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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영화/드라마 > 영화이론/비평
· ISBN : 9791192647579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24-12-31
책 소개
목차
발간사
서문
1장 — 종결될 수 없는 사건
사라진 범인
영화보다 부조리한 현실
회색지대의 리얼리즘
한국 사회의 수렁에 빠진 장르
‘봉준호’라는 현상
2장 — ‘농촌 스릴러’의 결기
한국식 범죄드라마의 탄생
범인보다 어두운 시대
실패가 불러낸 질문
침묵하는 여성
3장 — 죽음의 장소에서 유희하는 남성성
마주 보는 두 소년
수치심을 모르는 놀이
굴러떨어지는 남자들
냉혹한 자학, 우스갯소리의 송곳니
대답 없는 퀴즈
자기를 보지 못하는 얼굴
‘본 자’의 말로
자멸하는 남성성
‘부실한’ 남성성의 운명
4장 — 눈을 뜬 여성들
살아남은 여자
죽음의 서스펜스
끝까지 뜬 눈
5장 — ‘평범한’ 남성성의 얼굴
1986년과 2003년 사이
평범한 얼굴, 뼈저린 자기인식
주
참고문헌
크레디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잡혔으나 잡히지 않은, 잡았으나 잡은 줄 몰랐던 범인. 허구 안에서도 이보다 더 부조리한 상황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봉준호가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살인의 추억〉은 과연 태어날 수 있었을까. 이 어처구니없는 사태는 〈살인의 추억〉이 재현한 한국 사회의 황당한 맥락들을 그보다 더 ‘영화적’으로 씁쓸하게 계승한다. 이를 주제로 〈살인의 추억〉 속편이 만들어진다고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봉준호는 서사가 형사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설정만이 아니라, 그 시점이 국가기구의 무지와 폭압에 공모하는 장면 또한 불가피하다고 여긴다. 전투경찰이 대학생들의 데모를 진압하는 광경, 여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줄지어 서서 대통령이 탄 차를 향해 태극기를 흔들거나 학교 운동장에서 단체로 교련 수업을 받는 모습, 민방위 사이렌에 마을의 불이 모두 꺼지는 상태 등 군부독재의 시간을 대변하는 집단적이며 강제적인 이미지가 논두렁에 발가벗겨진 채 널브러진 시체 장면 사이사이를 채운다.
이 장면의 쾌감은 싸움과 놀이 사이에서, 혹은 그 둘이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빚어진다. 〈살인의 추억〉은 ‘미끄러지는’ 남자들을 한심해하면서도 애틋하게 여긴다. 누명을 벗은 백광호가 다시 형사들 앞에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그는 벌컥 열린 다락에서 굴러떨어진다. 봉준호에게 미끄러지는 행위는 존재의 유아적인 면모를 희극적으로 표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