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2374543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24-08-20
목차
1부
봄소식 12
그리움 1 13
그리움 2 14
그리움 3 15
그리움 4 16
무엇 때문에 17
고통 18
고향 1 19
고향 2 20
세배 21
추억 22
출산장려 23
그릇 24
일체유심조 25
산은 산, 물은 물 26
알 수 없어 27
인연 28
사랑의 의문 29
금개구리 30
환갑 31
세월만 가네 32
2부
한순간 36
정 37
둘이서만 38
봄이 오다 39
홍시 40
자식 41
가족 42
진주사랑 43
새벽시창 44
일상 45
참 진주인 46
촉석루 47
양귀비꽃 48
만남 49
장마 50
두견새 51
안개꽃 52
진주 풍경 53
우리 시조 54
삶 1 55
삶 2 56
3부
당산나무 60
고흐의 마스크 61
마스크도 벗나요 62
사성암으로 간 소 63
양철지붕 위의 암소들 64
부채 1 65
부채 2 66
벌초 67
등산 68
가을태풍 1 69
가을태풍 2 70
수담 71
반가사유상 72
자유 73
유복자 74
가고오니 75
배꼽 76
진양호 수달 77
바람 78
가버린 사랑 79
코스모스 80
4부
계절이 떠난 후 84
아쉬움 85
요소수 86
선학산에서 진주성 바라보니 87
집착 88
잠 못 드는 밤 89
뱀딸기 90
꽃뱀 91
꿈 92
의암 93
상전 94
논개 95
뉘와 더불어 96
산새의 눈물 97
버들피리 98
효심 99
몸살 100
민폐 101
좀비들 102
몰라요 103
비를 타고 104
시집해설 106
저자소개
책속에서
[시집해설]
보이는 대로 숨김없이 마음을 표현하는 시인
고현숙 (문학춘하추동 발행인, 시조시인)
문병설 시인의 첫 시조집이다.
기쁜 마음으로 원고를 받았다.
시인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려 보면, 시조라는 장르에 마음을 빼앗겨 무엇인가를 쓰고 싶어 하던 그리고 첫 작품을 메일로 보내왔던 때가 벌써 오래전이다. 아마도 평을 부탁해 온 것도 처음 배운 자리이기에 그럴 것이라 싶기도 하다.
시조문학을 통해 등단의 문을 두드렸고 지금까지 ‘서향의 시조사랑‘에 머물며 꾸준히 작품을 써온 그 결과물이 이렇게 첫 시조집으로 탄생하게 된 것인 것을 보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노력을 해온 시인이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시인은 정말 꼼꼼하다. 발간된 책 속의 오자도 시조의 변형된 형식도 그냥 보아 넘기지 않는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야말로 지금까지 시인이 정형의 형식을 지키고 43자 우리의 시를 써 오고 있는 밑거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인연의 안타까움을 마음에 담으며
85편의 시조작품을 읽어보면서 새삼 화자의 내면을 보게 되었고 정형시조를 쓰는 ‘본 대로’ ‘느낀 대로’가 아닌 ‘본 것을 그대로 직설적으로 표현’하며 쓴 조금은 비켜 간 듯하지만 솔직한 마음을 그대로 표출시킨 작품들이 아닌가 싶기도 하였다. 진주에서 사회생활을 병행하며 작품을 쓰고 있는 화자는 주로 남강과 진주성의 주변을 보고 변해가는 생태계의 아쉬움을 꼬집기도 했다. 그리고 이루지 못하는 인연의 아쉬움도 솔직하게 표현하였다.
살아가면서 인연의 아름다움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한 사람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루고 겪어내는 마음의 소리가 때로는 경이로움으로 느껴질 때가 있지만 조금은 무르익지 못한 어설픔도 하나의 시가 되어 펼쳐지는 이 한 권의 시조집을 꾸밈없는 언어와 불쑥 뱉어내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때로는 서사가 되고 때로는 가르침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서길 기원해 본다.
심지를
돋운다면
불빛은 밝겠지만
애타게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도
무엇이
안타까워서
잠 못 들고 있는가.
