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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화집
· ISBN : 9791192756240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3-11-01
책 소개
목차
Chapter 1. 도성마을 풍경
고립의 풍경 _한주연
Chapter 2. 야생의 심장 가까이
한주연, 글과 그림 혹은 문장과 회화의 사이 _이승미
작가 약력
저자소개
책속에서
고립의 풍경
도성마을은 한센 병으로 인해 모인 환자들이 집단을 이루며 정착한 곳이다. 그들은 오십년 이상 외부와 단절된 채 출입을 통제받았고 돼지와 닭을 키우며 생계를 이어왔다.
마을을 둘러보는 동안 오래 전 사라졌던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알 수 없는 병으로 마을 입구에 자리한 애양원을 다니던 열세 살, 나의 유년의 장면들이 섬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흰 옷의 의사와 간호사들 사이에서 신체의 마디나 끝부분을 누런 광목으로 감싸고 있던 사람들, 얼굴을 가리고 병원 통로에 비질을 하거나 창구 옆에 서 있던 사람들, 병원 복도를 오가던 조용한 걸음들. 고통이나 통증이 안으로만 말아져서 동그랗게 구부러진 등처럼, 내 안에 묻혀 있던 기억들이 일어나 나와 함께 마을을 걷고 있었다.
주기적으로 마을을 방문했다.
창고는 마을 곳곳에 자리했다. 자치법이 있었던 마을은 곡식이나 공동재산을 창고에 보관하기도 했지만 공동체 안에서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가두는 역할도 했었다는 것을 듣게 되었다. 이곳은 하나의 작은 자치공화국이었다.
열려있는 창고 안으로 들어갔고 닫혀있는 창고의 문틈을 들여다보았다. 오랜 시간이 쌓여있는 창고와 깊은 침묵을 보관 중인 창고를 만났다. 나는 곧 창고라는 사물에 경도되었다.
창고는 누구라도 숨을 수 있는 곳이었고 혼자 몰래 울 수 있는 곳이었다. 종이를 꺼내 스케치를 하면서 골목을 돌았고 집으로 돌아와 물감으로 옮겨 그리고 있었다.
(저자의 글 중에서 일부 발췌)
밤의 골목
밤의 골목을 걷고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검은 사람이 팔을 벌리고 누워있었다.
까맣고 마른 사람이었다.
밟아도 되나요?
팔 하나가 흔들렸다.
죽고 있나요?
다리가 흔들렸다.
까맣고 마른 사람을 밟고 집으로 향했다.
같이 가요.
검은 사람이 바닥에서 일어나 나를 따라 들어왔다.
새벽에
감나무 가지가 내 창을 두드렸다.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