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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410289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4-03-15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제1부 나는 오늘도 가슴에 배지를 단다
매번 엉엉 울어버리고 마는걸
24시간 안에 두 번의 기적이 일어날 확률
엄마와 의사 사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순간들
하지만 의사도 사람이다
물러나야 할 때를 안다는 것
자신감과 오만함 사이
나는 오늘도 가슴에 배지를 단다
제2부 누구도 혼자 죽어서는 안 되잖아요
죽음을 예약한 탄생
누구도 혼자 죽어서는 안 되잖아요
의사 가운을 벗고 한 사람이 되어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주워 담을 수 없어서 더 마음 아픈
사라져버린 삶에 대한 예의
부모가 원하던 시간을 우리가 앗아갔다
눈물로 열린 고향의 문
제3부 그저 그런 무책임한 어른들
엄마가 찾지 않는 아기에게 이름을 붙여주었다
10대 약물중독, 왜 그걸 물어보지 않았을까
누군가에게는 선택적 죽음이 허락된다
코가 없는 아기
노숙자 엄마와 약속한 40주가 되던 날
자연주의 출산, 아름다운 꿈
니큐가 범죄 현장이 되는 순간
유전병에 걸릴 확률
아이가 아이다울 수 있는 세상
제4부 사랑은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목에 방울을 달고 나온 아기
올리비아의 생일 파티는 매년 열린다
차고에서 태어난 미숙아 서배스천
함께한 99일, 99개의 풍선이 되어
차마 버리고 갈 수 없는 어미의 마음
니큐 엄마에서 니큐 간호사로
슬픔 안에서 살아남는 방법
제5부 더 큰 사랑을 실천하는 법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첫째는 하늘로 둘째는 집으로
어차피 불평등은 인생의 한 부분
낙태 위헌
죽을 수 없는 아이
멈춰야 할 때를 안다는 것
미래가 없는 고통은 무의미한 일
더 큰 사랑을 실천하는 법
보내줘야 할 때를 아는 것도 사랑이니까
감사의 글
출처 및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가장 힘들 때 나를 도와준 사람은 잊히지 않는다.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면서 모든 부모는 아기의 출생, 성장, 미래를 준비한다. 어느 누구도 갓난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죽음 앞에 바로 놓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는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부모에게 이해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라도 이 상황이 닥치면 이성적 판단과 정상적인 인지 활동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 불가능의 대화를 나는 매일같이 하고 있다. 만난 적도 이길 수도 없는 ‘죽음’이라는 적이 자기 아기를 덮치는 상황, 그 상황을 전달해주는 일, 그게 바로 내 업무다. 깜깜한 동굴에서 그들을 꺼내 옳은 선택을 하도록 길잡이가 되는 것은 나의 책임이자 신생아중환자실 의사의 의무이다.
종종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환자를 당면한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심폐소생술을 지시한다. 여러 가지 시술도 담담한 표정으로 거침없이 해낸다. 가느다랗지만 긴 봉을 휘두르는 지휘자처럼 연주자를 이끌어 살아 있는 생명이라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의사도 사람이다. 가끔은 시술 전에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이 떨린다. 자주하는 시술이 아니면 두 손이 떨릴 때도 있다. 이를 아무도 눈치채지 않길 바라는 못난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타심을 가장한 이기심의 말이 나오려다 들썩이는 엄마의 어깨 속도만큼 빠르게 들어갔다. 새뮤얼은 계속 경직되는 다리와 움찔대는 팔을 휘저으며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싸우는 듯했다. 엄마는 그 고독한 싸움을 옆에서 지키며 새뮤얼을 가만히 안아주고 있었다. 황제펭귄이 몇 달을 쉬지 않고 알을 품는 것처럼. 부화 성공률도 일 년 생존율도 낮지만, 혹독한 남극 기온과 매서운 눈보라를 함께 견디듯이. 아름다운 엄마의 뒷모습에 무력함이 더해져 아픔만 선명하게 떠올랐다. 누구도 보지 않으면 좋았을, 어떤 엄마도 겪지 않으면 좋았을 뒷모습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