있다. 이제 중심적인 문제는 이러하다. 과학이 창출한 확고부동한 진리라는 관념을 벗어나 있는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가? 우리가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이었으며 또한 무엇이 되려고 노력해야 하는가?
라투르는 자신의 분석을 마키아벨리의 분석에 대비한다. 탁월한 고전적 권력이론가인 마키아벨리는 동맹들 간의 일련의 전략적 선택을 통해 도시국가와 군주들이 강화되는 과정을 상세히 묘사한다. 마키아벨리의 분석에서 행위자들은 누구를 믿을 수 있고 누구를 버려야 하는지, 누가 신뢰할 만한 대변인이고 어떻게 새로운 동맹을 형성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러나 마키아벨리가 생각하지 못한 것은 이러한 동맹이 인간과 ‘사물’ 간의 경계를 가로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테크노사이언스가 특별히 흥미로워진다.
사물정치를 통해 라투르는 사물의 객관성을 다른 각도에서 묘사한다. 즉 사물을 “우려물”(matter of concern)로 제시하는 것이다. 우려물에는 “자연적으로 주어진” 사실이 행사하지 않는 온갖 특성들이 있다. 우려물은 풍부하고 복잡하며 불확실하고 놀라울 뿐 아니라 인공적으로 구성되는 것이기도 하다. 동시에 이와 같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짐으로써 우려물은 오히려 더욱 실재적인 것이 되며, 이런 의미에서 더욱 객관적인 것이 된다. 이처럼 우려물, 즉 하이브리드 준객체는 근본적으로 열려 있고 불확실한 특성으로 인해 태생적으로 정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