-무엇 때문에 전문
그립다
말을 하면
멀어질까 걱정되고
보고 싶다
말한다면
아니 올까 두려운데
내 마음
둘 곳이 없고
깊어가는 이 한밤.
-그리움·4 전문
내민 손/ 닿을 듯 말 듯/ 바라보는/ 이마음 -그리움· 1 종장
어쩌랴/ 품을 수 없는/ 너와 나의/ 사랑인데 ?그리움· 2 종장
칼같이/ 돌아서는/ 싸늘한/ 마음자락 -사랑의 의문 중장/
미루어/ 시간만 가고/ 내 너를/ 언제나 볼꼬 -세월만 가네 종장
같은 해 태어나서 한 학년 들어가서
육 년을 뛰어놀며 배움도 같이 하던
소중한 인연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네.
세월은 쏜살같아 예순도 더 넘기고
노을이 지는 하늘 서럽긴 하다마는
내 삶이 끝난다 해도 놓지 못할 인연들.
-인연 전문
세상의 모든 인연은 굳이 사랑만이 아니더라도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는 인연의 각이 있다. 화자의 작품 속에는 인연에 대한 간절함, 그리고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애절함 내지 포기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면 사랑의 아픔이 무엇 때문에 있을 것인가. 심지를 돋우어 기다려볼까 싶다가도 애타게 무엇 때문에 이러고 있는 것인가 하고 화자 스스로 포기해 버린다. 어떤 의미에서든 가슴 저린 시간들이다. 한 생을 살면서 만남과 이별과 안타까움 없이 사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섣불리 말을 했다가 더 큰 낭패를 당할까 싶기도 하고 작품 속에 화자는 그리움을 안고 마음을 둘 곳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비록 육신은 나이 먹어가고 있다지만 마음은 아직도 젊다는 것이리라. 그래서 시인인가 보다. 그 마음이 애틋하게 살아 있는 한 더 많은 작품 속에서 스스로를 안주시킬 수 있을 것이다.
누워서 끙끙대며 앓기만 하는 소리
경칩도 지났는데 왜 이리 추운 거냐
온종일 어깨 통증은 어찌하려 함인가
몸 아파 누운 것을 뉘라서 알겠는가
벽 하나 이웃들도 그 또한 알리 없고
죽으면 알려지리니 그나마도 다행일까
며칠간 씻지 못해 거울을 들고 보니
활기찬 내 모습은 어디도 간곳없고
십 수 년 노숙자 얼굴 내가 봐도 낯설다.
- 고통 전문
화자는 젊어서 사고로 몸이 불편하다
그렇다고 해서 움직이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은 아니다. 나름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일하며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한 번씩 심하게 몸살을 앓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육체의 노쇠함은 숨길수가 없는 것이다
아프다는 것은 왠지 서럽다. 따뜻한 물 한 그릇 챙겨 주는 이 없다 보니 더욱 서럽기만 하다. 이런저런 서러움에 지치고 힘들다가 문득 거울 속에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십 수 년 노숙자 얼굴 내가 봐도 낯설다’ 더 이상 무엇을 말할 것인가. 혹자는 현 생을 잠시 쉬어가는 (놀고 가는) 곳이라 하기도 한다지만 절실하리만큼.
삶이란 전쟁이기도 하다. 평탄하게 늘 평상심으로 살아간다면 좋겠지만 뜻대로 될 리 만무하고 불의의 사고도 생기고 다툼도 생기고 즐거움도 있을 것이고 그 모든 것을 숙명적으로 받아들이며 온전한 나의 것으로 만들고 마음을 표출시키는 화자의 모습은 곧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제는
둘도 많다
하나만 낳으라던
강제성
정관수술
아픔은 남았는데
요즘은
돈을 줄 테니
제발 하나 낳으라네.
-출산장려 원문
우리나라도 한때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제한의 시절이 있었다.
