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 감정의 과속방지턱

세계 여러 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해온 한 유망 예술가의 낙서 아이디어를 모은 책이다. 간단한 선과 도형을 이용한 낙서부터 꽃, 나비, 곤충, 사탕 등 일상 사물을 이용한 드로잉은 물론, 책표지 디자인까지 넘나들 수 있도록 한 그야말로 예술가의 낙서책이다.

내 마음을 나도 어쩔 줄 모를 때 필요한 건
약간의 시간과 작은 공간.
여기에 음악 한 스푼.
그리고 ‘낙서’라는 감정 과속방지턱.

작은 일에 감정이 폭주할 때

현대인은 감정의 파도에 휘말려 살아간다. 불안과 초조, 우울은 우리에게 익숙한 감정이다. 2022년 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4억 5천만 명 이상이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불안 장애는 이 수를 넘는다. 부정적 감정은 수시로 밀려들고 순식간에 통제 범위를 벗어난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거나 인간관계에서 오해가 생길 때, 작은 실수로 비난 받을 때 감정은 폭주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 치솟는 감정을 조절할 수 없다는 사실에 우리는 더더욱 좌절감을 느낀다. 감정을 억제하려고 해보지만 억제할수록 감정 수위는 높아지고 결국 폭발하고 만다. 남는 건 자기 비하라는 상흔이다. 감정 조절 실패는 자존감 상실을 낳으며, 점차적으로 우리를 더 큰 불안과 무기력으로 몰고 간다. 감정을 인정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야말로 불안정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키는 현명한 일이다.

낙서, 감정의 과속방지턱

낙서가 부정적 감정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결과는 다수 확인된 바다. 하버드 의학대학원의 <하버드 헬스 블로그>는 ‘낙서가 스트레스를 줄이고 정서적 안정을 돕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미국심리학회 학술지 <미학·창의성·예술 심리학> 역시 ‘낙서가 불안을 낮추고 마음의 안정을 돕는다’는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낙서가 단순 취미나 오락거리로서만이 아니라 실제로 감정의 과속방지턱으로서 역할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감정이라는 차가 전속력으로 달릴 때 낙서는 그 속도를 늦춰주는 것이다. 낙서는 우리가 감정을 인식하고 이 감정의 실체와 거리를 둘 수 있게 해준다. 짧은 여백 속에서 우리는 숨을 고르고 스스로를 정비할 시간을 갖는다.

예술가의 낙서 노트

《낙서, 감정의 과속방지턱》은 예술가가 만든 낙서책이다. 세계 여러 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해온 한 유망 예술가의 낙서 아이디어를 모은 책이다. 간단한 선과 도형을 이용한 낙서부터 꽃, 나비, 곤충, 사탕 등 일상 사물을 이용한 드로잉은 물론, 책표지 디자인까지 넘나들 수 있도록 한 그야말로 예술가의 낙서책이다. 저자 타마라 마이클은 2020년 틱톡을 시작으로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통해 간단하면서 창의적인 낙서 아이디어를 공유해 왔다. 힐링 드로잉, 안티­스트레스 테라피, 영감의 통로로서의 낙서를 선보이면서 전 세계 수십만의 사람에게 낙서의 즐거움을 선보이고 있다.
예술가가 만든 이 낙서책은 스트레스 해소와 감정 조절에 도움 주는 수준을 넘어서 자기 내면을 탐색하고 창의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경험까지 선사한다. 감정을 드러내기에 안전한 나만의 공간을 갖는 셈이다. 본연 그대로의 내가 되어 내가 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었고, 어떤 상황에서 그런 감정이 생겨났는지 성찰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