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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665818
· 쪽수 : 440쪽
· 출판일 : 2025-02-15
책 소개
목차
발간사 5
추천사 7
작가 서문 9
1. 니가 뭐냐, 뭐길래 그렇게 이쁘냐
살아 있는 상록수 19
아버지에게서 사랑을 배웠다 26
니가 뭐냐, 뭐길래 그렇게 이쁘냐 30
말이 필요 없는 딸 34
남겨진 두 남매 39
사냥개코 47
슈바이처 박사처럼 51
그해 광주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58
2. 징허니 고집 센 둘째 딸
징허니 고집 센 둘째 딸 67
아이구, 일등을 놔부렀으니 어떻게 하냐? 73
캔디야, 웃자! 79
쓰라린 실패 86
내가 제일 미웠다 91
순간을 사는 연습 97
100점의 인생이란 없을 테니까 101
데모하는 대학생들은 다 공산주의자야? 108
3. 지하地下를 찾아서
서울행 115
지하를 찾아서 121
학회 편집부장 정경자 126
이옥신과 서클 UNSA 131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만으로도 138
둥지를 부수고 날아오를 수 있을까 144
악몽의 시작 149
슬픈 금요일 156
정태수 천하 160
4. 나는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수님도 크리스천은 아니라네 173
이 아름다운 풍경을 누려도 괜찮은 걸까요? 177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곳에서 힘을 기르고 싶어요 181
라이프스토리 188
NO PAIN NO GAIN 193
나는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3
피리 부는 소녀 211
인간에 대한 사랑 218
어디로 갈 거나 226
5. 힘을 길러 나오라
진정한 실천가가 되고자 한다 243
척박한 땅에 민주화의 씨를 뿌리다 252
‘빨간 점’ 한운봉 261
무슨 그런 학교가 다 있어? 269
이것이 투쟁이구나! 278
나는 다시 시작한다 286
귀향 295
부끄럼 없이 당당하게 307
학교 다니는 게 지옥 같아 321
힘을 길러 나오라 330
6. 선영이의 이름으로
너는 살고 내가 죽었다 347
너네 때문에 그 애가 죽었지? 358
늙은 부부의 노래 368
자네 맘대로 하소만, 죽지만 말어 375
되찾은 유서 두 장 383
3인의 결사 392
여기까지 왔다. 여기까지밖에 오지 못했다 399
박선영, 너의 이름으로! 405
어머니의 투쟁은 이제 시작이다! 417
글을 마치며 43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래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숨기고 싶었다. 훗날 아버지의 도움 없이도 생을 꾸려갈 수 있는 준비가 되었을 때 선전포고하듯 당당하 게 말하고 싶었다. ‘저는 이 길을 갑니다. 반대하셔도 소용없어요.’ 그러나 가족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당면한 투쟁을 방기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둥지를 부수고 떠나는 황해도 장수매 이야기를 선영은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운동을 결단한다는 것은 부모와 가 족의 핍박마저도 감수하겠다는 결단인 것이다. 아버지에게 들킬 순간 이 두려워 현실의 투쟁 앞에서 머뭇거린다면 ‘역사가 증명한 진리의 길’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다. 그날 밤, 끌로드 모르강의 『꽃도 십자가도 없는 무덤』을 읽던 선영 은 다음 구절에 밑줄을 치고 일기장에 옮겨 적었다.
나는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기 때문에 투쟁하는 것이다. 투쟁과 자살 中에서 어느 한쪽을 택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날짜 미상의 일기에
진정한 실천가가 되고자 한다. 모든 철망을 뚫고 진공의 상태에서 내 의지에 의해 움직이고자 한다. 펜으로 글을 쓸 때도 내 의지에 의해, 언 어도 의지요, 발걸음도 의지에 의해. 슬픔이랑 다 버리고, 알몸뚱이로 헤매면서, 상채기가 생겨도 내 행복의 추구요, 내 인생의 아름다움이요 하며 외쳐댈 수 있도록……. ―1986년 6월 병림에게 보낸 편지에서
서울교대는 학교가 아니었다. 고등학교보다 더한 군대였다. 가두 시위를 하다 잡혀 경찰서에서 훈방 조치된 선배가, 학교에서는 초등 교사가 될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되는 모습을 목도하였을 때 그는 완전히 절망했다. 치욕스러웠다. 서울교대 졸업장을 위해 이 굴욕을 참아내야 하는가. 이 학교에서 더 이상 무엇을 바랄 것인가. 선영은 명백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학교를 계속 다닐 것인가, 말 것인가. 그의 머리는 끊임없이 선택과 결단을 요구했지만, 그의 두 발은 학교를 떠나지 못했다. 그는 스스로를 ‘비굴한 존재’, 반성 없이 운동이라는 말을 쉽게 내뱉는 ‘허위의식’의 소유자로 규정지을 수밖 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