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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374420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4-02-21
목차
1부 새해 인사
참과 거짓 • 12
하하하 • 14
새해 인사 • 16
깃발 • 18
모닥불 피워놓고 • 20
그녀의 흔적 • 22
목화송이 • 24
소곤소곤 • 26
사랑방 손님 • 28
꽃신 • 30
모정 • 32
고향 생각 • 34
여섯 손가락 • 36
달의 귀환 • 38
빌다 • 40
고봉밥 • 42
2부 천생연분
택배 • 46
낭랑18세 • 48
행복이란 • 50
슬픔의 표현 • 52
악마의 과일 • 54
보은 • 56
천생연분 • 58
함박꽃 • 60
맨발 황톳길 • 62
동반자 • 64
부끄러워라• 66
재회 • 68
참사랑 • 70
섬마을 아낙들 • 72
3부 로댕의 의자
천국의 계단 • 76
부활을 꿈꾸며 • 78
삼단논법 • 80
환생 • 82
화가와 시인 • 84
로댕의 의자 • 86
오케스트라 • 88
헤어질 시간 • 90
부시맨 • 92
다문화 친구 • 94
한여름 밤의 꿈 • 96
고흐와 해바라기 • 98
취하다 • 100
사물놀이 • 102
횡재 • 104
4부 패션니스트
봄 • 108
까꿍 • 110
스타 탄생 • 112
철학자 • 114
레깅스 • 116
해질녘 • 118
주름치마 • 120
외계인 • 122
천사대교 • 124
아찔한 순간 • 126
만추 • 128
랍스타발톱꽃 • 130
가체 • 132
패션니스트 • 134
목화 이불 • 136
디카시집 해설 • 138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진이 보여주는 말과 언술이 지시하는 사유
공광규/ 시인
1.
디카시는 스마트폰(디카)을 이용해 순간 포착한 ‘사물’에 대한 감흥을 5행 내외의 시적 문장과 함께 표현하고 SNS 등으로 실시간 쌍방향 소통하는 창작방식이다. 문자시와 차별되어야 하며 사진과 문자의 조화, 그리고 상상력의 명징함은 물론 시적 의미를 확장하고, 그 심층을 감응력 있게 표현해야 한다.
현재 디카시는 생활문학으로 국내외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디카시 향유 인구는 현재 국내외 합쳐 수만 명으로 예상된다. 이상옥 교수가 2004년 개설한 온라인 다음카페 디카시 마니아만 해도 회원이 2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사진과 글에 관심 있는 현대인이라면 시공을 가리지 않고 디카시를 제작하여 유포가 가능하다.
이어산, 이상옥, 김종회 등을 중심으로 지난 20여 년 전 경남지역에서 시작한 디카시는 현재 많은 필자와 독자를 가지고 있다. 현재 한국디카시인협회가 경남지부, 제주지부, 부산지부 대전충정지부, 경북지부 등 국내는 물론 미국의 시카코와 뉴욕 등 각 도시와 중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유럽 각국에까지 조직되어 있거나 조직이 진행 중에 있다.
필자는 디카시 운동이 시작되던 초기부터 디카시에 관심을 갖고 긍정적으로 합류했다. 2015년 디카시 「몸뻬바지 무늬」로 제1회 디카시 작품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고2 전국고교학력모의고사에 필자의 디카시 「수련잎 초등학생」이 지문과 함께 3문제가 출제되면서 디카시를 학력평가 제도 안에 진입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2.
김선미 시인은 사유의 공간을 열어주는 디카시를 많이 쓴다. 우리 인체는 5장6부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현대인의 장기는 하나가 더 있다.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스마트폰이다. 그래서 현대인은 5장7부의 장기를 가지고 산다. 스마트폰에 장착된 디지털카메라로 사물을 낚아채, 낚아 챈 사진이 보여주는 사물을 문장으로 언술하는 것이 디카시의 본질이다.
