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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2828169
· 쪽수 : 258쪽
· 출판일 : 2023-08-29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먼 여정 / 7
나비의 눈 / 33
비상飛上 / 55
낙원에 서다 / 77
부메랑 / 97
꿈 / 119
멍에 / 143
그들의 선택 / 167
탈출 / 191
재회 / 213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나이가 많다. 엄마와 함께 살아온 세월이 19년이다. 고양이로의 수명이 다한 셈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92살이다. 이제는 빗질을 해주며 나를 어루만져주는 엄마의 손길이 좋다. 가끔 자고 있는 엄마에게 간다. 그윽한 눈길로 바라본다.
“나비 왔어?”
엄마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정겹다. 입맛 없는 내게 이것저것 먹어보라고 건네는 엄마의 모습이 좋다. 깡마른 내 등을 토닥이며 엉킨 털을 손질해준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은 엄마 옆을 나는 뚜벅거리며 자주 찾는다. 이제 곧 나는 이 세상을 떠날 것이다. 오줌을 누러 비틀비틀 화장실을 찾는다. 이 걸음도 못 하게 되면 나는 엄마 곁을 떠난다. 엄마와 언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살아왔다.
“엄마, 사랑해요. 고마워요.”
나는 흐려지는 생각을 다듬으며 엄마에게 사랑을 보낸다. (「나비의 눈」)
준에게서 전화가 왔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 한 번만 와 달라고 한다. 어찌할까 망설이다가 휴일을 택해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과일바구니를 챙겨 준의 별장으로 향했다. 사람에게는 선과 악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 준과 내가 필연이라면 얽힌 쇠사슬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 사랑의 욕구는 받는 것에서 주는 것으로 이동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이라는 배타적 인정 약속은 이성의 약속이라기보다 감정의 약속이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은 상대만 인정하면 된다. 남이 보기에 아무리 못생긴 사람도 내 눈에 안경이 될 수 있는 것은 내 감정이 그 사람만 인정하기 때문이다. 준을 보았을 때 비참할 정도로 위축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나는 나의 판도라 상자 속에 남아있는 희망을 꺼낸다. 마음이 보약이고 백신이다.(「비상」)
“신지야, 애기 좀 봐, 기저귀 갈아주고.”
“네.”
이층으로 올라간 매장 여주인의 둘째 딸 신지는 아이를 안고 내려왔다. 매장 여주인은 건강이 회복되는가 싶더니 췌장으로 암이 전이되어 세상을 떠났다. 숙희는 파우스트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파우스트의 딸, 매장 여주인의 딸 둘, 숙희가 낳은 아들, 모두 여섯 식구가 오밀조밀 꾸며놓은 이층집에서 살고 있다. 파우스트의 관심과 숙희의 사랑이 한 가정을 설 수 있게 만들었고 숙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파우스트를 남편으로 맞을 수 있게 되었다. 우직하고 바보 같고 곰 같은 파우스트를 얻는 데 시간과 정성을 많이 쏟았다.(「낙원에 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