못 먹고 어렵게 살던 시절, 올망졸망 자식들 낳아서 못 먹이고 교육 못 시키는 안타까움보다 둘만 낳아서 풍요하게 키우자는 좋은 뜻이었을 것이다. 새마을 운동도 함께 일었던 그 시절 그렇게 우리는 둘만 낳고 그 자녀들에게 우리가 못 누린 문명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도록 무엇이든 다 해주었던 그러한 때를 보내고 보니 인구가 감소되고 지금의 젊은 세대들의 생각이 위험을 배제한 삶을 누리고자 하다 보니 부부로서만 즐겁게 살고 자식은 낳지 않겠다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이다.
그런데 그 시절을 살아온 현실 속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일까. 이기심과 함께 배려하는 마음도 없어진 낯설고 냉정한 요즘 세태를 우리는 보고 있다, 인구가 감소되고 멀지 않은 날에 우리나라는 지구에서 찾아볼 수도 없을 만큼 인구 소멸의 시대를 맞는다는 것이다. 둘만 낳으면, 셋만 낳으면 하고 나라에서 돈을 준다, 집을 준다 야단법석이다.
어찌 100년 앞을 못 본 것일까. 화자도 그 속에서 많은 아이러니를 느꼈을 것이다. 어찌 되었던 줄어드는 인구 소멸의 시대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많이 낳는 자가 애국하는 자이다. 인성의 참 교육도 숙제처럼 남아 있기도 하다.
비봉산
병풍처럼
시내를 품어 앉고
활처럼
굽어 도는
남가람 여유로워
순박한
사람들의 삶
정겨움이 넘치네.
-진주풍경 전문
남가람
물안개에
촉촉이 젖어있다
사백 년
긴 세월의
통한을 삭이면서
칠만七萬의
영혼 달래며
의연하게 서있네.
-촉석루 전문
진주의 팔경 중에 두 번째로 꼽히지만
뉘라서 너의 존재 제대로 알아 줄까
물살에 힘겨워하는 네 모습이 아프다
눈여겨 못 본다면 느낄 것 없지마는
네 작은 가슴에는 무엇을 담았느냐
통곡할 그 날의 아픔 가슴 속에 맺히네.
-의암 전문
정갈한 한복 치마 왜장을 끌어안고
꽃단장 곱게 하여 남강에 던진 몸을
강물도 서러워하며 흐름마저 멈췄네
의암 위 나비 되어 곱게도 춤을 추다
남강의 천길 물속 혼이 되어 잠기고
거룩한 너의 충절은 가슴 속에 숨 쉬네.
-논개 전문
진주에서도 남강을 보며 살고 있는 화자는 매일 보는 곳이라 할지라도 볼 때마다 감흥은 다를 것이다. 수많은 역사의 흐름이 새겨진 진주에서 화자는 진주가 주는 수많은 이야기를 차분하게 작품화하고 있다. 말없이 흐르는 강물은 옛 물이 아닐지라도 변함없는 그 장소 그 이야기는 늘 그곳에서 회자되기 때문이다.
역사를 생각하며 바라보는 강물에 어찌 화자뿐이랴. 많은 시인들이 노래하고 기억하고 회자하며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려 할 것이다
비록 아름답다고만 할 수 없어도 낭만이라고만 할 수 없어도 역사의 현장에는 시인에게도 지금 이 순간은 서럽고 그리움의 가슴 아픈 현장으로 다가오는 것이기에 외면하지 못하고 마음을 내어 놓는 것이리라.
시간의 서사성이 그대로 읽히는 순간, 시대를 초월하는 화자의 마음은 과거를 넘어 순수하게 느긋함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일상 속에서 찾게 되는 존재의 가치를 되돌아보며
화자는 늘 하루의 일과 속에서 눈에 보이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의 존재를 찾으려 한다. 땀 흘려 노력하고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 할지라도 최선을 다 한다.
그것이 내가 아닌 타인에게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나의 소신을 말하며 행동으로 나의 존재가치를 알리는 것이기에 늘 열심히 변함없는 생활을 한다.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작은 홍시하나로 표현한다. 모든 어머니가 그러하듯 먹을 것이 넉넉하지 않았을 시 대봉 홍시 하나는 참으로 큰 맛이며 잊지 못하는 먹거리였을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이 함께 있으니.
오죽했으면 꿈에서도 먹었을까.