디카시에서 사진은 언술을 돕고, 언술은 사진을 도와 독자에게 시적 감흥을 주어야 한다. 그래야 독자들이 공감하고 감동하게 된다. 시가 사물을 통해 말을 하게 하듯 사진 역시 피사체를 통해 말을 하게 해야 한다. 좋은 디카시는 사진과 언술이 모여 독자에게 말을 건다. 독자는 사진을 통해 시각으로, 언술을 통해 지각으로 사물에 감응하게 된다.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 갔을까
빈 의자는 주인을 기다리는데
밤새 눈 비비며
붉은 연서 빼곡히 써놓고
그녀 찾아 길 떠났을까
- 「로뎅의 의자」 전문
디카시집의 표제시 「로댕의 의자」는 독자에게 사유의 공간을 열어준다. 가을은 한 해의 마지막으로 치닫는 시간이다. 단풍이 들어 풍경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사람들에게 우수를 자극한다. 단풍나무에서 붉게 물든 잎이 내려앉은 비어있는 의자는 독자들에게 많은 사색을 하게 한다. 의자가 비었기 때문이다.
시인은 사물인 의자를 만났을 때, 미술 교과서에서 학습된 로댕의 조각 작품 <생각하는 사람>이 떠올랐을 것이고, 제목 가운데 ‘사람’ 대신에 ‘의자’로 바꾸었을 뿐이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앉은 자세에서 턱을 오른팔에 괴고 있다. 그 오른팔은 왼쪽 다리에 팔꿈치를 얹고 있다. 높이는 186cm, 작품의 석고상은 1880년에 완성되었다. 최초 작품 이름은 <시인>이었다고 한다.
시인은 낙엽이 앉아 있는 빈 의자를 보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디 갔을까”라고 질문한다. 그런 뒤 빈 의자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주인은 가을을 사색하고, 인생을 사색하고, 인생의 가을을 사색하는 능력이 있는 시인 자신일 것이다. 시인은 언술 속의 화자가 “밤새 눈 비비며/ 붉은 연서 빼곡히 써놓”았다며 붉은 단풍을 연서로 비유하고 있다.
바람아 불지 마라
천둥 번개야 치지 마라
고기잡이 나간 우리 낭군
무사히 만선으로 돌아오시라고
- 「섬마을 아낙들」 전문
좋은 사진은 독자가 사진에서 질서를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이 사진은 질서가 보인다. 일단 갈매기들이 모두 한 방향을 향해 서 있다. 사진에서 우측을 향한 흰 배와 앞가슴, 검은 등이 거의 같은 비율로 보인다. 두 다리는 모두 땅을 향해 바로 서 있다. 다만 앞쪽의 갈매기들은 부리를 앞으로, 뒤쪽의 갈매들은 부리를 뒤로 하고 있다.
시인은 바닷물과 모래밭 경계에 서있는 이 갈매기들을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바닷가 여인들로 비유한다. 이 갈매기들의 사진을 보고 시인의 언술을 읽으면 정말 부둣가에서 고기잡이를 나간 배를 기다리는 여인들이 상상된다. 여인들의 기다림의 속에는 남편을 만난다는 기대와 혹시 사고가 나서 돌아오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약간의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흰 가슴과 흰 배는 조선 고유의 흰옷을 연상하게 한다. 검은 눈깔들의 표정은 식구를 기다리는 순박한 무엇이 함축되어 있다. 갈매기들의 배경이 뒤는 회갈색 모래와 저녁의 파도 그늘이 검게 지는 회색 바닷물은 갈매기들의 저녁 표정을 부각시킨다. 어서 고기잡이를 나간 배가 돌아와 여인들이 환한 표정으로 웃었으면 하는 바람을 주는 걸작이다.
먹먹한 헤어짐은
다시 만남을 약속하고
만남은 언젠가 이별을 한다
-「헤어질 시간」 전문
한 덩어리의 돌인데 마치 두 동물이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형상물이다. 왼쪽은 상대적으로 키 크고 홀쭉하다. 오른쪽은 상대적으로 키 작고 뚱뚱하다. 두 동물의 이름을 알 수는 없으나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는 듯하다. 같은 종의 동물은 아닌 듯 하고, 그러나 시인은 두 동물이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동물이 정말 헤어지는 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키 큰 동물은 먼 먹구름 낀 하늘을 보는 듯 하고, 키 작은 동물은 키 큰 동물을 올려다보는 듯하다. 키 큰 동물은 이제 사랑이 식었으니 그만 헤어지자고 하는 듯하고, 키 작은 동물은 헤어지지 말자고 애원하는 듯하다.
