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비평론
· ISBN : 9791192828312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23-11-07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1부
애도의 시간 … 10
불안의 몇 가지 표정들 … 30
삶의 확실성으로서의 감각들 … 45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에 관한 소설 … 63
여행하는 사람들 … 82
양극화 시대 소설의 표정 … 101
그들이 사는 세상, 그들이 느끼는 감정 … 122
외로움을 건너는 법―최은영 소설 … 138
소설의 공간과 장소 … 151
-박민규, 김미월, 김중혁을 중심으로
2부
끝나지 않은 애도 … 178
-김성달 ≪이사 간다≫
회한에서 벗어나는 목소리들 … 195
-황석영 ≪오래된 정원≫
순환하는 원형의 발상법 … 210
-이어령 ≪디지로그≫
공동空洞의 심연을 응시하는 소녀 … 223
-신경숙 ≪외딴방≫
코로나셀러 소설 … 241
-손원평 ≪아몬드≫
‘너’라는 이름으로 … 251
-이미란 ≪너의 경우≫
흘러간 시간 속으로 … 268
-박경숙 ≪의미 있는 생≫
환영의 대위법 … 284
-이서진 ≪푸른 환영≫
삶의 치열함에 관하여 … 304
-은승완 ≪도서관 노마드≫
불가능한 꿈에 관하여 … 329
-손홍규 ≪환멸≫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울러 세월호 참사를 직접적으로 다룬 정찬의 <새들의 길>이 보여준 문학적 시도 또한 가볍게 지나칠 수 없다. <새들의 길>은 애도를 멈추지 말고 계속하라, 고통스럽더라도 기억하라, 상상력과 글쓰기로 애도하라는 원칙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작품이다. 상세하고 생생한 현장 묘사를 통해 마치 한 편의 르포 기사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하지만, <새들의 길>이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기본적인 방식은 ‘북극의 겨울 하늘에 나타나는 환월’이나 넓은 북극해를 거침없이 헤엄쳐 다니는 귀신고래에 관한 자유로운 상상에 기대어있다. 슬픔이 침몰되어 있는 어둠의 바다에서 고래의 반짝이는 은빛 지느러미를 상상하여 어둠을 몰아내고, 고래의 지느러미를 새의 날개로 변하게 하여 실종된 아들을 수면 위로 부상시키고, 이제 죽은 아들은 하늘의 별에 이르는 먼 여행을 시작하였노라 상상한다. 현장의 생생함을 충실히 스케치하면서도 환상적인 상상력을 발휘하여 희생자를 애도하는 이 작품은 세월호 사고에 부치는 가장 슬프고도 희망적인 위로를 선사하는 소설적 진혼곡으로 기록될 것이다.
장강명의 단편 <알바생 자르기>(≪세계의 문학≫, 2015 여름)는 알바생 한 명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불안정한 고용·노동 환경의 안팎을 예리하게 파고든 작품이다. ‘알바생 자르기’라는 직설적인 제목이 드러내듯 시작부터 끝까지 소설의 모든 내용이 임시직 직원의 해고를 검토, 결정, 실행하는 일련의 과정에 집중된다. 군더더기 없이 펼쳐지는 서술로 인해 마치 한 편의 잘 정리된 사건 보고서 같은 느낌을 준다. 게다가 독일계 회사의 한국 지사라는 특수한 조직 내부의 서열과 인간관계에 대한 상세한 언급, 임시직 직원의 권리나 처우에 관한 상당한 수준의 배경지식이 덧붙여지면서 노동·고용 환경에 관한 보고서 같은 느낌은 더욱 강화된다. 작가가 매우 성실히 공부하고 쓴 소설, 그래서 생생한 현장감을 확보한 작품이다.
당분간 최은영 소설의 여성주의적 분위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대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모순적인 상황에 대한 감정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특유의 방식이 유지되고 발전된다면, 그래서 인간을 둘러싼 모순과의 대결 구도에 초점을 맞춘다면 여성주의에 반감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여성주의를 구현할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덧붙여 작가의 창작 활동이 소설집 두 권 분량으로 이어지는 동안 엄마와 딸이 자매와 여고 동창을 거쳐 동성애 커플까지 다루면서 외연을 넓혀가는 모습도 주목해야 한다. 물론 <아치디에서> 같은 작품에서 남성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시도되고 있으므로 앞으로의 방향이 동성애 문제로 집중한다고 보기보다는 엄마와 딸에서 출발한 감정의 포착이라는 특징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보편적 관계를 향한 지향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편이 맞을 듯하다.