정갈한
한복 옷에
장독 위 눈을 밀고
곱게도
허리 굽혀
쟁반에 담아내던
엄마의
대봉감 홍시
꿈에서도 먹었다.
-홍시 전문
육순을
지나 보니
삶의 무게 남다르고
어떻게
살 것인가
그것도 문제이나
남은 생
돌아봄 없는
그런 삶을 살으리.
-삶 1 전문
살아온
지난날이
짧지만은 않은데
어차피
한 번 왔다
그렇게 가는 인생
한바탕
후회 없도록
신명나게 놀다가세.
-삶 2 전문
품속에
안겨드는
뭇 사람 온갖 사연
맺힌 고
풀어내듯
간절함 이뤄주고
긴 세월
비바람에도
의연하게 서있네.
-당산나무 전문
아홉 살 내 머리를 바가지 씌워 놓고
가위로 사각사각 조각품 만들고서
엄마의 환한 미소가 박꽃처럼 예뻤다
박꽃도 그 미소도 이제는 간곳없고
당신은 외진 산속 잡풀을 둘러섰소
예초기 오싹한 칼날 내 마음이 베이네.
-벌초 전문
화자는 육순이 지나고 보니 부모님이 서 있던 자리에 스스로 서 있음을 느낀다. 손가위로 화자의 머리를 동그랗게 깎아주던, 그리고 박꽃처럼 웃으시던 어머니 모습
예초기로 잡풀들을 베어내며 그 기억도 끊어버린 듯하여 화자의 마음조차 베인 것 같다는 표현이다. 그러면서 품속에 안겨드는 모든 사연과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루어 내고 결국은 버리고 비워내고 어차피 한 번 온 삶을 후회 없이 신명 나게 살다가 가자는 화자의 내면세계가 우리가 잊고 있던 우리의 내면을 일깨우는 것 같다.
무엇을 생각하며 천년을 머금은 채
알 듯도 모를 듯한 오묘한 그 미소여
내 마음 깊은 곳에 와 사유함이 좋으련
뉘라서 혼을 담아 저 미소 넣었을까
아무리 고뇌해도 안개 속 마음이여
먼 그날 나의 모습이 사유상은 아닐까.
-반가사유상 전문
아무리 어떤 이유를 끌고 와도 세월 속에 녹아든 그 미소의 의미를 모른다.
하루하루 그렇게 보낸 시간들이 누구도 알 수 없는 의미를 머금고서 웃는 듯 그 모습 속에 화자는 화자의 모습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희로애락의 감정 속에서 안개 같은 마음을 도저히 알 수 없는 오묘하고 묘한 미소의 존재가 되고픈 화자의 감성을 두 수의 연시조로 알 수 있는 것이다. 그 마음이 어찌 화자뿐이랴.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묻어둔 생각들일 수도 있다.
문병설 시인의 몇 편의 입선작들과 함께 그간의 나름 시조공부에 열중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때로는 멋지게 마무리한, 때로는 못 미더운 듯한 작품을 보면서 시조는 ‘본 대로’ ‘느낀 대로’ ‘반전’을 일으켜라 하고 가르치지만 과연 몇 사람이 그렇게 작품다운 작품을 이루어 낼까 싶기도 하다.
시인의 이번 발표작에서는 본 것보다는 살아가며 느끼는 것들의 이야기가 많다. 느끼며 살아온 경험에 솔직하고 그 마음을 숨김없이 표출시킬 수 있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이제는 시선을 돌려서 서정적이며 서사적인 현상에 주제를 삼으며 끊임없는 작품을 써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화자의 작품을 읽으며 무릎을 탁! 하고 칠 수 있는 참된 감정과 감동을 주는 작품을 많이 쓰시라 하고 싶다.
그러나 그 어떤 유명한 시조작가들도 평생 자신의 명작을 열 손가락 안에서만 꼽을 수 있다고 했다고 하니 창작의 고뇌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알 것이다.
첫 시조집 발간에 축하를 보내며 정형을 지키고 형식을 지키는 참된 시조시인으로 맥을 이어가시길 바라며 제2, 3의 시조집 발간을 기원한다.
문학춘하추동 편집실에서 고현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