한번 돌아간 마음은 돌아오기 어렵다. 한 사람이 아무리 애원해도 둘은 언젠가는 헤어질 것이다. 시인은 돌의 형상을 통해 만남과 이별의 원리를 적실하게 언술하고 있다. 그렇다. 뜻하지 않은 “먹먹한 헤어짐은/ 다시 만남을 약속하고/ 만남은 언젠가 이별을 한다”는 시인의 인생관을 사물을 통해 독자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우린
백인종 흑인종 황인종이지만
지구촌 한가족이죠
- 「다문화 친구」 전문
시는 자기 정신의 표현이고 사상의 표현이다. 디카시 「다문화 친구」에는 “백인종 흑인종 황인종이자만/ 지구촌 한 가족”이라는 시인의 열린 인류애가 담겨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다문화 사회로 가고 있다. 다문화사회란 민족이나 인종, 문화적으로 다원화되어 있는 사회를 말한다. 다문화사회는 한 국가나 사회 속에 여러 다른 생활양식이 존재한다.
현재 장단기 체류 외국인은 250만이 넘는다는 통계다. 연내 다인종다문화 국가 기준 5% 돌파가 예상된다고 한다. 극심한 저출산과 고령화가 불러온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외국인이 한국사회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다문화사회가 된 주요 원인은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일 것이다.
인력 부족 때문에 계절노동자를 받지 않으면 농어촌과 중소기업은 문을 닫을 형편이라고 한다. 오래전부터 대학들은 외국 유학생을 받지 않으면 유지가 어려울 정도다. 시인은 각기 다른 색을 가졌으면서도 잘 어울리는 개들을 통해 인류를 향해 열린 시선과 평등심을 언술한다.
3.
김선미의 디카시에는 유사성의 원리를 활용한 시들이 많다. 시의 원리와 사진의 원리가 다르지 않다. 대상의 재현과 재구이고 복제와 묘사다. 특히 시와 마찬가지로 디카시에서도 묘사 중심의 언술이 독자에게 설득력과 공감과 감동을 준다. 그러니 디카시는 시 창작 훈련의 좋은 선생이다.
디카시가 생활문학으로 활성화 되려면 생활일상의 사물이나 사건을 사진과 언술로 낚아 채 보여주거나 의미화를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때문에 사물에 말 걸기를 통해 짧게 언술한 디카시는 단형의 시편으로도 무난하다. 단형의 시에 서사를 더해 장형의 시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고, 수필로 바꿔 쓰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어머니는 막내딸 시집간다고
하늘에서 목화솜을 보내 주셨다
포근한 이불을 덮을 때마다
따스한 사랑이 느껴지는데
- 「목화송이」 전문
구름은 인류에게 많은 상상력을 제공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도 하고 새로 생겨나며, 모양이 항상 변하는 것을 통해 인생무상의 비유로 가장 많이 쓰였을 것이다. 유사성의 원리를 활용한 비유다. 하늘에 뭉치뭉치 혹은 몽글몽글 떠 있는 구름이 마치 목화밭에 목화가 피어 있는 것과 유사하다.
사진의 구름을 목화구름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찾아보면 저런 구름을 목화로 상상해 쓴 시들이 없지 않다. 유사성을 활용한 시들이다. 시인들은 목화구름을 보고 목화밭에 피어 있는 목화를 상상했을 것이다. 사물은 사물을 부른다. 시인은 하늘의 목화구름에서 어머니를 떠올린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목화솜이불은 혼례품으로 귀하게 취급되었다. 어쩌면 필수였다. 특히 딸을 시집보내는 집에서는 목화솜이불을 정성들여 만들어 딸에게 혼수품으로 보냈다. 이런 경험이 있는 시인은 하늘의 목화구름을 보면서 “어머니는 막내딸 시집간다고/ 하늘에서 목화솜을 보내 주셨다”고 한다.
