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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2579047
· 쪽수 : 420쪽
· 출판일 : 2022-08-17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손필드 주택 단지의 집들은 서로 너무 닮은 나머지 다 같이 흐릿해지고 있었고, 나는 그 점이 마음이 들었다. 아름다운 흐릿함은 내가 사는 동네의 우울한 단조로움보다 나았다. 하지만 이 집, 막다른 골목 끝에 홀로 존재하는 이 집의 무언가가 매번 나를 잡아끌었다.
나는 집을 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인도에서 내려와 도로 중앙에 섰다.
늘 너무 조용한 곳이라 도로에 서 있는 게 위험한 행동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차 소리가 들린 뒤에야 차가 눈에 들어왔고, 그때까지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훗날, 나는 이 순간을 되돌아보면서 어쩌면 내가 앞으로 닥칠 일을 알고 있던 게 아닐까 궁금해하곤 했다. 인생에서 일어난 모든 일이 나를 이 한 지점으로, 한 주택으로 이끈 것은 아닌지.
그에게로 이끈 것은 아닌지.
“끔찍한 일이잖아요.” 내가 한 번 더 안타까움을 표해보자 에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이미 내 팔꿈치를 감싸 쥐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내 팔꿈치의 뾰족한 끝을 따라 원을 그렸다. 나는 그의 손이 닿은 지점과 내 살갗을 만지는 그의 손을 번갈아 내려다봤다.
“끔찍했죠.” 에디가 내 말을 그대로 따라 했다. “하지만 유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잖아요. 베가 여기 없어서 당신이 여기, 나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거니까.”
반박하고 싶었다. 나를 그런 식으로 평가하다니, 이 얼마나 소름 끼치는 일인가. 내가 여기 있다는 게 얼마나 소름 끼치는 일인가. 하지만 에디의 말이 맞았다. 나는 베 로체스터가 그날 밤 블랜치 잉그러햄과 보트를 타서 좋았다. 에디가 혼자가 되어서 좋았다. 에디는 이제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