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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2579726
· 쪽수 : 404쪽
· 출판일 : 2023-06-0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005
01 가즈키 … 런던에서 만난 인디와 살라 011
02 케이시 … 자기 암시 기법 032
03 가즈키 … 도쿄, 지유가오카 049
04 케이시 … 인간쇼핑 062
05 하츠네 … 달빛과 별빛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084
06 케이시 … 셀프헬프 101
07 가즈키 … 지금은 어떤 만화를 그리고 있나? 120
08 하츠네 … 성병이 아니라 성매개감염증 131
09 케이시 … 대신, 조건이 있어 147
10 하츠네 … 사과는 상대가 용서해 줄 때까지 175
11 케이시 … 하지 못한 질문과 듣지 못한 대답 184
12 가즈키 … 인형의 집 195
13 케이시 … 봄에는 이롭고 가을에는 해로운 209
14 유메 … 노르웨이의 숲 224
15 케이시 … 작은 방심의 대가 236
16 유메 … 쇼윈도 부부와 왕자님 240
17 하츠네 … 앞치마를 두른 아빠 248
18 케이시 … 두 개의 고장 난 시계 266
19 유메 … 비 오는 날에도 즐거운 일은 있으니까 285
20 가즈키 … 어린 사슴의 보은 289
21 하츠네 … 지속 가능한 건강한 부부 사이 306
22 케이시 … 뉴욕, 맨해튼 42번가 타임스 스퀘어에서 314
23 가즈키 … 우리에게 맞는 옷 328
24 케이시 … 윌리엄스버그에 사는 여자 336
25 케이시 … 반복되는 상실의 시간 361
26 케이시 … 기나긴 이별 385
27 케이시, 가즈키 그리고 하츠네 392
에필로그 400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저기… 정말 미안한데요, 실망할까 봐 미리 이야기하면 저 사
진과 많이 다르게 생겼어요.”
사진과 많이 다르다고? 나는 뜬금없는 메시지를 보낸 그녀의
프로필을 클릭해, 단 한 장밖에 없는 사진을 유심히 바라봤다.
사진 속의 그녀는 고급 가구 매장의 쇼룸 같아 보이는 부엌에
서 있었다. 마르지도 통통하지도 않은 보통 체형으로 검은 머리
를 뒤로 묶고 있었는데 미처 다 묶지 않은 앞머리가 얼굴의 절반
을 넘게 가리고 있었다. 덕분에 이목구비는 어렴풋이 윤곽만 보
일 뿐 어디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사진을 뚫어져라
봐도 그 단 한 장의 사진으로는 외모에 대한 기대를 하게 할 근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사진과 아주 다르다고 굳이 메시
지를 보내왔다. 그것도 약속 시간이 되기 직전에.
‘이 사람은 왜 이런 말을 하지? 나를 시험하는 건가?’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답장을 했다.
“괜찮습니다. 도착하면 다시 메시지 할게요.”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에게, 기대한 적도 없는 그의 외모에
대해 미리 위로나 하고 있다니. 괜찮기는 뭐가 괜찮단 말인가?
진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가식적인 말, 늘 그랬듯이 착한
역할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사진으로도 별로 매력이 없는데 실물이 더 별로라 하면 내
가 굳이 그 사람을 만나러 그 자리에 갈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
런 내색을 할 수는 없다. ‘상냥하고 친절한 케이시’로 비쳐야 하
니까. 상냥하고 친절한 케이시. 더 이상 삶의 제약도 재미도 없는
내 인생에서, 이런 식으로 스스로 부여한 미션을 수행해나가는
일은 꽤 중요했다. 이거라도 해야 했다.
-<자기 암시 기법> 내용 중
“다시 한번 인사드립니다. 가즈키라고 합니다.”
“네, 반가워요. 하츠네입니다. 잘 부탁해요.”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제가 테이블 위를 손톱으로 살짝 긁으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케이시가 “귀여운 척 좀 하지 마라”며 자주 구박하
는 저의 오래된 습관입니다.
“네? 어떤 거요?” 하츠네가 궁금한 건 못 참겠다는 듯 빨리 말
하라는 눈빛으로 제 눈을 빤히 보며 말했습니다.
눈을 마주하기 부끄러워 시선을 그녀의 왼쪽 눈 밑 점에 맞추
고 말했습니다. “조금 전 약속 장소에 사람이 정말 많았잖아요.
어떻게 저인 줄 알고 곧장 제게로 왔어요?”
저는 그 애플리케이션에 제대로 된 얼굴 사진을 올려두지 않
았습니다. 그런데도 저를 알아봤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도쿄, 지유카오카> 내용 중
“어때? 어제 새로 산 속옷인데, 예뻐?”
시곗바늘이 오전 10시를 지나갈 때 늦잠을 자고 일어나 휴대
전화를 보니 리아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메시지에 첨부된
사진을 확인해 보니 연보라색의 트라이앵글 컵 브래지어만 입고
있는 리아가 침대 위에서 입술을 앞으로 쭉 내밀고 있는 사진이
보였다.
“응, 예쁘네.” 나는 무미건조하게 답장하고 물을 마시러 1층
부엌으로 내려갔다.
“반응이 그게 뭐야? 흥, 이제 사진 안 보내 줄 거야.” 물을 한
잔 다 비우고 컵을 내려놓았을 때 리아에게 답장이 왔다.
“그래 그럼,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는 다시 건조하게 답했다.
“너, 진짜 재수 없어.”라고 리아에게 메시지가 왔다. 몇 분 뒤
휴대전화 메신저에서 그녀의 프로필 사진이 사라졌다. 내 연락
처와 메신저를 차단한 것 같았다.
‘어차피 다른 남자들한테도 보냈겠지.’
젊고 아름다운 이성이 아무런 대가 없이 매일 실시간으로 자
신의 은밀한 사진을 보내주는 걸 마다할 남자가 있을까 싶지만,
나에게 이제 그건 무작위로 발송되는 광고 메시지만큼이나 공해
였다. 처음에는 신선하다고 느꼈지만, 아무 때고 일방적으로 보
내오는 사진에 염증마저 나던 참이라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
다.
-<인간쇼핑> 내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