어머니가 보내준 목화솜이불은 추정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인은 상상 속의 현실에서 “포근한 이불을 덮을 때마다/ 따스한 사랑이 느껴”진다고 한다. 구름을 통해 솜이불을 만들어주던 어머니를 떠올리고, 어머니가 만들어준 솜이불을 덮을 때마다 사랑을 느낀다는 언술이다. 시인은 하늘의 구름을 통해 어머니를 불러오고, 어머니가 만든 솜이불을 통해 따뜻한 사랑으로까지 의미를 확장시킨다.
파란 하늘에 끝없이 흔들리는
붉은 저 빛깔 속 어둠을 보소
우리들 마음도 저 깃발처럼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니
- 「깃발」 전문
디카시 「깃발」 역시 유사성의 원리를 활용한 작품이다. 산에서 솟아오른 잎이 떨어진 나무에 구름이 걸려 있는 풍경이다. 구름의 색깔을 보면 저녁 풍경인 듯싶다. 우연히 나무는 깃대가 된다. 나무 저 편에 떠 있는 구름은 사진 상으로 나무에 걸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휘날리는 깃발이 된다.
깃발은 검고 희고 푸르고 붉은 색이다. 깃발의 꼬리는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듯 구부러졌다. 이 구름을 통해 시인은 “파란 하늘에 끝없이 흔들리는/ 붉은 저 빛깔”을 보라고 제안한다. 저 붉은 빛깔 속에 ‘어둠’이 있음을 보라고 한다. 왜냐하면 “우리들 마음도 저 깃발처럼/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니”까. 시인은 다채로운 색을 띠고 있는 구름을 통해 인간의 양가적 속성을 언술하고 있다.
유행은 돌고 돈다
올가을엔 뱀 비늘 레깅스와
훌렁한 단풍색 윗옷이 판칠거라
지하에서 앙드레김이 얘기하는데
동대문 시장갈까 남대문 시장갈까
- 「레깅스」 전문
시인은 해송, 즉 곰솔임이 분명한 소나무 가지를 아래서 위로 사진 찍었다. 사진은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하체를 연상하게 한다. 이 여성이 입은 레깅스 무늬는 뱀 비늘과 같다. 착용자에게 편안함과 활동성을 제공해주는 레깅스 패션이 일상화 된지 꽤 되었다. 시인은 하체의 선이 드러나는 레깅스 패션을 소나무에서 발견한 것이다.
시는 보여주는 것이다. 판단을 하지 않는 것이고 가르치지 않는 것이다. 판단은 독자가 한다. 시인은 레깅스 패션에 대한 어떤 판단, 즉 도덕적 윤리적 사회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 현재 레깅스 패션은 착용감이나 외형적 미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패션에 대한 시각적 거부감과 우려의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시인은 레깅스를 입는 젊은 세대의 자기중심적인 의복의 착용과 타인의 민망함, 불쾌감을 이야기하지 않고 레깅스 패션을 하나의 패션 스타일로 존중하고 있다. 레깅스 패션에 대해 수용적이고 유연한 자세를 갖고 있는 시인은 “유행은 돌고 돈다”와 “동대문 시장 갈까 남대문 시장 갈까”라고 한다. 레깅스 패션은 이미 남성에게까지 옮겨왔다.
꽃으로 피어났네
희귀한 모습도 많지만
화려하고 앙증맞은 넌
사계가 더운 곳에 살고 있구나
- 「랍스터발톱꽃」 전문
시에서 비유는 유사성의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야자수에 매달린 아름다운 붉은 열대 식물의 꽃은 랍스터발톱과 유사하다. 그래서 이름을 랍스터발톱꽃으로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이 식물은 헬리코니아 벨루티나 종의 헬리코니아꽃. 랍스터발톱꽃 또는 큰부리새부리꽃으로도 알려져 있다고 한다.
시인은 이 식물의 꽃을 바다에 사는 랍스터가 꽃으로 피어났다고 언술한다. 바다에 사는 동물이 식물인 꽃으로 피어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이 불가능의 세계를 상상력이 다리를 놓아 가능할 것 같은 세계로 만들어주는 것이 시다. 사계절 더운 곳에 살고 있는 이 희귀하면서도 “화려하고 앙증맞은” 꽃은 시인의 눈에 들어와 한 편의 아름다운 디카시로 탄생했다.
황진이는 서경덕을 만날 때
예쁜 머리를 하고
사랑을 고백했건만
바위 같은 그의 마음 어쩌지 못해
송도 3절은 지금도 회자되는데
- 「가체」 전문
시인은 붉은색 피사체, 즉 사물에서 가체(加髢)를 떠올린다. 특히 가체는 옛 여성들이 치장을 위해 가발을 머리 위에 얹은 것이다. 심하지는 않지만, 현대 사람들도 가체를 한다. 가체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권 국가들의 그림이나 고전극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기록이 통일신라까지 올라가는 가체는 당나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가체는 여성들의 대단한 사치품이었다고 한다. 일례로 조선 성종 때에는 그 높이가 약 한 자(약 30cm)가 되었다고 한다. 조선 후기 들어와서는 가체의 수요가 크게 증가 했는데, 당연히 수요에 따른 가격이 치솟아 당시 기와집 2~3채, 혹은 노비 수십 명을 구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고 한다.
시인은 강렬한 붉은색을 가진 맨드라미에 관심을 갖고 시간을 관조한 결과 ‘가체’라는 회답을 얻는다. 시인의 상상은 체험을 벗어나지 않는다. 가체에 대한 선험, 즉 독서와 교육 체험이 관조 결과로 드러난 언술이다. 시도 그렇고, 디카시도 그렇고 대상의 관조가 중요하다.
또 독서와 교육은 그 사람의 어휘 수준을 결정짓는다. 시인은 붉은 맨드라미에서 가체를 떠올리고, 그 다음으로 가체를 쓰는 기생을 떠올리고, 기생의 대표적인 인물인 황진이를 떠올린다. 또 황진이와 가장 유명한 일화를 가지고 있는 서경덕까지 떠올린다. 지금의 개성인 옛 송도에서 당시 가장 유명한 기생 황진이와 유학자 서경덕과 명승지 박연폭포를 송도3절이라 불렀다고 한다.
5.
김선미 시인의 디카시들을 살펴보았다. 광주교육대학을 졸업 후 교직에서 퇴직한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기관지 《월간문학》에 시로, 계간 《시와편견》에 디카시로 등단했다. 더하여 아동전문 잡지인 《한국아동문학》에 동시가 당선되어 아동문학가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시와 디카시, 그리고 동시를 동시에 쓰는 다재다능한 시인이다.
제1희 전국도농디카시대회에서 대상, 창원아동문학 제3희 디카시문학상에 수상한 그는 문단활동에도 활발하다. 한국디카시인모임 운영위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아동문인회 회원, 광주문인회 회원, 전남문인회 디카시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시집 『소라 귀 쫑긋 바다를 듣는다』와 디카시집 『허수아비 와 춤을』을 냈다. 따라서 이번 『로댕의 의자』는 두 번째 디카시집이 된다.
현재 문단의 많은 시인이 관심을 갖고 디카시를 쓰고 있으며, 여러 문예지에서 디카시 등단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에 사는 재외동포나 한국어를 전공하거나 공부하는 외국인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모임을 만들어 전시회 등을 하고 있다. 그리고 문단 안팎에서는 많은 디카시집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디카시를 쓰고 디카시집을 내는 한국 디카시단의 주류에 김선미 시인이 함께 하고 있다. 김선미 시인의 주요 디카시 창작방법은 사유의 폭을 넓혀주는 사진과 언술, 유사성의 법칙을 활용한 사진과 언술이다. 독자들이 김선미의 디카시집을 만나 사진이 보여주는 사물의 말과 언술이 지시하는 사유의 공간에 접속되어 행복한 시간을 잠시나마 가져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